[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호남대첩이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민주당과 조국당은 22대 총선에서 찰떡공조를 과시하면서 절대 과반이라는 압승을 거뒀다. 특히 총선 이후 윤석열정부에 대한 탄핵·특검 공세를 명분으로 건강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왔다. 다만 최근에는 원내 교섭단체기준 완화를 둘러싼 엇박자 등 미묘한 경쟁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분수령은 오는 10월 기초단체장 재보궐선거다. 야권의 본진인 호남에서 양측 모두 당선을 자신하면서 치열한 혈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도전자인 조국당은 호남에서 전략적 교두보 마련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반면 민주당은 승리를 자신하면서도 조국당의 부상을 내심 경계하는 모습이다. 무주공산인 호남민심을 노리는 조 대표와 텃밭사수를 자신하는 이 대표의 진검승부를 짚어봤다.

"지금은 웃고 있지만..." 손맞잡은 이 대표와 조 대표. 뉴시스
"지금은 웃고 있지만..." 손맞잡은 이 대표와 조 대표. 뉴시스

재보선 하이라이트 전남 곡성·영광군수’, 역동적 호남 민심 바로미터
- 조국당, 호남 전략적 교두보 마련 절실2의 김대중·노무현 발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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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승리 자신 속 묘한 긴장감야권 단결·진보 분열 프레임 공세

여의도 정가는 물론 여권에서마저 양측 경쟁을 흥미로운 눈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야권의 유력 주자다. 게다가 22대 총선 결과도 흥미롭다. 민주당은 호남 지역구를 석권했지만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에서는 조국당에 뒤졌다. 호남민심은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당이라는 이른바 지민비조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10월 재보선에서 호남 민심을 둘러싼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 사실상 야권의 차기 대선 경쟁을 미리 점쳐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10월 기초단체장 재보선 4최대 관심은 전남 영광·곡성

오는 1016일 실시되는 재보궐선거는 전국적으로 4곳의 기초단체장을 뽑는다. 보통 재보선은 저조한 투표율로 국민적 무관심 속에 치러진다. 다만 지난 10년간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을 맡아왔던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대법원 판결로 교육감직을 상실하면서 판을 커졌다. 진보·보수간 세대결로 온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빅이벤트가 된 것이다.

특히 부산 금정구청장, 인천 강화군수, 전남 영광군수, 전남 곡성군수 중 가장 관심이 쏠리는 지역은 야권 내부의 표심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호남 지역이다. 국회의원 재보선이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 관심도는 떨어지지만 조국 vs 이재명이라는 흥미로운 라이벌 경쟁구도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개혁신당까지 가세하면서 예측불허의 승부도 기대된다. 전남 순천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천하람 원내대표는 호남홀대론을 꺼내들었다. 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더 이상 호남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기득권화돼서 호남을 잡아둔 물고기 취급하는 것은 아닌지 매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개혁신당이 선전한다면 민주당과 조국당의 박빙승부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시 관심은 민주당과 조국당의 혈투다. 전남 영광군수와 곡성군수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총선 이후 호남표심의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체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 표심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양측의 차기 경쟁과 전략 또한 달라진다. 특히 22대 총선 호남지역에서 조국당의 비례대표 득표율은 민주당보다 높았다. 예측불허의 접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보다 구체적으로 곡성(민주연합 41.13%vs 조국당 39.88%)과 영광(민주연합 40.14% vs 조국당 39.46%)의 비례대표 득요율은 1%포인트 안팎의 초박빙이었다.

도전자인 조 대표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민주당과의 경쟁구도를 호소하고 있다. 조 대표는 혁신당은 10월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고 민주당과 경쟁하며 협력하겠다고인 물은 썩는다.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국혁신당이 단체장을 배출하거나 지방의회에 들어가면 지방 정치가 혁신된다국민의힘 독점으로 질식 상태인 영남 정치에도 숨구멍을 내겠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 더 좋은 지역 후보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여유만만이다. 조국당의 상승세에도 호남사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호남 지지세가 워낙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또 수십여년간 탄탄하게 지역을 다져온 것은 물론 인물 경쟁력에서 한 수 위에 설 것이라는 판단하고 있다. 또 검찰독재로 지지율이 추락 중인 윤석열정부에 대한 견제와 심판을 위해 호남민심이 민주당에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속내도 숨기지 않는다. 물론 변수는 있다. 전남 영광군이 경우 지난 202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은 바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변 예고조국당 속도전 vs ‘승리 장담민주당 경계모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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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당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몽골기병의 속도전으로, 당 체제를 전환하면서 이변을 예고 중이다. 민주당은 여유로운 표정이지만 속내는  경계모드다.

조국당은 22대 총선과 달리 10·16 재보선에는 전국 4곳의 기초단체장에 모두 후보를 낸다. 당 체제 역시 본격적인 선거전 모드로 전환했다. 정기국회를 앞둔 소속 의원연찬회를 전남 영광과 곡성에서 개최한 것은 물론 곡성에서는 당원간담회도 열면서 유권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아울러 12명의 현역 의원들이 호남을 비롯한 전국 4개 재보선 지역을 집중 마크하는 등 총력 지원체제도 구축했다. 총선 이후 당의 새로운 활로 모색을 이번 재보선에 올인한 셈이다.

