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적 연주 스타일 추구… 악보 바르게 보고 해석
일상 속 생각, 상상, 그림에서 음악적 영감 얻는 편

이상원 피아니스트
이상원 피아니스트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10·20 청년들을 위한 멘토로 이상원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섬세한 음색과 따뜻한 감성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는 피아니스트 이상원은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도독하여 뮌헨 국립음대 석사과정(Master of Music)과 전문연주자과정(Meisterklasse)을 최고점수로 졸업했다.

일찍이 소년한국일보 입상, 교육부장관상을 2회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성정콩쿠르 1위, 삼익벡스타인콩쿨, 한국리스트콩쿨 2위를 수상하며 국내 무대에서 입지를 다졌다. 또한, 솔리스트로서의 기량을 인정받아 고려대학교 오케스트라의 초청으로 ‘쇼팽 콘체르토 1번’을 협연하였으며, 독일 뮌헨 Klavier Festival 연주, Ettal Kloster 연주 및 이탈리아 Finale Ligure에서 연주를 가지며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주희성, 어수희, Adrian Oetiker를 사사한 이상원은 현재 경남예술고등학교, 강원예술고등학교 영재원에 출강해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활발한 연주활동을 통해 관객들과 만남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상원 피아니스트
이상원 피아니스트

-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고, 본인만의 독특한 피아노 연주 스타일과 연주세계는 무엇인가요.

▲음악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좋아해서 계속 공부했는데, 유학을 다녀온 지금도 피아노를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해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어요. 물론 이제 시작한 입장이지만요.

저만의 독특한 연주 스타일이랄 것은 없고, 다만 저는 정석적인 걸 추구하는 편이에요. 악보에 나와 있는 것들을 바르게 보고, 해석해서 받아들이려는 타입이죠.

- 음악적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으시고, 그것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INFJ예요. 특히 가운데 NF가 강한데 머릿속에 망붕이가 있어요.(웃음) 그렇다 보니 평소 생각이 많은데 저는 선생각 후음악이에요.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을 한다기보다 일상 속 이런저런 생각, 상상, 그림들이 그려지다가 그것이 연주하거나 듣는 음악으로 연결되지요. 이런 망붕이를 작동시키기 위해선 영화를 보거나 책을 꾸준히 읽는 편이에요. 무엇이 됐든 텍스트를 읽는 게 도움이 많이 돼요. 글자를 읽으면서 그림들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고 그게 음악적 영감으로 연결되거든요. 아! 최근에는 그림들도 조금씩 접하고 있어요.

- 콩쿠르나 공연 시 많은 일이 일어나곤 하실 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비하인드 이야기를 말씀해 주세요.

▲음 생각보다 전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지만, 한가지 기억에 남는 건 예전 대학생 때 연주하는데 관객 한 분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으신 것 같아요. 근데 하필 플래시가 계속 켜져 있는 상태에서 찍으시는 거예요. 그런 데다가 자리가 한가운데여서 연주하는 내내 오른쪽 하얀 불빛이 계속 방해가 됐어요. 첫 곡이 끝나고 스탭분들에게 방송을 부탁했지만, 그분은 본인 핸드폰이 플래시가 켜진 줄 모르시고 이후 연주하는 내내 계속 방해가 됐던 기억이 있어요. 재밌다기보다는 안 좋았던 기억에 속하네요.

이상원 피아니스트
이상원 피아니스트

- 뮤지션으로서 추구하는 가치관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피아니스트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음악하는 사람은 항상 솔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일 때는 아직 배우는 단계이고 모르는 게 많으니 괜찮지만, 연주자로서 자리매김했을 때는 항상 스스로에게 솔직한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 작곡가를, 작품을 정말 좋아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지 등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솔직해야 해요.

저는 따뜻한 피아니스트로 기억되고 싶어요. 주변에서 저의 연주가 따뜻하다는 말들을 많이 해주는데 단순히 ‘잘 친다’ ‘못 친다’가 아닌 그 너머로 무언가를 전달하는구나 싶어서 좋더라고요.

- 대중들 가운데는 클래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데요. 클래식에 친근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요.

▲요즘 뛰어난 클래식 연주자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인지 클래식에 관심 가지는 분들이 늘어났어요. 유튜브를 활용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친근함을 느끼기 위해선 쉽고 간단해야 해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 중에서 ‘공부할 때 듣기 좋은 드뷔시작품’,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무슨무슨곡’ 등등이 가볍게, 그리고 듣기 좋은 작품들로 구성된 영상들이 많더라고요.

일상에서 당장 클래식을 감상하기보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배경음으로 클래식을 가까이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 피아니스트로서 음악의 최고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나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계속 성장해나가는 입장으로서, 예술 분야에서 최고라는 단어를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워요. 콩쿨에서 등수를 매기긴 하지만 연주자로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다만 더 나은 연주를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본다면 악보를 보는 연습이 필요해요. 단순히 음표를 보고 내가 음반에서 듣던 걸 따라하는 게 아니라 악보에 나와 있는 모든 것들을 해석해야 해요. 음표, 템포, 나타냄말, 기호 등등… ‘다 알고 있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린 생각보다 올바르게 알지 못해요.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마스터클래스나 렉쳐를 듣고 참고하다 보면 올바르게 보는 것에 대해 사고하게 되고 음악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게 될 거예요.

이상원 피아니스트
이상원 피아니스트

- 감탄과 감동이 살아있는 피아노 연주는 어디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연주자가 얼마나 그 무대에 진심인지 여부가 좌우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연주자가 온 마음을 다했다 해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관객이 똑같은 감동을 받을 순 없어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듣는 게 다르니까요. 하지만 연주자가 얼마나 본인 스스로를 내던졌는지는 알 수 있어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지만 적어도 연주자가 얼마나 이 연주에 진심인지는 보여줌으로써 관객분들게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다양한 연주에 참여하며 유수의 공연장에서 폭넓은 레퍼토리와 다채로운 내용의 공연을 선사해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고 계시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계시나요.

▲저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했어요. 지금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살롱 연주를 종종 진행하는 중인데 살롱이라는 공간 특성상 관객분들과 물리적으로 엄청 가까운 자리에서 만나고 있어요. 관객분들이 직접 질문을 주시기도 하고 또 제가 곡 설명이나 이야기를 할 때 웃음 짓는 등 관객분들의 반응을 계속 관찰하고 기억해서, 다음 공연 주제를 정하거나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참고합니다. 기획은 저 혼자서 하는 거지만 나름대로는 관객분들의 니즈를 최대한 쫓으려 노력 중이에요.

- 마지막으로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꿈꾸는 10·20 청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길이에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통용되는 분야가 아니에요. 계속 이 길을 걸어가고 포기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사랑해야 해요. 뻔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음악이라는 분야가 그래요. 자기만족을 위해서 해야지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부와 명예를 위해서 할 분야는 아니에요.

다만 좋아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늘 좋기만 해야 한다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힘들고 불평불만이 생기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고 좌절하는 시기도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이겨내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게 만드는 힘은 욕심이 아니라 피아노를 좋아하는 마음일 거예요. 제일 순수한 마음으로 피아노를 옆에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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