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점입가경이다. 대학 직속 선배인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의 협공에도 낙승을 믿어 의심치 않던 한동훈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금슬(琴瑟) 좋은 문자 협공에 당황했는지, 국민의힘이 가야 할 궤도를 벗어나 좌충우돌 브레이크 없이 나아가고 있다.

학생운동의 이력이 있는 원희룡 후보의 난데없는 좌파 친인척 공격에 여유를 잃은 듯 기우뚱거리던 한동훈 후보는 나경원 후보를 향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며 공격했지만, 이는 곧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당장은 치명상이 아닌 듯하지만, 부메랑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자신의 목 주변을 맴돌고 다닐 것이다.

19일부터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을 위한 당원투표가 실시된다. 당원투표의 비중은 80%이고, 일반 국민여론조사 20%를 더하여 최종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가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다. 한동훈 후보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를 기대하고 있지만, 83만여 명의 당원들이 어떠한 판단을 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데다가 정치 경험이 일천(日淺)한 한동훈 후보 본인의 한계도 있어서 1차 투표에서의 과반 득표가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자칫 결선 투표까지 간다면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대표 선출과 동시에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사람들과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래저래 한동훈 시대는 도래하기도 어려울 뿐아니라 도래한다고 하더라도 오래가지는 못할 운명인 듯싶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비하면 볼거리가 별로 없이 보이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도 막상 막을 올리고 나니 곱씹어 보는 재미가 있다.

우선 5명을 선출하는 최고위원 경선에 13명의 찐명 후보들이 경쟁하여 1차 컷오프에서 8명의 후보로 압축했다. 현역의원 중에는 서울중앙지검장 출신의 이성윤 후보가 유일하게 탈락했으며, 이재명 대표 시절 정무조정부실장으로 기세를 올리던 김지호 후보도 1차 관문을 넘지 못했다. 1차 컷오프를 통과한 8명은 7명의 현역의원과 봉도사정봉주 전 의원이다.

흥미로운 것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김민석 의원이 이미 16년 전에 최고위원을 역임했던 4선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몸값을 낮춰 최고위원에 도전한 것이다. 몸값을 낮춘 도전인지 몸값에 걸맞은 도전인지는 오직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그런데 왠지 씁쓸함을 감추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은 추대가 거론되던 당대표 선거에 3명의 후보가 등록한 것이다. “사법리스크 때문에 대표를 한 번 더 하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 “굳이 억측을 받아가며 당대표를 한 번 더 하려 하는 것이 이 후보에게도,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이재명 후보를 조중동의 언어로서 직격한 이장 출신 김두관 후보가 있고,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정당엔 미래가 없다, “미래 세대를 대표해 당대표에 출마한다여의도 듣보잡으로 괄시받는 김지수 후보가 있다.

겉모습만 보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비해 다양성 측면에서 훨씬 기대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현역의원 대 원외인사, 기성정치인 대 신인 후보, 노회한 정치인 대 젊은 미래 후보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2년 전쯤 김지수 후보를 만난 적이 있다.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민주당의 정치지망생 중에 괜찮은 젊은 친구가 있다며 조언을 좀 해주라고 해서 만난 것이다. “이재명 대표에게 줄 댈 방법이 있느냐!”가 조언의 전부였던 시절 그는 웃으면서 관심 없다고 했고, 나는 부끄러워서 술을 들이켰다. 더불어민주당의 당원들이 김지수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낼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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