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 전년 대비 33% 증가
국회입법조사처 “성실 변제 유도 및 도덕적 해이 방지”

여의도 국회 ‘채무자회생법 개정안 발의’ 공동기자회견. [뉴시스]
여의도 국회 ‘채무자회생법 개정안 발의’ 공동기자회견.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코로나19 등 각종 경기불안 여건 가운데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연체하는 개인 채무자가 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채무자는 올해 5월 기준 8만 명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채무조정을 통한 정부 지원책에도 채무자는 늘어나는 상황. 채무자가 상환 의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성실 변제를 유도하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356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말 9870억 원보다 3690억 원 급증했다. 평균 연체율도 지난해 0.31%에 비해 0.42%로 증가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0.17%였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11%였다. 하지만 올해 4월 기준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0.40%,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6%로 각각 0.23%p, 0.15%p가 상승했다.

이처럼 대출 연체는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될 경우 개인채무자들이 한계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있고, 채무상환의 부담이 누적되면서 상환능력이 부족한 개인채무자의 연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개인채무조정제도 현황을 살펴보면 법원의 개인회생의 경우 2020년 8만6553건이 접수됐으나, 지난해 말 기준 12만1017건이 접수됐다. 개인파산은 2020년 5만379건이었으나, 지난해 말 4만1239건으로 감소했다.

“빚 못 갚겠다” 올해 상반기 8만 명 개인 채무조정 신청

개인채무조정제도는 채무가 너무 많아 정상적으로 상환하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 조정, 상환유예, 채무감면 등의 방안을 제시해 상환조건 변경을 통한 경제적 지원제도다.

하지만 인용률은 개인파산이 개인회생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국회입법조사처는 “어려운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대출 상환이 어려워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개인이 올해 5월 말 기준 8만106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33.8% 증가한 셈이다.

신복위의 채무조정 제도는 연체 기간에 따라 신속 채무조정(1개월 미만), 사전 채무조정(1~3개월 미만), 개인 워크아웃(3개월 이상) 3가지로 분류된다. 신속 및 사전 채무조정은 이자율 조정을 통해 연체 이자 감면이 이뤄지고, 개인 워크아웃의 경우 최대 70%까지 원금 탕감을 지원한다. 모두 상환 기간을 최장 10년 연장한다.

이런 채무조정 신청 추세는 올해 하반기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4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신속 및 사전 채무조정 특례제도 운영 기한을 연말까지 한시적 연장했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달 21일부터 대출과 함께 통신비나 휴대전화 소액 결제 대금 등 통신 관련 채무도 조정 대상에 포함했다.

정부 지원에도 못 갚아... 입법조사처, “제도 보완”

정부의 지원책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빚을 갚지 못해 채무 조정 효력을 상실한 채무자들이 늘고 있다. 채무자가 3개월 이상 변제 계획을 미이행할 경우 채무조정 합의는 효력을 잃게 되는데, 신복위 채무조정 제도 평균 실효율은 지난 5월 말 기준 24.6%다.

2020년 14.3%와 비교했을 때 10%p 이상 오른 셈이다. 채무조정 별로 사전 채무조정의 실효율은 29.5%, 신속 채무조정과 개인 워크아웃의 실효율은 각각 17.2%, 27.2%를 기록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두고 “최근 개인 채무자 연체율 증가로 채무조정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실효율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라며 “채무자의 노력과 연계해 채무조정 감면 범위를 차등 적용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채무자의 성실한 변제를 유도하면서 동시에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제도적 보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성실 상환자에게는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복위는 현재 1500만 원 이하의 채무를 최소 3년 이상 성실하게 갚은 취약계층에 한해 남은 원금의 50%를 감면해 주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일반 채무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신복위는 채무조정을 받으면서 1년 이상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채무자에게 최대 200만 원~1500만 원 한도의 소액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 중이다.

서민금융진흥원 “금융 서비스 지원”

일각에서는 채무자가 상환 의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복위는 채무자가 부득이하게 변제액을 미납해 채무조정이 실효됐다고 하더라도 2개월 내로 다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채무상환이 힘든 경우 일대일 상담을 통해 이자율 인하, 채무감면, 상환기간 연장 등의 방법을 문의할 수 있다. 채무자로서는 연체가 시작되면 상환 의지가 꺾이기에, 미납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8일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진흥원을 통해 금융교육, 신용부채 관리 컨설팅 등을 받으며 대출 상환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금융교육이나 신용부채 관리 컨설팅을 통해 관리 방법을 설명하며 금융 서비스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연체자의 경우 자체 채무조정 제도를 통해 상환기간을 늘리거나 감면하는 지원책도 있다”라며 “그밖에도 신용회복위원회와 같은 채무조정 기관들과 연계한 지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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