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창작을 즐기는 것만이 광고인으로 생존하는 길”
“‘Why to say’를 중요하게 생각… 근원적 성찰 선행돼야”

류진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류진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10·20대 청년들은 장래 직업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만, 자신의 진로 설계가 과연 올바른 것인지 확신을 얻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요서울이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를 만나 그 직업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알아봄으로써 청년들에게 올바른 직업관을 심어주고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번에는 ‘광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10·20 청년들을 위한 멘토로 류진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류진한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21년 동안 한화그룹 광고회사 ㈜Hancomm 등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Copywriter)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로 근무했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한화그룹, 대우그룹, 현대중공업, 한국관광공사 등의 기업광고와 비락식혜, 빙그레, 동원F&B, 미에로화이바, 재능교육, 전자랜드, 스포츠토토, 63시티, YES24 등 광고 캠페인을 제작했다.

광고업계에 종사하면서 대한민국광고대상, 대한민국광고윤리대상, 대한민국유공광인표창 등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계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카피라이팅,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발상 등 창의성 중심의 수업을 강의하고 있다.

‘업(業)이 살아야 학(學)이 산다’는 철학으로 많은 기업과 단체 등에서 창의성의 필요와 역할을 알리는 일로도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아이디어톤 특강
계명대학교 아이디어톤 특강

- 성공한 ‘광고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어떤 역량과 자질을 키워야 하며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요?

▲‘광고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역량의 기준은 광고인마다 다를 수 있지만, 저는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광고를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광고를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른데 광고는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과 같아서 장기간의 시간과 체력을 관리해야 하는 업무예요. 좋아하지 않으면 오랜 기간 현업에 근무하기 어렵고, 그 일을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업무 능력도 오르게 됩니다. 다음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창의성’이에요. 특히, 요즘처럼 AI가 인간의 대부분 일을 대신해 주는 시대일수록 광고 창의성은 본인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무기죠. 그리고 광고는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성’과 ‘인간에 대한 이해’는 업무를 위한 필수 덕목이라고 볼 수 있어요.

- 현재 언론광고학부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광고 크리에이터 성공백서’를 발간하셨는데, 두 업무 간 창출된 시너지 효과는 무엇인가요?

▲광고는 사회과학의 다양한 학문 가운데 ‘실용의 가치’가 가장 높은 전공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동안 10여 권의 전공 서적을 집필하고 출간하면서 나름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업(業)에 기여하는 책’을 출간하는 일이에요. 즉, 단순한 대학 교재로서의 책보다 광고를 배우는 학생은 물론 광고의 현장에 있는 프로들의 실질적인 업무에 도움을 주고 힌트가 되는 책을 쓰는 것이 저의 집필 철학인데요. 대학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대다수가 광고회사나 홍보회사나 PR회사 또는 마케팅이나 커뮤니케이션의 현장에서 근무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현장에 필요한 책(교재)’으로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시너지를 냅니다.

대구MBC 인문학캠페인_(녹화)
대구MBC 인문학캠페인_(녹화)

- 한화그룹의 광고회사 한컴 등에서 21년 동안 카피라이터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하시면서 대한민국유공광고인 표창, 대한민국광고대상 등을 수상하셨는데요, 이렇게 큰 상을 수상하시게 된 비결은 무엇인가요?

▲상을 받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본인의 업무나 능력을 업계나 외부로부터 인정받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상을 받으려고 일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21년 동안 상을 받으려고 생각을 하거나 별도의 노력을 할 정도의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어요. 상을 받는 데 딱히 비결이 있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좋아서 하는 일에는 나름의 욕심과 사명감이 생기고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광고를 만들다 보니 나름의 성과가 생기고 과분한 상과 표창을 받은 것 같아요. 격려와 칭찬과 응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창의적인 광고를 기획할 때 특별히 어떤 광고 전략을 펼쳐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으로 광고를 이야기할 때 ‘전략’과 ‘제작’으로 나누어 이야기합니다. 전략은 광고를 기획하는 일이고, 제작은 기획된 내용을 표현하는 일인데, 데이비드 오길비(D. Ogilvy)라는 분은 “What to say?” 즉,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여겼고, 번바흐(W. Bernbach)는 “How to say?” 즉,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저는 ‘무엇’이라는 전략이나 ‘어떻게’라는 방법보다는 “Why?” 즉, 우리가 ‘왜 이 캠페인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이고 깊이 있는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국, 제품을 사고 서비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필요(needs)나 욕구(wants)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 창의적인 광고를 기획하고 만들어 내는 핵심이니까요.

