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이웃한 공원부지에 ‘어린이집’ 이유는?

해당 공원부지에 학부모와 아이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일요서울]
해당 공원부지에 학부모와 아이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주변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동복합센터 건립을 추진해오던 성남시가 잠시 사업 추진을 중단했다. 성남시는 ‘내부 검토 사안’이 있다는 설명이지만, 반대 여론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도 수년간 학부모를 비롯한 성남시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도변경’까지 단행하며 아동복합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설계 입찰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는데 주민, 특히 초등학생이하 부모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센터 건립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던 이유가 뭐였을까. 

LH로부터 소공원 부지로 매입… 주민반대에도 ‘용도변경’ 마무리
아동복합센터 건립… 사내 임직원 어린이집 보유한 이웃 기업 이목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9-3 해당 부지의 소유주는 성남시청이다. 성남시청은 855.3㎡(약 258평)에 이르는 해당 부지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매입했다. 2018년 2월 성남시 공고 등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소공원 조성을 위한 목적으로 매입했다. 이와 관련 성남시는 약 258평에 이르는 해당 부지에 약 64억 원을 들여 공원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성남시는 ‘사업설명 및 신청취지’를 통해 “소공원을 조성해 학생 및 주민의 휴식, 정서함양을 도모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지가 약 3281평 규모의 A사 사옥과 그와 비슷한 늘푸른초등학교 사이의 작은 부지이기에 그 외 용도로는 구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A사 전용 공원된다”더니, 어린이집으로?

하지만 2022년 10월 제275회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아동보육과 관계자가 “정자동에는 지역 아동에 대한 욕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이 없고 다함께돌봄센터가 없다”라면서 “A사 옆 공터를 구매해 아동복합문화센터를 설립하고 1층 어린이집, 2층 다함께돌봄센터, 3층 문화센터 등 아동복지사업을 위한 센터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계획을 밝혔다.

또 이와 관련 국비·도비 균등 교부세가 있는데, 해당 자금이 성남시로 내려와 예산을 세웠다는 것. 즉 2023년에 세부 추진 계획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경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당시 문화복지위 B의원은 “A사가 추가 사옥을 지으면서, A사 옆에 약 270평의 소공원 (용도) 부지가 LH (소유) 부지로 남아 있던 곳”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성남시가 계약금 약 50억 원에 계약된 상태로, 매입하지 않으면 LH로부터 소송당할 상황에 있어 (중략) 평당 약 4300만 원 정도에 매입했다”라면서 “115억 원 정도로 매입해 소공원으로 만든다면 A사 전용 공원으로밖에 사용이 안 될 상태였다”고 풀어냈다. 

즉 성남시가 LH로부터 매입해 소유하고 있는 공원용도 소규모 부지를 A사 전용 공원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린이집을 포함한 아동복합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것. 다만 2022년 당시 성남시의 해당 계획 발표 즉시 늘푸른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반대 의견을 성남시에 전달했다.

하지만 용도변경을 단행했던 성남시는 올해들어 적극적인 아동복합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 3월에는 설계 공모까지 진행했다. 5월 중으로 설계도를 확보하고 시공사 선정 등의 수순이 계획돼 있었다. 

늘푸른초 학부모 “실효성 의문” “주민 숙원사업인양 의견 왜곡”

조달청에 공개된 ‘정자동 아동복합문화센터 건립공사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이라는 입찰 공고를 보면, 대지면적 879.5㎡에 건축연면적 3869.54㎡으로 공사비 145억, 설계비 6.5억 원이 책정됐다. 계획된 총 사업비는 약 300억 원에 이르렀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늘푸른초등학교 학부모 등 지역 주민들은 또 다시 성남시에 항의하고 학부모 등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다. 이른바 ‘늘푸른초 대책모임’은 성남시에 의사를 전달했다. 2022년 성남시에 공식 전달했던 내용도 다시 한 번 언급됐다. 

