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관전하게 되었다. 아직 동해안의 해수욕장은 대부분 개장 전이었지만, 일련의 무리들이 바닷가 해변에서 무언가 게임 같은 것에 집중하고 있길래 가보았더니 대학생 여름 캠프였다.

여름 방학을 맞아 100여 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캠프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프로그램도 매우 다양했다. 비치발리볼과 같은 체육 프로그램부터 퀴즈 프로그램, 토론 프로그램 등 내용 면에서도 알찬 프로그램들이 즐비했다. 무엇보다도 주제가 정치에 관한 것이었음에도 참가자가 많은 데 놀랐다. 참가하는 학생들의 면면을 보니 전국 각지에서 온 대학생들로 현실정치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학생들로 보였다.

이러한 정치캠프에 이렇게 많은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 그리고 나 같은 불청객이 가까이 다가가 눈여겨보고 있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캠프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2시간여 동안 계속된 캠프 프로그램 중 나의 머릿속을 순간적으로 정지시킨 프로그램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사회자가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화이트보드에 그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적으라고 한다. 문제는 이랬다.

지난 4월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중, 자신이 그 사람들보다 인격적으로 더 훌륭하고 인품도 뛰어나며, 국회의원으로서의 능력과 자질 면에서도 우수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쓰시오.”

,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 중 인성은 물론 인격적으로도 별로고 능력과 자질도 부족한 국회의원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쓰라는 것이었다.

순간 학생들은 머뭇거렸지만, 이내 술술 화이트보드를 채워나갔다. 이윽고 사회자가 화이트보드를 들어보라고 신호를 보낸다. 100여 명이 넘는 참가자들의 화이트보드는 알파벳으로 대부분 채워져 있었다. 가장 많이 눈에 띈 이니셜은 ‘LJM’이었다. ‘YSY’도 몇몇 눈에 띄었고, ‘CK’, ‘JK’, ‘NKW’, ‘JCR’도 있었다.

‘LJM’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말함이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개딸의 아버지로서 오는 818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다시 추대될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의원이지만, 정치에 관심 많은 현역 대학생들의 눈에는 그저 정치적 기득권에 눈멀고, ‘개딸의 소리에만 귀여는, 대통령병 환자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대학생들이 보는 대한민국 정치 현실은 암울 그 자체임이 틀림없다.

‘YSY’는 윤석열 대통령을 말하는 것인데,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학생들은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이곳에서 높이 올렸다. 무능한 정치인의 대명사인 윤석열 대통령을 학생들이 그냥 놔두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CK’‘JK’는 같은 사람을 일컫는 이니셜이었는데,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였다. 대학생들은 아직도 내로남불의 아이콘으로 조국 대표를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NKW’은 나경원 의원이라고 한다. 다소 의외였지만 학생의 말은 학교 선배로서 실격이라고 한다. ‘NKW’를 높이든 학생은 서울대학교 학생이었다. ‘JCR’은 정청래 의원이라고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10분 퇴장’, ‘국회법 공부부터 좀 하고 오세요등의 유행어를 대량생산 중인 현재 국회에서 가장 핫한 국회의원이다. 대학생들의 눈에는 정치적 거물들이 이처럼 하찮게 보였던 것 같다.

사회자가 정리한다. 여기 참가하고 있는 우리 대학생들이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원들보다 인품도, 인격도, 능력도, 자질도 한 수 위다. 곧 여의도를 점령하러 갈 테니 각오하시라!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