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재계 총수들의 이 기간 활용법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개인만의 여가를 즐길지 아니면 특별한 휴양에 나설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공식적인 휴가 일정 없이 하반기 경영 전략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대기업들이 비상 경영을 선언한 만큼 개인 시간 갖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8일(현지 시각) 파리 대회 양궁 여자 단체전 경기를 찾아 김재열 IOC 위원,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과 관람석에서 응원하고 있는 모습. 아래에서 네 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정의선 회장, 다섯 번째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김재열 IOC 위원 [제공 : 현대차 홍보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7월 28일(현지 시각) 파리 대회 양궁 여자 단체전 경기를 찾아 김재열 IOC 위원,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과 관람석에서 응원하고 있는 모습. 아래에서 네 번째 줄 왼쪽에서 세 번째 정의선 회장, 다섯 번째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김재열 IOC 위원 [제공 : 현대차 홍보팀]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별도의 여름휴가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10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삼성 내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해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 회장은 최근 2024 파리올림픽 현장을 찾아 세계 각국 정상들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집결한 현지에서 비즈니스 미팅 등 주요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 "하반기 쉽지 않다" 위기 대응 집중

삼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7월 24일 밤 인천공항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이 회장이 올림픽을 참관한 것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12년 만이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펜싱 남자 사브르 경기가 열린 그랑 팔레도 찾아 오상욱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지켜봤다. 김재열 IOC 위원도 이 회장의 옆자리에 앉아 함께 응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올림픽 개막 전날인 25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주관으로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인 오찬에 참석했다.

이날 오찬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 닐 모한 유튜브 CEO, 데이브 릭스 일라이릴리 CEO,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등 글로벌 기업인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참석자들과 글로벌 경제전망·미래 기술 트렌드·조직문화 혁신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저녁에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마크롱 대통령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공동 주최한 파리올림픽 개막 전야 만찬에도 참석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수행했다. 이 자리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함께했다.

만찬에는 IOC 위원 100여 명과 필리페 6세 스페인 국왕,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프레데릭 10세 덴마크 국왕, 알베르 2세 모나코 왕자 등 세계 정상급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

삼성은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향후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및 중장기 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앞서 2022년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5박 6일간 여름휴가를 보낸 데 이어 직원들과 간담회에서 "앞으로 매년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가족과 함께 짧은 휴식을 취할 가능성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서 하반기 위기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현재 SK그룹 차원의 전방위 사업 재편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 공식적인 여름휴가를 즐기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SK그룹은 최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오는 2026년까지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을 통해 80조 원의 재원을 확보, 이를 AI와 반도체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중복투자 등 비효율적인 사업을 정리하며 219개인 계열사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인다. 최 회장은 이 같은 그룹 전반의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점검하며 'AI 밸류체인 리더십'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생산공장 휴가철인 8월 초·중순 자택에 머물며 하반기 경영을 구상할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올해도 하반기 판매 확대 방안, 신차 출시 등의 현안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 4분기 준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가동과 신차 전략 등을 챙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7월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마련된 양궁 경기장 관중석에서 한국 양궁 대표팀의 10회 연속 금메달 순간을 함께 했다. 정 회장은 경기 이후 개최된 시상식에 시상자로 깜짝 등장해 선수들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기도 했다. 이날은 부인 정지선 여사도 관중석에서 한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면서도 하반기 경영 구상

올해 취임 6주년째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여름휴가 기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휴식을 취한 뒤 하반기 경영 구상에 집중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구성원에게 바쁘더라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을 강조해 왔다.

구 회장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은 AI와 바이오, 클린테크 등 소위 'ABC'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을 검토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최근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를 찾아 짐 켈러 텐스토렌트 CEO를 만나는 등 AI 생태계 전반을 살피고, 북미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직 올해 휴가 계획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통상 하반기 경영 상황을 전망하고 위기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회의인 7월 VCM에 참석한 뒤 휴가를 갔다. 지난해에도 7월 VCM 후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과 함께 휴가를 보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택에 머물며 경영 구상을 할 계획이며,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아직 별도의 휴가 일정을 정해놓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별도 휴가 계획을 잡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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