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월21일 전격적으로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부통령인 인도계 흑인 카멀라 해리스를 자기 대신 후보로 공식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해리스는 러닝메이트(부통령)로 백인 남성 팀 월즈 미네소타 주 지사를 지명했다. 지난 8월8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 지지율은 42%로 도널드 트럼프 지지율 37%를 크게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지지는 44%에 그쳤는데 반해 트럼프는 46%로 앞섰었다. 트럼프는 기타 여론조사에서도 줄곧 바이든을 눌렀다. 그래서 유럽과 아시아의 우방국들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하며 고립주의로 가는 트럼프의 집권에 대비, 대응책을 강구해야 했다.

하지만 해리스·월즈가 트럼프를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 가면서 염려했던 우방국들은 한시름 놓게 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해리스는 1964년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에서 카리부 해 자메이카계 경제학 교수 아버지와 인도 타밀족 출신으로 유방암 교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2004년 샌프란시스코의 첫 흑인 여성 지방검사장, 2011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 2017년 미국의 두 번째 비백인 여성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해리스는 민주당의 전통적 진보주의자다. 여성의 낙태권을 주장하고 부자증세와 법인세 대폭인상을 요구하는 등 진보 중에서도 좌로 기울었다. 하지만 그는 대외관계에선 강경 보수를 고수한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유대강화를 강조하며 “김정은과 러브 레터를 교환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월즈 주지사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아버지의 권유로 17세 때 군에 입대, 상사로 제대했다. 내브라스카 주의 지역 차드론 주립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20년 넘게 고교 지리 교사로 근무했다. 월즈도 정치에 입문해선 진보노선의 법안들을 적극 쏟아냈다. 2019년 재산 신고서에 의하면, 부부의 순자산은 11만 2003달러(한화 1억5000만 원)가 전부였다. 그는 집도 없고 주식도 없으며 코인도 없는 저소득층으로 살아왔다.

이처럼 해리스와 월즈는 흑인으로서 그리고 집도 없고 주식도 없는 소시민으로 유권자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공화당의 트럼프는 뉴욕의 재벌이고 JD 밴스 부통령 후보도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하고 있으며 부부의 순 자산은 400만~1040만 달러로 추산된다. 코로나 전염병 이후 경제적 침체 속에 허덕이는 미국인들로서는 당연히 집도 없고 주식도 없는 월즈에게 끌릴 수밖에 없다. 거기에 월즈는 재치 있는 연설로 청중들을 사로잡는다. 그는 트럼프와 밴스를 “이상한 사람들(weird)”이라고 단정했고 “weird”는 두 사람을 불가사의한 존재로 규정짓는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다만 월즈는 대학 졸업 후 중국에 가서 영어교사로 근무했고 그것을 계기로 중국을 30여 차례나 방문하는 등 중국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원의원으로 12년 활동하면서 중국의 인권문제와 민주화를 강력히 요구하였고 항상 중국 상품 범람으로 인한 미국 노동자들의 실직사태를 걱정하곤 했다. 월즈에게 친중 경도는 걱정 안 해도 된다. 해리스의 함박웃음과 천진스러운 미소도 유권자들에게 기쁨을 준다. 해리스는 활짝 웃고 미소를 자주 짓는다. 웃는 얼굴에 침 뱉겠느냐는 말처럼 해리스의 천진스러운 웃음과 미소는 상대편에게 긴장 대신 기쁨과 안도감을 준다. 선거에선 국가 장래를 좌우하는 묵직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쁨을 가볍게 선사하는 정다운 웃음과 미소도 표를 끌어낼 수 있다. 해리스·월즈가 트럼프·밴스를 넘어서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두 사람의 부드러운 개성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는 11월5일 대선에서 해리스·월즈가 승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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