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차기 대선에서 '모의고사' 치를까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범보수 진영의 잠룡이다. 유일한 문제는 등판 시기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을 두고 '차차기 주자'란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거부할 수 없는 미래지만 당장 내일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제 막 대선 출마 연령을 채운 그의 경륜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반면 정치적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이 의원이 당장 다음 대선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동탄의 기적'으로 모멘텀 살렸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경 TK(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을 고양이에 비유했다. '할 말 못 하는' 새끼 고양이는 키워봤자 비만 고양이가 된다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같은 정치인들은 이미 새끼 때부터 호랑이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시 이 의원은 영남 유권자들에게 "호랑이 하나 들여서 키우라"고 권유했다. 

호랑이는 이 의원 본인을 뜻한다. 그는 헌정사상 최초로 30대의 나이에 제1야당 대표가 됐다. 당대표 재임 기간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면서도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전공도 세웠다. 자신은 떡잎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 그의 정치 생명은 기로에 놓인 상태였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대가는 혹독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노원구 출마 여부도 불투명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영남 공략'을 출구전략으로 세웠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발판 삼아 영남에서 보수 진영의 대안으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시 이 의원은 지난해 8월경 홍준표 대구시장과 '깜짝' 치킨 회동을 기점으로 적극적인 TK 구애에 나섰다. 그는 치킨 회동 나흘 뒤에 "대구에서 출마한다면 가장 나쁜 분과 붙겠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관건은 국민의힘의 TK 공천 향방이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위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용산 출신 출마자들을 대거 TK에 투입하면, 이 의원은 공천에 반발한 현역의원들을 '이삭줍기'해서 세력을 불리겠다는 계획이다. 이 의원의 예상은 빗나갔다.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의 TK 지역 현역 교체율은 36%에 불과했다. 21대 총선 당시 64%에 달했던 TK 물갈이 비율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의 저조한 'TK 물갈이'는 결국 김건희 여사·해병대원 특검법의 표결을 염두에 둔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총선 당시 TK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본지에 "자신의 컷오프를 확신한 A의원이 개혁신당 입당을 고려한 적이 있다"며 "정작 A의원은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았다. A의원 본인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삭줍기에 실패한 이 의원은 경기 화성을 출마를 선택했다. 자신의 장점인 'MZ세대 소구력'을 바탕으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지역구인 동탄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동탄 출마 역시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동탄은 야권 지지세가 강한 지역구다. 나아가 민주당은 이 의원의 경쟁자로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이라는 막강한 후보를 내세웠다. 실제로 이 의원은 총선 다음 날 새벽에서야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이 의원의 역전승은 22대 총선의 최대 이변으로 기록됐다. 

당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곧바로 "우리 개혁신당은 한국의 마크롱이 될 수 있는 멋지고 젊은 대선주자를 보유한 정당이 됐다"는 평가를 남겼다. 이 의원은 또다시 자력으로 자신의 정치적 모멘텀을 되살렸다. 

차차기는 수순, 내친김에 차기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뉴시스]

정치권에서도 이 의원을 차차기 주자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채널 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바로 다음 대선후보군으로 올라갈 만큼 많은 당원과 국민적 지지가 있고, 이 의원도 분명히 잠재적 대권 주자이지만 바로 다음 대선보단 향후로 많은 국민이 생각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한 대표보다 앞서는 부분이 있다고 자평한다. 선거에서의 성과다. 이 의원은 지난달 28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참 이런 상황도 특별할 것"이라며 "이준석은 마음에 안 들어도 선거는 이겼는데 여기(한동훈)는 선거도 지고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욕쟁이 할머니 맛집에 가는 이유는 맛집이기 때문이지 욕쟁이라서 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의 재승박덕(材勝薄德)한 면모는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지난해 이 의원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한 당시 여당 혁신위원장인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을 '미스터 린튼'으로 칭하며 영어로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와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인 의원도 '준석이 부모 잘못'을 운운하며 '패드립'으로 받아쳤다. 이 의원의 꼬리표인 '싸가지론'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차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다면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자치단체장을 경험하면서 안정적인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얻을 수 있고, 실질적인 행정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방자치단체와 국회를 모두 경험한 한 관계자는 본지에 "자치단체장은 항상 고정된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 지역 내의 모든 현안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공부를 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훨씬 편한 직업이다. 하지만 얻는 것은 자치단체장이 더 많다"고 말했다. 여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4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표와 비교한 자신의 경쟁력으로 종합 행정 능력을 꼽기도 했다. 

이 의원도 차기 대권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항상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지난 2021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절대 아니다"며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국제 사정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나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의원은 지난 4월경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초청 기자간담회에서도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만약에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공부해야 될 것이 많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언급하며 "공교롭게도 최근 두 보수 대통령이 공감능력이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정권의 위기가 오는 것을 보면서 저도 혹시나 그런 게 부족한 것이 아닌지 많이 되짚어보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이 의원의 정치 스타일을 보면 당선 가능성이 없더라도 일단 차기 대선에 출마는 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이 의원은 지난해 1월경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에게 있어서 성적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노원병에) 세 번 나가서 세 번 떨어졌는데 그때마다 저는 성적표를 받는다"며 "세 선거 다 제가 당선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 성적표가 있기 때문에 제가 선거에서 어떻게 되고 있구나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진로를 계획할 때 거기(성적표)에 맞춰서 세울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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