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갤럽 정치인 호감도 1위 및 차기 주자 선호도 3위 ‘상승세’

[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차기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다. 기다림의 미학을 바탕으로 담대한 차기 전략을 구사해온 오세훈 시장은 느긋한 편이다. 치열한 정치 현안과는 거리를 둔 채 서울시정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동안 22대 총선과 22대 국회로 이어지는 여야의 난장판 혈투에 직접 참전하기보다는 정중동 행보를 고집해왔다. 이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현실정치에 적극 뛰어들면서 목소리를 높인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오 시장은 천만 서울시민의 삶과 복지를 두루 챙기는데 온힘을 쏟아왔다. 때로는 차기 주자로서 주요 정치현안에 대한 일침도 아끼지 않았다. 차기 주자로서의 내공을 쌓은 한편 정치적 존재감도 과시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동훈 대세론을 저지할 수 있는 유력 대항마인 오 시장의 정치적 장단점을 집중 탐구했다.

쪽방촌 방문해 폭염대비 점검하는 오 시장. 뉴시스
쪽방촌 방문해 폭염대비 점검하는 오 시장. 뉴시스

- 여야 극한 대치 속 반사이익서울시정 올인하며 차기 몸풀기
 천만시장 안정감에 개혁 이미지 vs 영남 세력 부재에 팬덤
MB 벤치마킹해 임기 후 차기 도전 한동훈 대세론대항마 부상

오세훈 시장은 4선 서울시장이다. 200016대 총선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이후 줄곧 개혁보수의 상징으로 불렸다. 참신한 이미지에 합리적 성향으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잇는 보수의 차세대 리더로 떠올랐다. 정치인생 정점은 40대 중반의 나이로 서울시장에 오른 것이었다. 다만 재선 서울시장이던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모든 것을 잃었다. 10년간 고난의 시기를 경험한 뒤 우여곡절 끝에 친정인 서울시장으로 돌아왔다. 오 시장의 임기는 20266월까지다. 21대 대선이 실시되는 20273월까지는 불과 9개월 차이다. 퇴임 이후 차기 도전은 당연한 수순이다. 서울시장을 거쳐 대권을 거머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행보와 유사하다.

, 극한대치 여야와 거리두기서울시정 올인하며 쓴소리도

오 시장은 8기 민선 서울시장 취임 이후 여야의 극한대치를 비판하며 다소 거리를 둬왔다. 강성팬덤에 의지한 채 생산성 제로의 사생결단식 정치풍토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오 시장의 이러한 인식은 지난 6월말 서울시장 2주년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잘 알 수 있다.

오 시장은 한국 정치의 대세는 파이터다. 파이터가 다른 파이터를 때리고, 그 과정에서 팬덤이 생겨나고, 팬덤이 파이터를 다시 극단으로 몰아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은 뒤

톡 쏘는 사이다보다, 밋밋해도 우리 몸에 필요한 생수 같은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직은 버티고 있다. 저는 저의 길을 가겠다. 대세와 싸우는 파이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오 시장은 다짐대로 여의도와는 거리를 둔 채 서울시정에 주로 올인해왔다.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운 오 시장은 시민들의 삶을 꼼꼼히 챙겨왔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가 서울 대중교통의 무제한 이용이 가능한 기후동행카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버금가는 것으로 흥행 돌풍을 이어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취약계층에게 무료 인터넷 강의를 제공하는 서울런도 과중한 사교육비 해결책을 제시한 오 시장의 작품이다. 아울러 오세훈표 건강관리 서비스인 손목닥터9988’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만 여야의 후진적인 극단정치에는 뼈있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자폭분당 대회로 불리며 막장으로 치달았을 때에는 강력한 비판과 경고를 쏟아냈다. 오 시장은 폭력사태까지 발생하는 극한 대립 속에서 누가 대표가 되어도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전당대회가 이렇게 공멸의 길로 간다면 승리자 또한 절반은 패배자라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수적우위를 앞세워 입법독주에도 비판적이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의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단독 처리와 관련, “어려운 국민부터 보듬기 위해 마련된 복지 재정을 가진 사람들의 지갑을 채워주는 데 쓰겠다는 논리라고 비판한 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뿌릴 돈이면 차라리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영세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도울 방안을 모색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민주당의 무차별 탄핵공세에도 탄핵 정쟁 속에서 민생은 실종되고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는 시민, 국민들이 입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난장판 같은 여야의 대결구도에 오 시장의 몸값은 상승하고 있다. 이재명 대세론과 한동훈 대세론이 막강한 차기 지형에서 본인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서울시민과 국민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오 시장의 직무수행에 대해 실시한 여론조사(18세 이상 서울시민 346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7%포인트)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과반인 55%로 나타났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30% 안팎의 박스권을 갇힌 것과 비교하면 대단히 안정적인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야 주요 정치인 중 국민 호감도 상위권이다. 오 시장은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계 인사 6명의 호감도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36%1위를 기록했다. 이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35%, 이재명 민주당 대표 33%,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31%, 홍준표 대구시장 30%,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27%의 순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9월 한국갤럽의 같은 조사에서도 35%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행정경험 수도권 개혁 이미지 vs 영남지지세 미약에 엘리트 이미지

