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로 접어들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리는 청문회들이 호통치고 모욕주기로 막가더니 급기야 대통령 부부를 가리켜 “살인자”란 극언도 서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래 국회 청문회는 참고인, 감정인, 전문가 등의 증언과 의견을 청취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요즘 청문회는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행정부 요원들을 불러놓고 완장찬 점령군이 포로 다루듯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에게 “팔짱 끼고 답변하지 말라”고 고함쳤다. 여기에 김 직무대행이 “잘 들리니 언성을 높이지 말라”라고 하자 대뜸 “건방 떨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최민희 민주당 소속 과방위위원장은 증언에 나선 인사들에게 “팔짱을 끼고 웃거나 얼굴을 비비는데 답변 태도로 매우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얼굴도 비비지 못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최 위원장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뇌 구조가 이상한 것 같다”며 정신병자처럼 들리게 했다. 한편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최 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군 장성들에게 “일어나 반성하고 들어오라”라고 퇴장시켰고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장성들에게 “두 손 들고 서 있으라”며 마치 불량 초등학생에게 벌주듯 했다. 국가 상징인 대한민국 국군 제복에 대한 모독이었고 수십 년 군 막사에서 나라를 지켜온 노병들에 데한 모욕이었지. 민주당 의원은 “건방 떨지 말라”라고 고함치기 전 자신이 건방 떠는 게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국회 청문회가 그렇게 막가는 데는 필시 까닭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의석 과반수를 믿는데 기인한다. 아무리 막말해도 민주당이 과반수로 자신들을 비호해 준다고 믿는 구석 탓이다. 과반다수에 의한 폭거이다. 민주당 의원의 막말은 8월14일 열린 법사위 청문회에서 전현희 의원의 극언으로 이어졌다. 아날 청문회는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의원이 오늘의 “권익위 수뇌부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등을 덮기 위해 강직한 공직자를 억울하게 희생시켰다”며 끼어들었다. 그에 송준석 국민의힘 의원은 전 의원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본인은 그분 죽음에 죄가 없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전 의원은 “김건희가 살인자다. 김건희•윤석열이 국장을 죽인 거예요”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 의원이 “범죄적 막말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전현희 의원직 제명 결의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들께서 보기에 불편을 드렸다면 참으로 유감”이라며 “국민이 인정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전현희의 “살인자” 극언은 당 원내대표의 유감표명으로 그칠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국회에서 면책특권 뒤에 숨어 내뱉는 “범죄적 막말”을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민이 합법적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소리친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국회의원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거나 다름없다.

2009년 9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 양원에서 연설할 때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은 “당신은 거짓말하고 있어요”라고 소리쳤다. 하원은 윌슨에 대한 비난 결의안을 채택, 징계했다. 그리고 하원 의사운영위원회는 “정치적인 반대와 개인적인 비난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의원 행동지침에 대통령 항목을 새로 추가 했다. 전 의원의 “살인자” 폭언은 정치적인 반대를 떠난 개인적인 비난이었다. 전 의원에 대한 제적은 물론 의원 행동지침을 보다 구제화해 재발방지를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민주당의 다수결에 눌려 그냥 넘어간다면 제2, 제3의 전현희는 나타날 수 있다. 미 의회와 같은 구체적인 의원행동지침과 엄한 책임추궁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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