대책모임은 “늘푸른초등학교 학부모들은 학교 옆 소공원 부지에 아동복합센터를 짓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와 아이들의 안전·소음·분진 등을 우려한다”라며 “2022년 찬반 투표에서 76.7%가 반대했지만, 최근 신입생 학부모에게는 (성남시) 설명회조차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늘푸른초등학교는 2022년 공식 반대입장과 민원서를 제출했으나, 성남시는 오히려 주민 숙원사업인양 의견을 묵살하고 왜곡했다”라면서 “제대로 된 준비과정과 행정적 절차를 갖추며 진행된 일인지 묻고 싶다”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성남시는 재정부족으로 늘푸른초 옆 부지를 A사에 팔았다. 그 돈은 어디에 쓰였나? 늘푸른초등학교 학생들이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아는가”라고 반문하며 “겨우 공사로부터 자유로워졌는데 또 밀어 넣어야 하나? 이 일을 추진하고 동조한 자들이 직접 학교로 찾아와 아이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모임에 올라온 글의 일부를 발췌했다. A사 사옥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6년간 공사가 이어졌다. 그 시간동안 먼지와 진동의 고통에서 아이들이 운동장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피해를 오롯이 견뎌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쓸모없는 소공원 부지를 117억 원에 샀다고 한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 땅에 64억 원을 들여 공원을 만들려고 했으나, 비싸게 산 땅이라 공원으로 만드는 건 (성남시가) 안 된다고 한다. 

신상진 전면재검토 약속? 센터 건립 계획 ‘일시 중단’

늘푸른초 학부모 입장은 2022년 제출된 성남시 민원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학부모들은 “성남시는 정자1동 어린이집 공급률이 낮음을 이유로 센터 건립을 추진 중에 있으나, 3~4층은 아동시설이 아닌 전시공간, 체험공간이며, 1~2 층에 설치되는 어린이집도 규모를 감안할 때 정원이 수십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항의했다. 

적극적인 항의가 통한 것일까. 주민 여론을 의식한 것일까. 성남시는 최근 ‘재검토’ 입장을 내걸고 아동복합센터 건립 추진 계획을 잠시 중단했다. 대책모임은 “현재 성남시장님께서 학부모 면담 이후 건립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하기로 하셨다”라면서 “대책 학부모 모임은 부지 활용 안이 완결되기까지 아이들의 안전한 환경을 위해 지속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성남시는 ‘건립계획 중단’과 관련해 취재진에게 “내부적으로 검토할 사항이 있어서 일시정지 상태”라면서 “학부모 반대 사유와 함께 여러 이유들로 인해서”라고 답했다. 다만 ‘잠정 보류 여부’에 대한 질의에는 “일단 잠시 중단상태로, 검토 결과에 따라서 결정할 예정”이라며 “시공사 선정 (입찰)은 아직이며, 설계 업체만 선정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건축협의 신청도 하지 않았고, 도면도 아직 그리지 않았다”라면서 “용도변경은 땅(해당 부지)에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용도변경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늘푸른초등학교에는 현재 병설유치원이 있으며, 유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재학 중인 원아는 3명에 불과하다. 만일 성남시가 만 3세 이상의 아동을 고려한 어린이집을 고민한 것이라면 해당 유치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인근 아파트 단지마다 각각 규모가 다른 어린이집도 다양하게 있다. 

다만 해당부지와 이웃하고 있는 A사는 2022년까지 수도권에만 총 6곳의 사옥에 임직원 전용 어린이집을 운영해 오고 있어, 최대 수용 인원 5000명의 분당 정자동 신사옥의 어린이집 존재 여부 및 부족 등에도 이목이 모인다. 일각에서 주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성남시의 용도변경에 의혹을 제기하는 또 다른 이유다. 

노유자시설로 용도변경되며 아동복합센터가 추진되던 소공원 부지. 
노유자시설로 용도변경되며 아동복합센터가 추진되던 소공원 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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