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혹은 삼김(三金)이란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한민국에서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해 왔던 김영삼(YS), 김대중(DJ), 김종필(JP)을 가리킨다. 세 정치인이 모두 김씨이기 때문인데, 이들이 정치활동을 한 시대를 ‘3김 시대’라고 한다.
특히 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에 맞서 YS-DJ 단일화가 무산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군부출신 노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3김 청산에 불을 붙였다. 이후 YS와 JP는 1990년 각 당의 대표로서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와 손을 잡고 3당 합당을 해 진보진영으로부터 야합 정치라고 공격받았다. 당시 대학가 시위를 이끌고 3김 청산을 외쳤던 주역들이 바로 전대협이었다.
이재명 전 대표가 DJ이후 24년만에 대표직 연임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당원들이 더 단단하게 뭉쳐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 크게 이기고 다음 대선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자신의 연임 출마의 명분으로 삼았다. 사실상 지방선거 공천권 행사와 차기 대선에서 재도전을 피력한 셈이다.
현재 당 대표 선거전에서는 김두관 전 의원이 도전했다. 김 전 의원의 바보같은 도전을 보면서 생각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대협 출신의 임종석, 이인영, 우상호 3인이다. 임 전 의원은 지난 공천에서 배제되고 이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면서 차기 당권 도전 ‘0순위’로 지목됐다. 재선의원지만 전대협 출신중 상징성이 크고 나름대로 노무현-문재인 정권 시절 승승장구한 경력으로 이 전 대표와 맞설 친노.친문의 당 대표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임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후 여의도에서 실종됐다시피 조용하게 지내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존재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5선의 이인영 의원 역시 잠시 당 대표 출마설이 흘러나왔지만 그뿐이었다. 원내대표에 통일부 장관, 운동권 맏형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이재명 대표 치하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임 전 의원과는 달리 공천을 받고 보은 성격인지 이번 전대에서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진작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전 의원은 가뭄에 콩 나듯 이 전 대표 체제를 비판하면서도 이 전 대표의 연임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이중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인영.임종석 등 동지들의 전대 출마관련해서 “억지로 만들거나 누가 밀어서 억지로 나올 필요 없다”는 식으로 이 전 대표의 연임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연임시 차기 서울시장 후보 낙점설마저 돌고 있다.
진보성향의 경향신문은 최근 사설을 통해 이 전 대표의 연임도전관련 “공당이 다양성·포용성이 사라지고 한 사람의 뜻대로, 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1980~1990년대 ‘3김 체제’ 정당에서나 있던 일”이라며 “정당 민주주의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그 3김 정치 청산을 외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정치권에 입문한 사람들이 86운동권들이다. 그런데 3김 정치가 회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보은하고 기회주의적 정치를 보여주는 3인방을 보면서, 그리고 김두관 전 의원의 무모한 당권 도전을 목도하면서 다시한번 86 운동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