한국광고PR실학회 제8대 회장
한국광고PR실학회 제8대 회장

- 자본주의의 꽃으로 평가받는 광고세계 안의 경쟁에서 더 훌륭한 ‘광고 크리에이터’로 인정받기 위해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질문 안에 해답이 있어요. ‘더 훌륭한 광고 크리에이터’라는 문장 안에 있는 ‘더(more)’입니다. 광고는 ‘경쟁우위 화법’이거든요. 광고에 정답(Right Answer)은 없어요. 더 좋고 효율적인 해답(Solution)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인 거죠. 때문에 크리에이티브의 세상에는 쉼표(,)가 있을 뿐이지 마침표(.)는 없어요. 더 독창적인, 더 설득력 있는, 더 효과적인 캠페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기 위한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만이 광고의 세계에서 능력 있는 광고인으로 성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광고 창작업무의 매력과 좋은 점은 무엇이고, 반대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요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광고 크리에이티브 작업의 가장 좋은 점은 ‘항상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야기한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가장 어려운 점도 ‘항상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 새로운 창작을 고통이나 스트레스로 생각하지 않고 즐기는 일 만이 광고인으로 생존하는 길입니다.

계명대학교 광고카피동아리_나는카피다 10주년 행사
계명대학교 광고카피동아리_나는카피다 10주년 행사

- ‘광고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을 꼭 경험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광고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해서 필요하지 않은 경험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두 가지를 추천하고 싶은데요. 첫째는 ‘광고를 많이 보고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광고회사에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광고를 보고 경험하지 않고 이론만 공부하는 것은 피아노 연주회를 가 보지 않거나 피나는 연습 없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하는 것과 같아요. 또한, 좋은 작품들을 다양하게 만나보지 않고 그려보지 않은 상태에서 뛰어난 디자이너나 화가가 되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는 ‘광고 외의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경험하기’를 해보세요. 결국, 광고 크리에이터는 인간의 모든 삶 속에서 공존하기 때문이에요.

- ‘광고 크리에이터’만이 가질 수 있는 직업 세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또한, 그 세계 안에서 본받고 싶은 사람은 어떤 유형인가요?

▲‘광고 크리에이터(advertising creator)’라고 구분을 짓지 않더라도 모든 ‘광고인(advertiser or creator)’은 ‘관계 맺기’의 틀 속에서 존재합니다. 인생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광고라는 직업은 ‘국가와 국민’의 관계, ‘기업과 고객’의 관계, ‘제품과 소비자’의 관계 속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독자적인 능력보다 팀워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스포츠에서도 그렇듯이 경쟁력 있는 팀은 ‘대체 불가능’한 개인 2명, 5명, 9명, 12명이 모여 시너지를 내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광고인은 화려함보다 진솔함이 느껴지는 광고인,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아이디어보다 꾸준하게 소비자의 생활과 함께하는 광고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에요.

- 마지막으로 ‘광고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10·20 청년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미래에 어떤 업종이 살아남을까 걱정하지 말고, 여러분이 창의적이지 않은 것을 걱정하라!” 연구실 벽에 붙여 놓은 저의 생각이에요.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의 대부분을 로봇이나 AI가 대신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어요. 앞으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AI가 발달해도 유일하게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창의성’이에요. 개성이 있으나 어울릴 줄 알고, 변화하지만 기본을 지킬 줄 알며, 차가운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쉬어야 할 때와 일해야 할 때를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러한 가운데 타인의 생각을 자신의 말이나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할 줄 아는 후배들이 미래의 대한민국과 세계의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이끌어 나가 주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