선거승리의 최대 조건인 인재영입도 활발하다. 부산 금정구에는 류제성 인권변호사, 전남 곡성군에 박웅두 치유농업협의회 대표를 사실상 재보선 후보로 내정한 데 이어 전남 영광과 인천 강화에 출마할 후보자도 탐색 중이다.

민주당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다. 이 대표의 사법리크스에 대한 1심 재판결과가 오는 10월에 나올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호남민심을 예의주시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호남지역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고전한 것은 여간 신경쓰이는 대목이 아니다. 특히 전남지역 득표율을 살펴보면 조국당이 소폭 앞섰다. 조국당은 43.97%, 민주당의 비례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연합 39.88%를 각각 얻었다. 민주당이 수도권 압승을 발판으로 전국적인 대승을 거뒀지만 호남에서만큼은 조국당에 밀린 셈이다. 사실상 호남민심이 이 대표의 대항마로 조 대표를 공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대표가 압승을 거둔 지난 8·18 전당대회 지역순회 경선에서 전남(23.17%)과 전북(20.28%)의 투표율은 보수 텃밭인 대구(52.23%)와 경북(47.80%)보다 낮았다.

민주당은 전열을 가다듬으면서 전남 곡성·영광지역에 대한 핀셋 지원책을 서두르고 있다. 경쟁력 있는 후보과 효과적인 공약을 내세운다면 이변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 대표의 정책브랜드인 기본소득 정책을 호남지역에서 우선적으로 구현한다는 것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전남은 민주당의 정치적 원천일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표의 에너지 고속도로실현의 최우선 지역이라면서 곡성은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이고 영광은 지역 자원시설세 등을 활용한 기본소득 실현 최적지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정책 선도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조국당에 대한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정원장 출신의 박지원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독주를 목전에 두고 10월 지방 재보선부터 경쟁구도로 가면 진보세력의 분화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조국혁신당은 지난 총선 때 지민비조를 내세웠다.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도록 단결하고 이 약속을 지켜야한다고 지적했다. 조국당의 행보는 한마디로 야권분열이라는 논리다. 아울러 박찬대 원내대표, 김민석 최고위원, 이한주 민주연구원장 등 당 지도부는 최근 당 워크숍 종료 직후 전남으로 이동해 도의원 간담회를 열면서 지역민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10월 재보선서 드러날 호남민심, 이재명 vs 조국 운명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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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다. 이 때문에 호남민심은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주요 선거에서 거의 몰표와 가까운 지지를 보내왔다. 다만 10월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서는 야권의 정치지형에 엄청난 회오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반드시 필승을 거둬야만 한다. 그야말로 잘해도 본전이다. 만약 전남 영광과 곡성 중 한 곳이라도 패한다면 정치적 타격이 타격이 불가피하다. 표면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탄탄해 보여도 바닥민심은 요동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일 민주당이 예상대로 전남 영광·곡성 군수를 싹쓸이한다면 이변의 가능성은 사라진다. 재보선 승리 이후 이재명 차기 대세론은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반대로 전남 영광·곡성 군수를 조국당이 모두 가져온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호남 민심이 차기 대선주자로 이재명이 아닌 조국을 선택했다는 정치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주가는 하락하고 조 대표의 주가는 상승세를 찍게 된다. 마지막으로 양측이 11패를 거둔다면 표면적으로는 무승부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조국당의 판정승이 될 수 있다. 조국당이 민주당이 비해 열악한 당세를 극복하면서 호남에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조 대표가 호남은 사실상 민주당 일당 독점 상태라면서 호남정치가 활성화돼야 제3김대중, 노무현이 발굴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오는 2026년 지방선거다. 10월 기초단체장 재보선 결과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경우 야권의 정치지형은 격변할 수밖에 없다. 호남 민심의 선택지에 민주당만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포함되는 건 매우 예외적인 일이다. 다시 말해 조국당이 10월 재보선 승리를 발판으로 2026년 지방선거에서 선전할 경우 호남정치는 민주당 일당독재 종식과 더불어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접어든다. 다시 말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이어지는 호남민심의 몰표는 더 이상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201620대 총선과 201720대 대선을 전후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가 호남민심을 놓고 다툰 경쟁체제가 복원되는 것이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야권 차기주자가 될 수 없다는 건 여의도 정가의 오랜 격언이라면서 과거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호남참패를 당했다. 이후 호남 민심을 회복하면서 대선주자로 부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만 했던 적이 있다. 차기를 꿈꾸는 이 대표와 조 대표로서는 전략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기초단체장 선거라는 사이즈에도 민주당과 조국당은 호남민심 장악을 위해 총력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호남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가 어떤 식으로든 야권의 재편은 불가피하다. ‘이재명 vs 조국의 제로섬 게임에 따라서는 최악이 경우 야권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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