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명동의 황제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조폭 두목 신상현(일명 신상사)이 사망했다. 언론에서는 대한민국 조폭 1세대의 마지막 한 사람이 사망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장군의 아들 김두한, 정치 깡패 이정재, 이화룡, 유지광 등의 기업형 조폭, 스라소니 이성순 같은 협객 등과 동시대를 풍미했던 신상현의 죽음은 대한민국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기도 했다.

신상현의 빈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조기를 보내 애도를 표했으나, ‘조폭에게 조기를 보내는 서울시장이 제정신이냐!’라는 논란이 일자 곧바로 조기를 수거해 갔으며, 가수 설운도, 태진아 등도 조화 등을 보내 애도를 표했다고 한다.

특히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 대표는 직접 장례식에 참석해 신상현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고 하니 조폭과 유력 정치인, 조폭과 인기 연예인의 관계는 건전한 친교 관계라기보다는 기생(寄生)의 관계인 듯싶어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1970년대 강남개발 이후 1980년대부터는 조폭 활동의 중심이 서울 도심에서 강남으로 이동했음을 우리는 수많은 조폭 영화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바이긴 하였으나, 신상현의 죽음을 통해 조폭은 명동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명제, 명동설(明洞說)’이 명실상부하게 종언을 고했음을 확인하는 바이다.

그런데 여의도에도 때아닌 명동설이 한창이다. 여의도 명동설은 조폭들이 사용하던 지명으로서의 명동설이 아닌 여의도 정치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설인데, 이를 한자로 표현하면 명동설(明憧齧)이 된다. 유사품인 명동설(明動說)은 이재명이 움직인다는 뜻으로, 이재명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설과는 거리가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명동설(明憧齧)을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여의도의 더불어민주당에는 크게 3가지 부류가 존재하는데, 첫째는 이재명(李在明)의 명()으로 이재명이 여의도 정치의 중심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이 되고, 정책이 되며, 때로는 좌표가 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의지를 말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의 의지를 자신의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그가 그러한 행위를 하는 것은 그것이 자기 권력의 원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재명에 대한 그리움이 차고도 넘치는 족속들로 명비어천가에 자신의 정치 인생을 모두 건 더불어민주당 내 대부분의 영혼 없는 정치인들이다. 이재명에 대한 흠모와 우러르는 마음이 구구절절 간절하다. 이들을 동동(憧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셋째는 이재명의 폭주에 맞서는 이들로 설()이라 불린다. 이를 악물고, 물어뜯고 갉아먹는 야무진 족속들이다. 원래 한국인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에 특화된 민족이었지만, 최근에는 특정 제약회사의 의약품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이러한 특기가 약화된 것 또한 사실이다.

현재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에서는 영원한 이장님 김두관 후보와 진용(眞勇)의 진수 김지수 후보가 설()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재명 후보에게는 역부족인 듯싶다. 대신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봉도사 정봉주 후보가 김민석 후보를 필두로 한 7인의 동동(憧童) 후보들과 치열한 설전(齧戰)을 벌이고 있다.

오는 일요일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이재명은 대표, 그리고 소위 수석 최고위원에는 김민석 후보가 확정되는 분위기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초선 출신 원외 중진 봉도사 정봉주 후보가 유일한 설치류(齧齒類)로 지도부에 입성할 것 같다는 전망이다.

지구 최강의 설치류 봉도사 정봉주가 최고위원으로 설치는 더불어민주당이 된다면, 더불어민주당도 살고 그도 이재명의 대안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봉주에게 더불어민주당의 미래가 달려있다면 누구에게는 기우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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