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외 상황 많아...업무상 재해 판단도 제각각

최근 행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23구합75058, 2024.4.19. 선고)에서는 근로자가 무면허 상태에서 오토바이로 퇴근하던 중 과속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근로자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발생한 출퇴근 재해에 대해 법원이 어떠한 이유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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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근로자는 경기도 00시에 소재한 회사 소속의 근로자다. 2022년 10월 24일 18:45경 00시에 소재한 회사 부근 도로를 오토바이를 운전해 주행하던 중, 앞서 시속 약 60Km로 진행하던 차량을 좌측으로 추월해 진행하다가 차량 약 80~90m 앞에서 진행하고 있던 트럭의 좌측 뒷부분을 근로자의 오토바이 전면부로 추돌했으며, 이 사고로 근로자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 사건의 경위 :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불인정 

이에 원고(근로자의 자녀들)는 근로복지공단(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근로자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피고는 근로자가 오토바이를 운전한 행위는 도로교통법상 무면허 운전인 점, 일몰 이후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도로 환경임을 감안하더라도 앞 선 차량을 추월하기 위해 시속 60Km 이상으로 과속 주행했고 평소 유사한 도로주행 습관이 있었다는 회사 동료의 진술이 있었던 점, 트럭 운전자에게 도로운행 상 과실을 찾을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이 사건 사고는 근로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했다. 이에 유족인 원고들은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원고(유족)들의 행정소송 제기 이유 

근로자가 운전한 오토바이는 대중교통이 불편한 농어촌 지역에서 가까운 거리 간 이동수단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고, 근로자의 집에서 회사까지 대부분 농로나 도로가 아닌 곳으로 구성되어 있어 출ㆍ퇴근에 이용할 만한 대중교통이 없었으며, 회사에서도 근로자가 수년 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출ㆍ퇴근하는 것을 인지 또는 용인하고 있었던 점, 사고 당시 비록 근로자가 무면허 상태였으나 수년 간 오토바이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것을 비롯해 신호위반 등으로 범칙금 처분을 받은 사실이 없었고, 근로자가 무면허 상태로 오토바이를 타고 통근한 행위가 산재보험법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될 정도로 그 위법의 정도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트럭 운전자에게도 비상등을 켜는 등의 조치를 치하지 아니한 채 통상의 속도가 아닌 시속 20Km로 서행해 운전한 잘못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는 오로지 근로자의 무면허 운전 또는 운전미숙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기보다는 근로자가 앞차를 정상적으로 추월하는 과정에서 통상의 차량보다 상당히 서행해 운행하고 있던 트럭 운전기사의 안전조치 미이행이 경합해 발생한 사고로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사고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는데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산재보험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근로복지공단의 부지급 결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 법원의 판단 : 서울행정법원 2023구합75058, 2024.04.19. 선고 

산재보험법 제37조제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원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해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근로자의 중대한 과실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대법원 2022.5.26. 2022두30072 판결 등)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고가 근로자가 무면허 상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다른 차량과 충돌해 발생한 사고이고, 위 사고 발생 과정에서 근로자의 도로교통법 위반의 범죄행위나 업무상 과실이 일부 기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사건 사고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근로자가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① 산재보험법 상 ‘범죄행위’는 법문 상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ㆍ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사유의 입법취지에 따라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절시키고 재해의 직접 원인이 되는 행위로 제한해 해석ㆍ적용함이 타당하다. 

② 근로자의 집과 회사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어 평소 오토바이를 타고 출ㆍ퇴근하고 있었고,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평소 통근을 위해 이용하고 있는 도로로서 정상적인 경로를 벗어난 곳에 있다고 볼 수 없으며, 회사 소속 직원으로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발생했다. 

③ 근로자의 무면허 운전은 이 사건 사고 발생과 직결된 것이 아니라 운행의 적법성 요건에 흠결이 있는 것에 불과하므로, 무면허 운전 자체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④ 이 사건 사고의 경위(트럭의 저속운행 및 후미등 미작동 가능성 등)를 종합하면, 피고의 이 사건 차분 사유 중 이 사건 사고가 근로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교통사고라고 본 부분은 납득하기 어렵고, 온전히 근로자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⑤ 근로자의 과속운전이 사고의 우연성을 결여시켰다고 볼 수 없고, 과속운전에 관해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징벌에서 나아가 업무상 재해성을 부정해 산재보험법 상의 보험급여를 부정해야 할 필요까지 있다고 보기 어렵다. 

⑥ 이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는 근로자에게만 발생했고, 이러한 피해는 평소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있어 안전에 관한 주지의무를 태만히 했을 경우, 이 사건에서처럼 도로 여건이나 교통상황 등 주변 여건과 결합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업무 자체에 내재된 전형적인 위험 중의 하나라고 보인다. 

⑦ 외형상 법령을 위반한 범죄행위에 해당하더라도 근로자에게 징벌로서 보험급여를 박탈할 정도의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 비난할 만한 과실행위나 반사회성이 있는 경우로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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