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정봉주도 개딸들 앞에서는 한낱 하룻강아지에 불과했다. 필자는 지난 호에 정봉주 후보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입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틀 만에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여의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개딸들의 위력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정봉주 후보는 지난 18일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탈락 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를 반대했던 분들조차도 민주 진보 진영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시 뵐 날을 기약하겠다.”라며 평소의 정봉주답지 않은 나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개딸들에게 호되게 당하고 보니 정신마저 몽롱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정봉주의 최고위원 탈락에 이재명 대표는 물론 개딸들도 스스로의 위력에 새삼 놀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개딸들에게 여의도 정치에서 불가능한 것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였던 것 같다.

전당대회 다음 날인 81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어떤 경력이나 과거도 현재의 시대 과제보다 우선할 수 없고, 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집단지성이 가차 없게 대한다.”며 정봉주 후보의 최고위원 탈락을 분석한 김어준 정도만이 개딸들의 위력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지 않았나 싶다.

봉도사 정봉주가 오랜 친구인 김어준의 도움도 받지 못할 정도가 된 것 같아 측은한 마음마저 든다. 2011년 감방에 갈 때조차도 봉도사 정봉주는 여유가 넘쳤었다. 누가 뭐래도 봉도사 정봉주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선견(先見)을 보여준 사람이다. 그가 최고위원 낙선에 위축되지 말고 빠르게 정치인으로 재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호에도 언급했지만, 그는 이재명의 대안이자, 그에게 더불어민주당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결과 분석 중, 주목할 만한 분석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분석이다. 이준석 의원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놀라는 것은 선출된 인사 6명 중에 경상도 지역 연고가 있는 분이 다섯 선출됐다는 것”, “대선을 생각해 보면 저 영남 라인업이 어떻게 작동할지 예의 주시해야겠다.”라고 썼다. 그가 어떤 의미로 그러한 글을 썼는지는 모르겠으나 호남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의 형상만큼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더불어민주당에는 두 개의 큰 세력이 존재한다. 하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호남인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가야 한다는 부류이다. 때로는 호남 중심 정당을 꿈꾸기도 하고, 때로는 호남이 주도하는 정권교체를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세력은 더불어민주당의 또 다른 큰 세력인 영남파 세력에 의해 견제당하고, 무력화되면서 소수파 세력으로 전락했다. 리더격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당을 떠났고, 송영길 전 대표는 당에서 쫓겨나 감방에 갇혀 있으며, 이재명의 반대 세력들은 공천을 통해 정리됐고,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호남 출신 국회의원 중 가장 먼저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민형배 의원조차도 이번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7위로 낙선했다.

영남파 세력은 호남의 지지기반을 발판으로 영남으로 지지를 확대하여 정권을 쟁취하겠다는 세력이다. 노무현 정권, 문재인 정권 창출로 성공을 거둔 이력도 있다. 이재명 대표도 이러한 생각에 기반한 정권 쟁취를 꿈꾼다. 이번 전당대회는 그러한 논리를 증명하는 전당대회였다.

결과 경상북도 안동 출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하여 영남 출신 4명의 최고위원과 호남 출신 한준호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를 구성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심장이라는 호남은 그 기능이 정지됐고, 그곳에 이재명 대표는 영남 심장을 이식했다. 정권 창출만이 심장이식이 성공됐음을 증명할 것이다. 과연 이재명 대표는 그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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