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기대 걱정, 투혼 발휘 젊은 선수 보면 정치가 부끄러워 해야
- 정치권, 입만 열면 민생 타령하나 싸움질 국회는 여전

파리 올림픽 초장부터 예상치 않았던 금메달 소식이 팡팡 터지면서 국민들은 어리둥절했다.

당 초 예상 목표치를 뛰어넘는 쾌도난마 같은 승보가 울려 퍼지면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아니나 다를까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온 한국 양궁 여자 단체선수들이 10연패의 쾌거를 이뤘다.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6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단 한번도 내주지 않은 종목이 됐다. 한국 스포츠의 신기원을 달성한 셈이다.

앳돼 보이는 여자 양궁 선수들의 발랄하고 환한 웃음을 띤 모습은 무더위를 단번에 날려 보낼듯한 신선함과 기쁨을 선사해주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놀랐다. 이제 스무 살 갓 넘긴 임시현 선수의 인터뷰가 그렇다. “국민들의 기대가 높다 보니까 거기에 대한 부담감도 컸었던 것 같고 경기를 즐기기보다는 결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이 조금 더 컸던 것 같은데 그래도 훈영 언니랑 수현이랑 그 와중에 즐겨보자는 마인드로 하다 보니까 좋았던 것 같아요.”(YTN 인터뷰 내용 중)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답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세계대회 스포츠에서도 변화를 절감하게 하는 ‘MZ 세대들의 즐기는 스포츠 정신이다. 승패에 대한 두려움과 무거운 책임감으로 조그마한 실수와 목표를 달성치 못했을 때의 죽을죄를 지은 죄인의 모습이 되어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을 되풀이 했던 세대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발랄하고 쾌활하게 즐기듯이 싸우면서도 늘 국민을 잊지 않는 기특함도 돋보이는 세대이다.

장마 후 폭 염이 모든 국민을 지치고 찌들게 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TV만 켜면 국회에서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삿대질싸움질로 시작해 막말로 끝나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난장판이 되풀이 되고 있다. 채널을 돌려 보지만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고 야당은 또 탄핵을 준비한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무더위 짜증이 폭발 직전까지 오른다.

올림픽에서 앳된 나이의 MZ 세대의 대표 선수들이 높은 국민적 기대감에 대한 부담감을 말하는 모습에서 기성세대들이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이다. 여야 의원들이 입만 열만 민생을 언론에 말해놓고 국회로 들어가면 투쟁과 정쟁의 늪으로 빠져든다.

지난 총선 이후 국민은 22국회에서나마 새로운 정치 모습을 기대했지만, 정치권은 어린 나이의 양궁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기기 전부터 느꼈었을 국민적 기대감조차 없다. 아니 아예 국민은 눈 밖에 있다. 선거가 끝났기에 두려움도 부담감도 없다. 그냥 싸워 이기고 싸워 괴롭히면 될 일이니...

국가대표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 가며 밤낮으로 피땀 어린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다. 4년 뒤 천신만고 끝에 선수로 발탁되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고 국가에 대한 빚진 생각으로 그들은 어린 나이임에도 머릿속에서 국민과 국가를 한순간도 지우질 않고 뛴다.

그러나 ‘MZ세대 스포츠 정신은 과거 그 어떤 세대보다 명확하고 철저하다. 애국심과 국가관도 옅은 듯하지만, 어느 세대에도 뒤지지 않을 것 같다. 곧 전쟁이라도 날 듯 대치 국면인 남북상황에서도 북한 선수들과 셀카 찍기를 하며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

파리 올림픽에서 MZ세대 국가대표 선수들의 거리낌 없이 당당하면서도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승리 앞에선 겸손과 국민의 기대감을 먼저 찾는 모습에서 국민은 감동한다. 우리 정치인과 정치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고 배워야할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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