도봉지하차도 점검 나선 오시장. 뉴시스
도봉지하차도 점검 나선 오시장. 뉴시스

오 시장의 강점은 다양하다. 천만 서울시장의 안정감 145조 예산을 다루는 행정경험 수도권을 근거를 둔 개혁적 이미지 각계 진출한 탄탄한 고려대 인맥. 오 시장은 4선의 풍부한 행정경험으로 바탕으로 민선 8기 서울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145조원의 예산을 사용하면서 경제·복지·부동산·교통 등 광범위한 업무를 다룬다. 외교와 국방 업무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은 늘 소통령으로 불리는 준비된 차기 주자다. 오 시장은 또 단순한 행정가가 아니다.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불린 정치자금법 개정의 주인공으로 국회의원 경력도 갖추고 있다. 수도권을 대표하는 개혁 성향의 정치인인 셈이다. 차기 대선의 핵심 포인트가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 공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연확장이 가능한 개혁적 이미지는 오 시장의 플러스 요인다. 이는 검사, 법무장관, 원외 당 대표로 이어지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비교할 때 오 시장만의 강점이다. 이밖에 고려대 출신의 오 시장은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한 동문 인맥이 탄탄하다. 특히 대일고 고려대로 이어지는 동문인 박형준 부산시장이 가장 유명하다. 만일 오 시장이 대권을 거머쥐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어 고대 출신 두 번째 대통령이 된다.

다만 오 시장이 대권을 쟁취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정치적 결단 리스크 미약한 영남 기반 비서민 엘리트 이미지가 대표적이다. 정치적 리스크는 과거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와 같이 다소 여론과 동떨어진 결단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수도권을 기반으로 개혁적인 이미지 탓에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영남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약하다. 역대 대선을 살펴보면 보수진영 대권후보는 영남에서 대세론을 유지하지 않으면 최종 후보 선출이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당내 경선은 물론 대선 본선에서도 영남 몰표를 바탕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한동훈 대표가 지난 전대에서 60%대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영남의 절대적 지지 탓이었다. 마지막으로 흙수저 출신과는 관계없이 준수한 외모 탓에 서민과는 거리가 먼 엘리트 정치인으로 이미지가 고착돼 있는 점도 부담이다.

차기 침묵하던 오, 매머드 자문단 구성 속 차기 도전 뭄풀기

오 시장은 크고작은 인터뷰에서 대선 도전에는 유독 말을 아껴왔다. 5선 서울시장이 꿈이라며 202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도전을 시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22대 총선 이후에는 기류가 미묘하게 바뀌었다. 오 시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과 서울시장 도전을 묻는 질문에 반반이다선출직은 국민의 부름에 늘 응해야 하지만 지금은 일에 깊이 빠져있다. 일을 잘하면 다음 스케줄은 부수적으로 따라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서울시정에서 성과를 내면 자연스럽게 차기 주자로서의 호출이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실제 22대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역사적인 대참패를 기록하면서 오 시장의 몸값은 연일 상승 중이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서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 프레임에 따른 총선참패로 명확한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전대 승리를 통해 당 대표로 화려하게 권토중래했지만 보수진영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검사출신 대통령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인식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여권 차기지형이 대안부재에 시달릴수록 오 시장이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와 얘기나누는 오시장. 뉴시스
한 대표와 얘기나누는 오시장. 뉴시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오세훈계로 불리는 자파 세력이 부족한 것은 최대 약점이다. 22대 총선에서는 과거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의 조은희 의원과 대구시장을 지낸 권영진 의원 정도가 생환했다. 오신환·현경병·이창근 등 대표적인 오세훈계 정치인들은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차기 서울시장을 희망하는 나경원 의원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당내 우군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오 시장의 본격적인 차기 행보로 지지율이 10% 안팎으로 오른다면 부족한 당내세력은 급속도로 메꿀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지난 7월 중순 매머드 시정고문단을 꾸린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정치·행정·외교 분야는 물론 법조계, 언론계, 측근 그룹까지 동참했다.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일종의 자문그룹이면서 별동대 성격도 지녔다. 서울시 측에서는 시정 현안에 대한 자문역할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오 시장이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나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전문가인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를 좌장으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 김의승 전 행정1부시장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이 합류했다. 강철원·김의승·오신환 전 부시장은 오 시장의 측근 3인방이다. 국제정치·외교 분야에서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거친 남성욱 고려대 교수,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또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의 배보윤 변호사, 검찰 출신 김광삼 변호사, 백성문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도 합류했다. 언론계에서도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김미라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주택·도시계획 전문가인 류훈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초빙교수, 서울시 대변인 출신의 국민의힘 이창근 당협위원장, 서울시 시민소통기획관 출신의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도 고문단에 합류했다.

여야 사정에 정통한 한 정치평론가는 오세훈 시장은 40대 중반의 이른 나이에 서울시장을 거쳐 10여년에 이르는 정치적 낭인시절까지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겪은 정치인이다. 남은 건 차기 대선이라며 지지도가 미약하고 팬덤이 부족한 것은 약점이나 보수 차기주자 중 확장성이 가장 높은 점은 플러스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한동훈 대표가 보수진영에서 차기 대세론을 구축하고 있지만 오 시장의 정치역량과 저력을 생각하면 만만치 않은 대결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서울시장 임기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대선구도에 접어들면 한동훈 대세론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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