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7일 미국 CNN 방송이 주관한 1차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참패했다. 두 사람 앞에 놓인 포디엄(탁자) 위엔 메모지 등 일체의 자료를 두지 못하 게 했다. 90분 동안 꼿꼿이 선 채 진행된 5.27 TV토론에서 바이든은 심한 감기까지 겹쳐 목소리마저 쉬었다. 더욱 무기력하고 답답하게 들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타박했듯이 바이든은 ‘흐리멍덩한 조, 잠에서 덜 깬 조 (Sleepy Joe)’ 대목을 떠 올리게 하였다. 

바이든은 토론 중 말을 자주 더듬었다. 평시에도 그랬는데 더 했다. 그는 생각이 끊어진 듯 몇 초간 허공을 쳐다보다가는 고개를 숙여 탁자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트럼프가 발언할 땐 입을 벌리고 쳐다봐 기력이 쇠진한 노인 같았다. 트럼프의 상습적 거짓말과 그의 임기 중에 빚어낸 정책 실패와 관련, 날카롭게 책임추궁도 하지 못했다.

그 대신 트럼프는 2020년 대선 TV토론 때와는 달리 바이든이 발언할 땐 중간에서 끊고 끼어들지 않았다. 바이든의 공격에 발끈 화도 내지 않았다. 바이든이 말을 흐릴 땐 “뭐라고 말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본인도 모르는 것 같다”라고 비꽜다. 바이든을 “잠에서 덜 깬” 멍청이처럼 몰아가기 위해서었다. 그는 여유로워 보였고 자신감에 찬 듯했다. 그는 두서없이 지껄이기도 했고 말이 돌돌 말려 뜻을 이해하기 어렵게 했다. 그는 거짓말을 거침없이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정력적인 어투로 공세적 입지를 유지했다. 

TV토론이 끝나자 바이든 소속의 민주당과 언론은 바이든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 평론가는 바이든이 앞으로 4년은 고사하고 4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몰아세웠다. 뉴욕타임스(NYT)는 진보적이어서 그동안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지만, 사설을 통해 바이든이 ‘4년 전과는 달라졌다’며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다른 후보’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지도부는 바이든의 후보 사퇴를 반대하며 그가 트럼프를 누를 수 있다고 맞섰다. 바이든 지지자들은 단순히 90분 토론으로는 4년의 바이든 치적을 재단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평범한 사람을 위해 싸워온 인물”이고 “자신만을 위해 싸워온 트럼프와의 대결”이라며 바이든을 지켰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바이든이 “코로나 이후 미국을 안정시키고 엄청난 일 자리를 창출했다”며 후보 교체를 반대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의 전 국회의장은 바이든이 TV토론 “솜씨는 훌륭하지 않았지만 가치 측면에서는 훨씬 뛰어났다”고 했다. 

민주당은 바이든을 내쳐서는 아니 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시기적으로 늦었다. 후보를 교체하려면 8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대선 3개월을 앞둔 시점이다. 대선을 3개월 앞두고 후보를 교체한다면 지난 4년간 대선을 위해 준비해 온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 둘째, 펠로시의 지적대로 바이든의 TV토론 솜씨는 훌륭하지 못했지만 “가치 측면에선 훨씬 뛰어났다” 트럼프는 2021년 1월6일 폭도들을 의사당으로 쳐들어가도록 선동해 미국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했다. 그는 포르노 여배우와의 성관계 입막음 돈 지불로 배심원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그는 모두 4개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상태이다. 그는 나토(NATO)를 적대시했는가 하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중국의 시진핑, 북한의 김정은을 찬양했다. 한국방위비 분담금도 몇 배 올리고자 했다. 셋째, 바이든에게는 9월 10일로 잡힌 2차 TV토론의 기회가 남아 있다. 그때도 감기에 또 걸리지 않는다면 2020년 트럼프와의 TV토론에서 압승했듯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4년의 치적은 90분 토론 한 번으로 속단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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