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이진수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이진수 변호사]

길을 걷다 보면 행인들에게 갑티슈가 든 쇼핑백을 건네며 선물을 받아가라는 아주머니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필자 역시 아무런 생각 없이 두 손을 내밀었다가 아주머니의 손에 이끌려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게 된 적이 있다.

모델하우스에는 화려한 조감도와 미니어처, 풀옵션으로 꾸며놓은 인테리어가 있다. 원더랜드가 따로 없다. 가진 돈은 없지만, 상상 속에서라도 기왕이면 고층부를 분양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인지, 어디에선가 나타난 ‘실장님’은 이 오피스텔이 워낙에 인기가 많아서, 고층부는 분양을 시작하자마자 이틀 만에 다 완판되었다고 한다.

분양받을 돈이 부족하다는 말은 속으로만 삼키고서, “그래요? 고층이 있었으면 계약했을 텐데, 아쉽네요.”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실장님은 말한다. “이거 진짜 말씀드리면 안 되는 건데, 어제 두 채를 분양받았다가 대출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채를 취소하신 분이 있거든요. 취소가 나면 연락해달라는 분이 계시는데, 혹시 지금 바로 계약하실 거면 고객님 드릴게요.”

그제서야 돈이 없다고 실토하며 완곡히 거절하자, 실장님은 돌연 내 주머니 사정을 꼬치꼬치 캐묻는다. 지금 얼마 갖고 계시냐고. 토스에서 대출도 가능하다고. 우선 100만 원이라도 걸어놓으면 물건을 빼놓겠다고.

이처럼 갑티슈 하나 받으려다가 100만 원을 이체할 뻔한, 혹은 덜컥 계약까지 해버린 경험은 우리 주변에서도 매우 흔하다. 후에 정신을 차리고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하여도, 고객의 단순변심에 의한 해제이니 계약금은 돌려줄 수 없다고 한다.

계약금이 보통 100만 원에서 1,000만 원 내외이다 보니 변호사를 선임하여 법적 대응을 하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 같고, 다시 생각해보니 성급하게 판단한 내 잘못도 있는 것 같아서 인생 교훈 얻은 셈 치고 잊어버리겠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이하 ‘방문판매법’)에 의하여 피해를 구제받을 방안이 있다.
방문판매법 제2조에 의하면, ‘방문판매’는 판매업자가 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권유 등 총리령으로 정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여 사업장에서 계약의 청약을 받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또한, 위 총리령에 해당하는 방문판매법 시행규칙에서는 소비자를 유인하는 방법으로 ➀사업장 외의 장소에서 권유 등의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여 함께 사업장으로 이동하는 것 ➁주된 재화등의 판매 목적을 숨기고 다른 재화등의 무료ㆍ염가 공급 또는 소득 기회 제공 등의 방법으로 유인하여 소비자가 사업장에 방문하게 하는 것 ➂다른 소비자에 비하여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재화등을 판매ㆍ공급한다고 권유하여 소비자를 사업장에 방문하도록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길거리에서 오피스텔을 분양할 목적을 숨기고 무료로 갑티슈를 준다고 하면서 모델하우스에 방문하게 하고, 다른 소비자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제공하겠다고 하여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것은 모두 방문판매법 시행규칙의 소비자 유인 방법에 따른 계약이므로 방문판매법상의 ‘방문판매’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한편, 방문판매법 제8조는 ‘청약철회’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방문판매의 방법으로 재화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계약에 관한 청약 철회를 할 수 있고, 계약서에 청약철회에 관한 사항이 적혀 있지 않은 경우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있음을 안 날 또는 알 수 있었던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

또한, 방문판매법 제9조에 따라, 분양회사는 소비자가 방문판매법상의 청약철회를 한 경우 판매한 재화 등을 반환받은 날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이미 지급받은 대금을 환급해주어야 하는데, 환급을 지연할 경우 연 15%의 지연배상금도 지급하여야 한다.

이처럼 방문판매법은 소비자의 보호를 위하여 ‘14일 이내 청약 철회’라는 강력한 보호 수단을 마련하고 있는데, 만일 방문판매법상의 청약 철회를 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분양회사가 소비자를 기망한 사실을 소비자가 입증하여야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미리 준비되지 않은 투자처에는 함부로 투자하지 않는 신중함이 가장 중요하다 하겠으나, 본인이나 주변인이 필자가 서론에서 소개한 피해 사례를 겪게 되는 경우에는 적시에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방문판매법상의 청약철회권을 인지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진수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서울변호사회 증권금융전문연수원 수료 ▲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부동산법 전문변호사 ▲ (前)미래에셋생명보험 사내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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