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7월23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뽑는다. 대표 선출 날이 다가서자 후보로 나선 한동훈과 원희룡이 난타전을 벌였다. 원 후보는 한 후보가 “운동권에서 전향한 좌파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잔당들과 함께...우리당을 접수”하려 한다고 맹공했다. 그는 한 후보가 국민의힘과는 “잘 소통 안 하면서...정의당, 참여연대 출신들과 소통이 활발하다”며 “주변에는 민쳥학련 주동자였던 이모부가 계시다. 또 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례대표를 사사로이 천거했고 법무장관 땐 사설 여론조사팀을 운영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원 후보야 말로 운동권 출신 아니냐”며 지난 20여 년간 한 번도 보지도 못한 이모부를 여기서 끌어들이냐. 저에게 좌파몰이 하는데 황당하다”고 맞섰다. 한 후보는 원 후보가 1993년 사법연수원 시절 노상방뇨 및 음주폭행 사건에 휘말렸던 것을 끄집어내 “노상 방뇨하듯이 오물 뿌리고 도망가는 거짓 마타도어(흑색선전)”라고 응수했다. 한 후보는 “흑색선전, 구태정치는 퇴출되어야 한다”고 받아쳤다.

여기에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후보들이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조선일보는 ‘자폭 全大(전당대회)’라고 썼고 동아일보는 ‘분당할 거냐’고했다. 그밖에도 후보들의 천안 합동연설회 장에선 참가자가 플라스틱 의자를 들어 휘 두루는 등 난동을 벌였다. 언론들은 같은 당 지지자들 끼리 ‘육탄전’을 벌였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그날의 ‘육탄전’은 한•원 두 지지자 간의 난동이 아니었다. 욕설•쌍말•몸싸움을 벌이면서 조회수와 수퍼쳇(실시간 후원금)을 노리는 두 극렬 유투버들끼리 벌인 난동이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7월12일 한동훈과 원희룡 두 후보에게 ‘공정경쟁’ ‘비방•흑색선전 금지’를 규정한 당헌•당규를 위반했다며 ‘주의 및 시정명령’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두 후보들은 그날 열린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는 네거티브 언동을 자제했다. 다행한 일이다. 당연히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은 서로 비방•흑색선전으로 얼굴을 붉힐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의 다수 폭주를 막을 방도를 놓고 설전을 벌였어야 했다. 좌절과 무기력에 빠진 국민의힘 혁신 방안도 격렬한 토론 대상이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전” “자폭 全大” “자멸의 길” 등 한탄이 터져 나올 정도로 비방전을 벌였다.

  저 같은 국민의힘 대표 후보들의 비방•흑색전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러면서도 자유민주 국가는 선거철만 되면 매우 시끄럽게 때리고 맞으면서 성숙해진다. 1835년 ‘미국 민주주의’ 저자이고 프랑스 정치사상가인 알렉산드르 토크빌은 민주주의 국가는 혼돈 및 소동과 시민들의 민주제도에 대한 확실한 신념, 그것 둘이 공존한다고 했다.

민주국가는 독재국가와는 달리 혼돈과 소동 속에서도 민주제도에 대한 확실한 신념하에 자기 스스로 모순을 수정해 가는 자정능력을 보유한다. 한동훈과 원희룡의 소동도 자기 스스로 수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좌파몰이, 비례대표 사천의혹, 보수인사를 잡아들인 장본인, 운동권 출신, 흑색선전, 구태정치 등의 주장은 국민들의 혐오와 관심 대상으로서 후보들이 꺼내 들 수 있는 대목들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수령님” 한 목소리 밖에 없는 북한 김정은 공산독재와는 다르다. 물론 여러 목소리가 얽힌 민주 국가의 혼돈과 소동은 민주제도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흔들 수도 있다. 하지만 혼돈과 소동은 결국 민주제도를 성숙케 한다. ‘자폭 全大’도 아니고 ‘분당’도 아니다. 다만 당 대표 후보가 당의 문제는 외면하고 개인 비방전에나 몰두해서는 아니 된다. 마타도어로 일관해서도 아니 된다. 정책대결과 비전(미래상) 제시 중심으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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