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주주환원책 ‘미지수’

한미약품. [사진 = 한미약품그룹]
한미약품. [사진 = 한미약품그룹]

[일요서울 ㅣ이지훈 기자]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약품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한미약품의 주식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 투자로 바꿨다. 국민연금이 주식보유 목적을 변경해 과거와 달리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이 한미약품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향후 배당·임원보수 등 주주권 행사 가능
-"오버행 이슈 해결하겠다"는 한미약품그룹... 뚜렷한 방법은 아직?


지난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한미약품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고 변동사항을 공시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한미약품 지분을 9.43%(120만8444주)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9.95%(127만5329주)보다 0.52% 줄어든 수치다. 

올해 초부터 한미약품그룹의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은 계속 이어졌지만,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업계에서는 모녀의 손을 잡던 국민연금이 직접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초석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 목적을 변경한 주된 배경을 살펴보면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업계에서 보고 있다. 올해 3월 한미약품그룹 모녀(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가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모녀 측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 작업을 추진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주식보유 목적 변경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해당 질의에 대한 답변은 시장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개별 종목 및 투자 건에 대해 답변이 어렵다”고 일축했다.

-일반 투자로 목적 변경한 국민연금의 속내는

자본시장법상 기관투자자가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은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고 주주총회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수준의 소극적 투자다. 

일반투자의 경우 단순투자와 큰 맥락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배당 ▲공개서한 발송 ▲주주대표 소송 제기 ▲회계장부 열람 청구 ▲임원 해임 청구 ▲집중투표 청구 등의 주주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이 단순투자와 뚜렷하게 드러나는 차이점이다.

과거 국민연금공단은 한미약품 그룹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모녀 측 편을 들어줬다. 지난 3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당시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추천한 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결정했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안한 안건에는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임시 주총 때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의 한미약품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월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한미약품 비상무이사)과 손잡은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그룹 경영권을 되찾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반격에 대대적으로 나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과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의결권 66.7%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에도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는 쪽이 승리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3월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구성 표대결에서 승리한 후 기자들앞에 나섰다. [뉴시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3월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구성 표대결에서 승리한 후 기자들앞에 나섰다. [뉴시스]

임시 주주총회 의안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을 12명으로 변경하는 것(현재 10명)과 신규 이사 3인(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 선임 등 2가지이다. 모녀측과 신 회장의 지분은 48.19%이며 우호 지분을 더하면 과반이 넘어 임시 주총 개최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시주총 개최 여부 조차 ‘물음표’... 향후 경영권 분쟁 향방은

하지만 이사회를 개최해 임시주총 날짜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 경영진, 즉 형제 측은 이미 경영권은 확보한 상황인 데다가 3자 연합 제안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 이사회 개최 여부마저 알 수 없다.

특히, 한미약품그룹 내 가장 큰 골칫거리는 상속세 문제로 인한 ‘오버행(주식시장에서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잠재적 과잉 물량)’이슈다. 그룹 내에서는 오버행으로 인한 공급 증가로 강한 매도세로 이어져 최종적으로 주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 창업주 故 임성기 회장의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소액주주연대와 만나 오너 일가의 상속세 문제를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지난 13일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납부 방안과 투자 유치 상황, 주가 부진 해결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그는 “상속세 문제는 금액도 적지 않고 복잡하다. 상속자들이 다 같이 합쳐야지 풀 수 있는 문제다”며 “회사에 대한 안정성도 중요하므로 같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오버행, 마진콜 이슈 등을 빨리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오버행 이슈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회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약품 실적이 좋았지만, 주가에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대주주 오버행 이슈 등 빨리 준비해서 해소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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