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극단 대치 속에 국회의원들의 막말이 품격과 국격을 떨어트리며 시정잡배를 연상케 한다. 그들 중 두드러진 사례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거친 입을 들 수 있다. 국회의원으로서 품격을 반납한 그의 상말은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실린 김지하의 담시(譚詩:이야기 시) ‘五賊(5적)’ 중 국회의원을 새삼 생각게 한다. 정 위원장의 막말은 민주당 중진들도 힐책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그는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이 의사일정 문제를 제기하자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면박했다. 그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충돌하면서 “뜨거운 맛을 보여 주겠다” “한 번 붙어 보자” “천지 분간을 못하느냐” “어디서 그런 버릇인가” 등 내뱉었다. “한 번 붙어 보자” 등 서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패싸움하는 조폭 같았고 동격인 동료 의원을 봉건시대 머슴 꾸짖듯 했다.

정 위원장의 거친 입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집단폭행을 가하는 학교 폭력을 보는 듯했다”고 꾸짖었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나무랐고, 민주당 정성호 의원도 “상임위 운영은 시간도 지키고 답변 기회도 주고 더 예의 있게 하는 게 국민이 보기에 더 좋지 않았겠나”라고 추궁했다.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한 정 위원장의 의사진행과 막말은 김지하의 ‘5적’ 시 중에서 못난 국회의원을 떠올리게 했다. 김지하는 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군 장성•장 자관 등 5개 직업군을 ’을사 5적’에 비유했다. ‘도둑 재벌은 온갖 특혜 좋은 이권은 모조리 꿀꺽’ ‘노동자 임금은 언제나 외상’이라고 했다. 국회의원에 대해선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라고 꼬집었다. 고급공무원은 ‘단 것 너무 처먹어서 이빨이 썩다 못해 문드러져... 책상 위엔 서류뭉치 책상밑엔 지폐뭉치’ ‘높은 놈에게는 삽살개요 아랫놈에겐 사냥개’라고 빈정댔다. 장성들은 ‘졸병들 쌀가마니 모래 가득 채워놓고 쌀을 빼다 팔아먹고’ 라고 했다. 장•차관은 ‘예산에서 몽땅 먹고 입찰에서 왕창 먹고 행여나 냄새날라 질근질근 껌 씹으며’ 라고 조롱했다.

김의 ‘5적’은 1970년 개발독재 시절 ‘절대 권력은 절대 썩는다’는 말처럼 절대 권력하에 사회가 부정부패로 얼룩지던 때였다. ‘5적’에는 튀고 과장된 표현도 있다. 또한 김의 ‘5적’은 64년이 지난 오늘의 세계 10대 경제대국 시대상과는 무관한 부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그의 ‘5적’ 시 중에는 아직도 그때의 추한 티를 벗어나자 못한 직업군을 떠올리게 했다. 국회의원이다. “ ‘5적’은 국회의원에 대해 ‘곱사같이 굽은 허리’에 ‘가래 끓는 목소리로 응승거리며 나온다”고 비꽜다고 했다. 

정청래 위원장이야 말로 가래 끓는 목소리고 상말을 토해내며 응성 거 린다는 ‘5적’의 못난 국회의원 모습을 연상케 했다. 또한 그는 민주당 당권자에게는 ‘삽살개’처럼 그러나 정적인 국민의힘 의원에겐 ‘사냥개’처럼 물어뜯었다.

정 위원장은 과거에도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시절인 2011년 트위터에 ‘명박 박명(明博 薄命: 이명박 대통령이 단명할 거라는 취지)’, 2012년엔 종북좌파를 비판한 원로 변호사에 대해 “머리가 빈 XX들이 거칠고 큰 소리로 주접을 잘 떨죠”라고 했다. 그러나 정 위원장이야 말로 “머리가 빈”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런 막말을 토해낼 수 없지 않겠나 싶다. 그는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 입은 화를 불러들이는 문) 이란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세치의 혀는 몸을 베는 칼) 란 금언도 명심해야 한다. 정청래는 스스로 세치의 혀로 자기 몸을 베고 화를 불러들인다. 인간의 입은 쓰레기 종말처리장 같아선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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