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는 없다] 저자 제시 싱어 / 역자 김승진 /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지난 7월 25일 남대문경찰은 ‘시청역 역주행 참사’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레위반(치사)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했다. 

사건은 지난 7월 1일 시청역 인근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몰고 역주행하다 보행자를 들이치고 소나타 차량을 들이받아 보행자 9명이 숨지고 운전자 7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였다. 

과거 삼풍 백화점 붕괴 참사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부터 세월호 침몰과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사고로  대한민국 소중한 국민이 목숨을 잃었다. 

31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 6월 24일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 공장의 공장화재와 씨랜드 화재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마우나 리조트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등을 참혹했던 사건도 참혹하기는 마찬가지다.

‘참사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예전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처 수습하지 못한 ‘흔한’ 사고 생명을 잃었다. 

저자 제시 싱어의 신간 ‘사고는 없다’에서는 교통사고에서 재난 참사에 이르기까지 무너진 시스템을 복원하는 방법을 독자에게 알린다. 

책은 교통사고, 산업재해, 재난 참사까지 지난 한 세기 동안 벌어진 사고를 역추적하면서 사고라는 비참함 속에 숨겨진 죽음과 손상의 원인을 밝혀나간다. 저자는 이를 뒷받침할만한 방대한 문헌과 데이터를 검토하고 다양한 현장 사례를 취재하면서 만난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와 사고 피해자, 유가족과 가해자를 직접 인터뷰했다. 

이들을 통해 얻은 촘촘하고 풍성한 논의를 뒷받침할만한 키워드 10가지를 제시했다. 바로 과실, 조건, 위험, 규모, 낙인, 인종주의, 돈, 비난, 예방, 책무성이다. 

저자 역시 2006년 미국에서 화제가 된 자전거 교통사고로 절실했던 친구를 잃은 사건을 잊지 못한고 있다.

저자는 “사고에 관한 유일무이하고 종합적인 탐구를 통해 빚어진 결과를 책속에 담았다. 반복되는 재난 참사에 무기력을 느끼는 이들, 운좋게 사고를 면했다가 안도감에 빠지거나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싶지 않은 이들, 위험 사회의 불안을 비난이나 낙인으로 해소하지 않으려는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고 전했다. 

책은 이코노미스트, 슬레이트, 포춘이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인정받으면서 독자들에게 그간 위협감을 준 사건사고를 바르게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제시하고 사회에 경종을 울릴만한 치열한 기록을 통해 우리 시대 죽음을 탐구했다. 

사고라는 말뒤에 가린 시스템의 위기를 추적하면서 유일무이하고 종합적인 탐구를 통해 불의의 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끌어 냈다.

책을 통해 ‘불의의 사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하는 저자는 사고라는 말 자체가 우발적으로 일어나며 예견되거나 예방할 수 없다는 잘못된 암시를 주는 단어로 권력을 가진 자들을 보호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집중되는 피해를 방치하며 재난에 대한 조사를 방해하고 어떻게든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회적인 분노를 희석시켜 가해자에 대한 공감가지도 유발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제한 속도를 위반하는 것은 과실이지만 과속하기에 안성맞춤으로 설계한 도로야 말로 위험 조건이다. 유조선을 몰다 암초에 부딪히는 것은 인간의 과실이지만 유조선을 모는 사람이 하루 꼬박 12시간씩 근무하게 만드는 것은 위험 조건이라고 지적한다. 책을 통해 저자는 사고의 속성을 정의할 때 주로 사용하는 관계가 ‘인적 과실’(실수)과 ‘위험한 조건’ (환경)이다. 사람이 과실에 관여하지 않는 사고는 거의 존재하지 않지만 위험 한 조건이 과실을 유발하는 주범이다.

덧붙여 사고 예방법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조건을 개선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과실을 예상하고 그것이 생사를 가르는 문제로 이어지지 않게 할 조건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다. 그간 인간이 비참한 사고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권력자들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인적 과실을 탓하는 서사를 유포하는 방법을 고집해 왔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에서 사례분석으로 더 난해하고 복잡한 깊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했다. 인적 과실이 시스템의 면피용으로 쓰이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피헤치고 사고 이후 대응과 비난의 방향, 사고 위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피해자의 정체성에 따라 어떻게 달라져 갔는지를 꼬집는다. 

결국 위험과 사고는 불평등하게 일어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알리는 저자는 생사를 결정짓는 차별과 불평등의 방향성의 원인을 진정성 있게 밝혀내야 수많은 죽음과 손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알렸다.

이어 사고의 위험을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이득과 득실만을 다지며 책임을 회피해 온 기득권자들에 의해 작동되는 시스템의 공백을 메꾸는 일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예측가능하고 예방 가능한 비극에서 벗어나는 길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위중을 따져 세상은 ‘공정하다는 믿음’으로 타인의 고통과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책의 대부분을 팬데믹 시기에 집필한 저자는 “책은 변화와 동력으로 사랑과 분노를 대변한다. 운 좋게 사고를 면했다는 안도감에 빠지거나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위한 책이다. 위험 사회의 불안을 비난이나 낙인으로 해소하지 않으려는 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누구나 두려움 때문에 사고를 과거로 두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 남의 탓 남의 불행으로 여기며 나와 분리하고 싶은 마음에서 사고를 경고음으로 여기고 다시 질문을 하는 계기로 삼아햐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저자는 뉴욕대학교 ‘아서 L. 카터’ 저널리즘 대학원을 수료하고 워싱턴 포스트, 애틀랜틱, 네이션, 블룸버그 뉴스, 버즈피아, 가디언 등에 칼럼을 기고했다. 그간 안전 시스템, 부상 예방, 위해 감소, 사고사의 지속적인 증가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지속해 오면서 지난 한 세기 동안 벌어진 사고의 역사를 추적하고 사고의 증가와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이 책과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저자 조영태의 ‘초저출산은 왜 생겼을까’ 저자 조지 마셜의 기후변화의 심리학, 저자 이유진의 ‘젠더 수업 리포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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