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당 대표 연임은 기정사실이다. 당권에 도전한 김두관 전 의원이 30%를 넘을지 말지, 이 전대표가 80%로 압도적으로 당선될지가 관심사다.

1992년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경선이 있었다. 당시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기택 전 총재였다. 민주당 대의원 투표로 정하던 시절 DJ의 압도적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58.2%38.1%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이 배경에는 DJ의 경쟁 후보인 이기택 후보에 대한 배려심이 작용했다. 너무 압도적으로 이기면 모양새가 안좋으니 측근들에게 표를 분산시켜 6 4정도로 이기자고 했다. 상대 후보에 대한 예의였다.

그러나 지금 진행되는 민주당 당 대표 경선을 보면 이재명 전 대표가 김두관 전 의원에 대한 배려심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80%이상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김 전 의원이 30%이상 가져갈 경우 이 전 대표는 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향후 지방선거 공천과 차기 대권 가도에도 좋을 게 없다.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돼 오는 9월 선거법이든 위증교사 혐의 등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이 전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으로 영원히 기억될 수 있다. 그럴 경우 김두관 전 의원에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 있다. 누구를 배려할 사람도 아니지만 그럴 정도로 한가한 처지도 아니다.

민주당의 이재명 딜레마는 잠룡이 즐비한 여권에 비해 야권은 이재명 일극체제로 대안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김부겸.정세균.이낙연 3인은 사실상 정계은퇴 수준으로 차기 대권과는 거리가 있다. 친명도 아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당내 세력도 존재감도 한참 떨어진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실형을 받아 2027년까지 공직에 나설 수 없다.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조국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아있다. 20년간 정치를 해온 86운동권 세대들은 폐족수준이다. 이재명을 대체할 인물이 부재하다. 다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반면 여당은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박형준 부산시장 등 걸출한 인물들이 넘쳐난다. 윤 대통령 임기가 3년 남았으니 총리든 장관직을 통해 젊고 신선한 대권 후보를 키울 수 있다. 게다가 이준석 의원이 복당하고 유승민 전 의원이 참여할 경우 여권발 차기 대권 레이스는 불꽃튀는 사생결단식 경선이 예상된다. 누가 한동훈 전 장관을 이기느냐갸 초미의 관심사가 돼 흥행은 보장된다.

과거 2007년 대선이 그랬다. 민주당은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김두관 등 후보는 즐비했지만 고만고만했다. 3김 시대가 저물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출신의 걸출한 전직 대통령 후광을 넘을 수 있는 인물이 부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큰 인물이 존재했다. 현대 회장 정주영 전설을 이어가는 현대맨 이명박과 박정희-육영수 유산을 물려받은 박근혜라는 큰 거목들간 싸움에 민주당 후보들은 잔챙이로 비쳐졌다. 당연히 역대급으로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커다란 격차로 패배했다.

만약 이재명 전 대표가 차기 대선가도에 중도낙마하거나 하차할 경우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것이지만 그뿐이다. 올드맨과 무능한 정치인, 이재명 낙마를 학수고대한 기회주의적 인사들이 대거 나와야 경선이 관심을 끌 수 없다.

결국 민주당의 선택은 이재명 대표의 방탄당이라고 조롱을 당해도 이 전 대표를 지킬 수밖에 없다. 이재명 없는 민주당은 차기 대권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그게 이재명 전 대표의 노림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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