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지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패배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여전히 국민의힘 내 차기 대권 후보로 분류된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연임을 포기하고 대권 행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내 정치를 비롯해 외교, 국방, 경제, 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중에서 단연 여의도 정치에 관심이 많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이른바 ‘한동훈 불가론’을 외쳤다. 이를 통해 정치적 존재감도 드러냈다.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는 홍 시장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 국회의원.시장.당대표.대선후보 정치이력 화려...가벼운 언행 걸림돌
- 강점; ① 화려한 정치경력 ② 스타정치인 ③ 영남후보
- 약점 ① 외연확장 한계 ② 세력 부재 ③ 상대적 고령
홍준표 대구시장은 1996년 정치에 입문한 후 30년 넘게 정치권에서 활약하고 있다. 주요 대선 주자들 중 정치 커리어가 압도적으로 높다. 여당 원내대표, 여당 당대표, 대선후보, 경남지사, 대구시장 경력에 5선 국회의원까지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특히 헌정사상 최초의 민선 복수 단체장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특히 기존 정치인들과는 달리 많은 별명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저격수, 홍반장, 돈키호테, 홍트럼프(홍준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 등이다.
정치인으로서의 스토리텔링 또한 나쁘지 않다. 대표적 흙수저 정치인이다. 초등학교 시절 잦은 전학에 도시락을 못 쌀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의대 진학을 희망했지만 학비 문제로 육사로 방향을 틀었다가 검사를 꿈꾸며 고려대 법대로 진학했다.
나아가 돈 문제, 비리 문제, 가족 문제 등에서 타 정치인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성완종 게이트로 궁지에 몰렸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홍준표, 민감한 이슈 목소리 내
산전수전 다 겪은 그에게 이제 남은 건 차기 대권 뿐이다. 홍 시장은 대구시장에 있으면서도 SNS를 통해 정치적 발언을 연일 쏟아내며 대권을 향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실제 홍 시장은 17대 시·도지사 중 SNS 정치를 가장 활발히 하고 있다. 또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지지자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다. 이 자리에서 차기 대권에 대한 목표도 숨기지 않았다. 한 지지자가 차기 대권 도전을 주문하자, 홍 시장은 “2027년이면 대선후보로 거론된 지 10년 되는 해”라며 2017년 19대 대선후보로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맞선 뒤부터 지금까지 차기 주장 중 한명으로 꼽혀왔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차분하게 준비해 보겠다”라는 말로 차기 대권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패장이 나와서 원내대표 한다고 설치는 건 정치 도의가 아니다(친윤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설 비판)”, “지구당 부활 논쟁은 반(反)개혁이며 원외 위원장들의 표심을 노린 얄팍한 술책(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지구당 부활론 반대)”이라는 등 정치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김건희 여사 특검이나 채 상병 특검 등 민감한 이슈에도 어김없이 목소리를 낸다.
관심사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소속 오승환 선수가 부진한 경기력을 펼친 데 대해 “세월은 속일 수 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는 정치적으로 플러스 요인이다. 통상적으로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17개 시도지사 중에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후보는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정도다. 그럼에도 홍 시장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며 차기 대권 주자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동훈 대표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내면서 친윤계와 윤석령 대통령 지지층을 비롯해 보수텃밭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홍 시장은 “한동훈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는 등 한 대표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는 김한길 국민소통위원장을 국무총리, 장제원 의원을 비서실장에 추천하는 등 국정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비윤계와 수도권 당선인들이 요구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에 대해 “당대표 선거는 당원 100%로 하는 게 맞을 것으로 보인다”며 친윤계와 영남권 의원들의 손을 들어준 것도 보수 표심잡기의 일환으로 읽힌다.
최근에는 박정희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구시는 동대구역 광장과 대구 대표도서관 공원을 각각 박정희 광장과 박정희 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동상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홍 시장은 “이미 구미와 경주 등지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이 건립돼 있다”며 “"대구시가 처음으로 건립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반대하는 건 유감”이라며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대구·경북(TK) 보수 지지층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인사는 “홍 시장은 지난 대선 경선에서 민심의 우세에도 당심의 뿌리인 TK에서 열세였다. TK를 중심으로 당심만 잡으면 대선 고지에서 유리하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내 기반 취약 등 약점 극복은 최대 과제
홍 시장의 난점은 취약한 당내 기반이다. 실제 지난 대선 당시 조경태, 하영제 의원만 홍준표 캠프에 합류했다. 현역 의원이 대거 몰렸던 당시 윤석열 캠프를 떠올리면 홍 시장의 최대 아킬레스건이 아닐 수 없다. 홍 시장 측 사람들 역시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 뼈아프다는 말을 많이 한다.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의 경우 지역 기반에 계파 의원을 거느리기 마련이다. 정치권에서는 “계파를 안 만드는 게 아니라 못 만드는 것”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홍 시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현실 정치에서의 무계파는 홍 시장에게 최대 약점이다. 사람이 중요한 정치권에서 이같은 행보는 사람을 잘 챙기지 못한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번 수해 골프 논란 당시 홍 시장의 약점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홍 시장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또 외연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도층을 포섭하려 노력했던 20대 대선 경선 때와 달리 홍 시장은 대구시장이 된 후 우편향적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수층을 잡기 위해 박정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대권주자로서의 장기적 관점에선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호남에 강한 반감을 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 대선주자로 언급되는 후보들 중에 가장 나이가 많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는 이들도 적잖다. 홍 시장이 당선된다면 70대 초반에 대통령이 되어 70대 후반에 퇴임하게 된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만델라 전 대통령처럼 70대 초중반의 나이에 대통령이 된 정치인들을 생각하면 홍 시장도 대선 때까지 정치 생명과 건상, 인지도를 유지할 경우 약점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만 78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다만 홍 시장이 대권 대권주자들에 비해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불리해보인다. 여권 내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한동훈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장관 등과 비교했을 때 홍 시장의 나이가 단점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