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
[로엘 법무법인 임흥준 변호사]

필자가 중학교를 다니던 2004년 밀양에서는 비슷한 또래의 친구에게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밀양 지역의 남고생 44명이 여중생이었던 피해자 최 양(당시 14세)을 포함한 5명의 미성년자 여성을 대상으로 밀양 내 여인숙, 마을버스 안, 축사, 비닐하우스 등지에서 무려 1년동안 피해자를 집단적으로 성폭행하였다.

2024년을 기준으로 보면 가해자들에게 해당할 수 있는 죄목은 특수강간죄, 특수상해죄, 공갈죄, 협박죄, 불법촬영죄 등이며 가해자 44명 중 10명은 기소(구속 7명, 불구속 3명), 20명은 소년부 송치, 13명은 공소권 없음(피해자의 아버지와 합의), 1명은 타청 송치되었다. 그러나 기소된 10명도 소년원 송치로 끝남으로써 결국 직접적인 가해자 44명 중 형사처벌은 그 누구도 받지 않았다.

필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분노할 이 사건에 누굴 옹호하거나 누굴 비난하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시금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화두에 오르게 된 경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마 유튜브나 뉴스를 통해 접해보았을 유튜버 ‘나락보관소’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법감정과 사적 제재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시기다.

2024년 6월3일 오후 10시, 사이버 렉카 유튜버 나락보관소가 가해자 신 모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신 씨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외제차 딜러라는 특성상 개인정보가 굉장히 많이 노출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해당 인물의 핸드폰 번호 및 본인 명의로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까지 노출되었고, 상당한 공격을 당했다. 현재는 당연하지만 전부 비공개 및 카톡 또한 탈퇴했다.

심지어 6월5일에 나락보관소는 피해자의 가족과 이미 메일을 통해 44명 전부를 공개해도 된다는 쪽으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다는 커뮤니티 글을 올렸었기도 한데,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피해자로부터 신상공개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완전히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결국 나락보관소의 밀양 성폭행 관련 영상이 모두 내려갔다.

이 사건의 경우 이미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고, 현행 형법을 소급할 수도 없고, 일부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의거 기소할 수도 없기 때문에 현 사법제도로는 해결 가능성 자체가 없다. 반면에 주기적으로 사적 제재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고, 이때마다 검찰 및 사법부를 향한 비판과 이로 인한 형사체계 불신 정서가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는 좋은 예시다.

사적 제재는 불법적인 행위이지만, 대중이 사적 제재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사적 제재에 대한 관심은 강력 범죄자에게 내려지는 낮은 형량에 대한 반감, 즉 사법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대중이 공감하는 적절한 처벌에 대한 생각에 비해 낮은 선고 형량이 사적 제재에 호응하는 원인이다. 또한 사법 체계가 피해자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무력감, 그것이 언제 또 나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한몫한다.

그러나 사적 제재에 쉽게 동참하는 것 또한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대법원은 “신상 공개를 사적 제재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명예훼손의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며 유죄를 선고했고, 법적 절차가 존재하지 않거나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신상 공개를 하는 사적 제재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즉, 사적 제재에 ‘댓글 쓰기’ 등으로 동참하였다면 정통망법상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고, 이는 반의사불벌죄(고소인의 의사에 반해 처벌할 수 없는 죄)이기 때문에 고소인의 처벌불원 의사가 수사와 재판 결과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따라서 사적 제재를 당한 사람은 다수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고소를 하는 소위 기획고소 내지 합의금 장사를 진행할 수 있으므로, 우리가 키보드 댓글부대로 동참하기 전에는 한 번 더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

로엘법무법인의 경우, 수천여 건의 형사소송 진행 경험을 바탕으로 명예훼손 고소 및 피소시 최선의 대응책을 제안한다. 결국 명예훼손의 핵심 쟁점은 합의 여부라고 할 것인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혼자서 다수의 사람을 상대로 합의를 하는 것이 어렵고, 반대로 가해자 입장에서는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피해자와의 합의를 진행하는 부분도 쉽지 않으니 반드시 로펌의 도움을 받아 슬기롭게 법적 리스크를 피해 갈 필요가 있다.

<임흥준 변호사 ▲한양대학교 졸업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변호사시험 합격>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