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국가 지적측량 및 공간정보 사업 등 국토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 경영 정상화에 황색 신호등이 켜졌다. 2023 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 낙제(D) 등급을 받았다. 기관장 경고 조치다.

앞서 LX는 지난해 12월 자사 뉴스룸을 통해 ‘LX 비상경영혁신위 발족, 경영 정상화 방안 찾는다'라고 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월 'LX 경영 위기, 출구전략 고심', 2월 '발등의 불-LX 경영 정상화 로드맵 구체화' 소식을 전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LX 감사실의 '5월 기강 감사 결과 보고'에는 내부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일요서울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을 통해 입수한 해당 보고서를 토대로 LX 내부의 문제점을 되짚어본다.

LX 감사실의 '5월 기강 감사 결과 보고서 일부 내용
LX 감사실의 '5월 기강 감사 결과 보고서 일부 내용

해당 보고서는 "국무조정실 공직기강 특별점검을 대비해 기강해이 사례를 사전에 차단하고 최근 통폐합 대상 사무실을 중심으로 임직원 행동강령 위반 사항과 시설물 안전 점검 등을 중점 점검하고 그 결과를 보고 한다"라는 취지를 설명한다.

감사는 지난 4월 말부터 5월 중순까지 13일간 감사인 7명이 투입돼 지역본부와 지사 등 23개 소에 대해 점검을 했다. 그 결과 LX 내 7개 기관에서 ▲여비 교통비 집행 소홀 ▲특별 휴가 사용 부적정 ▲업무추진비 및 특근매식비 집행 부적정 등의 사례가 일부 발견됐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한 지역본부에서는 직원이 공사의 업무 수행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경우 '여비 규정' 및 여비 업무처리 기준'에 따라 여비 교통비를 지급하고 있는데 대상자 A 씨는 여비 지급에 필요한 적정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관련 규정에 대해 직무교육을 하고 앞으로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견서를 제출받았다.

또 다른 사례로는 직무수행과 관련해 취득한 중요한 정보나 고객의 개인정보에 대해 허가나 승인 없이 타인에게 누설 또는 제공하지 않도록 지적측량 의뢰서에 대한 문서 보안 관리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일부 규정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지적측량 의뢰서를 옥상 창고에 보관하며 습기가 많다는 이유로 항시 출입문을 개방한 채로 방치하는 등 문서 보안 관리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관련 규정 등을 준수하고 직무교육을 통해 앞으로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지역 본부장의 의견을 받았다.

이외에도 여비 교통비 지급 부적정 사례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고 정규 근무시간 중 특근매식비 집행 부적정 사용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다. 자녀 돌봄 휴가 사용 부정적 사안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했다.

- 'LX 경영 위기' 경영 정상화 로드맵 발표, 현실은?

그동안 LX 내부 임직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경영혁신을 위해 노력해 왔다. LX 임직원들은 올해 초 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회를 마련했다. LX공사는 지난 1월 25일 공주 국토정보교육원에서 ‘2024 관리자 워크숍’을 개최하고 ‘미래 생존’과‘환골탈태’를 주제로 분임 유형별 토론을 이어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직·인력 효율화를 위한 성수기·비수기 탄력적 인력 편성, 인접 지사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한 업무 효율화 등도 제안됐다.

예견된 위기를 공유하지 않은 경직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사무공간 재배치, 직급 체계 단순화 및 호칭 변화, 특별승진 강화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경영 혁신 사례도 공유됐다. 이정규 삼일회계법인 상무는 “LX공사는 위기가 한꺼번에 오면서 심각도가 높아졌다”고 진단하면서 “과감하게 혁신하되 경영 위기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무기로 활용하면서 LX공사의 정체성(공공성 vs 수익성 등)을 정립해 보는 기회로 만들자”고 조언했다.

어명소 사장은 “2024년은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이라면서 만성 적자 탈피를 위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체질을 개선하여 건실하고 강한 조직으로 재탄생해 나가자”며 관리자들을 다독였다.

앞서도 ‘제2차 LX 비상 경영혁신위원회’를 개최하고 경영정상화 실행 방안 도출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LX공사는 지난해 적자 경영으로 비상 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외부전문가(NIA 황종성 원장 외 9인)의 자문을 듣는‘비상 경영혁신위’를 가동하며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쏟았다.
이를 위해 ‘비상 경영혁신위 워킹그룹’을 구성하고 ①경영 개선, ②신사업 개발, ③조직·인력 효율화의 부문별 혁신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실행 과제를 발굴해 왔다.

좌장을 맡은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LX공사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는 적기에 경영 위기에 처한 것이 아이러니하다”면서 “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단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승용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경영 위기를 극복한 한국조폐공사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고, LX공사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인 만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면서“특히 올해 경영평가 등급을 올릴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여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밝혔다.

어명소 사장은 “경영정상화 로드맵은 외부 전문가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는 경영 위기 노력에 공감대를 형성해 노사가 함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력에 비해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업계 'LX 내부 단결로 발전하는 모습 기대

LX는 최근 발표된 2023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1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7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안)'를 심의·의결했다.

LX는 전체 6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미흡' 수준으로 D등급을 받았다. LX는 2022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111억 원의 적자를 낸 뒤 지난해는 560억 원, 올해는 11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된다.

출처 : 한국국토정보공사(LX)  홈페이지 캡처
출처 : 한국국토정보공사(LX)  홈페이지 캡처

정부는 D·E등급을 받은 기관장에 대해서는 경고 조치하기로 했다. 내년도 경상경비도 0.5∼1% 삭감한다. 또 경영 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경영개선 컨설팅을 실시할 방침이다. 업계는 LX가 내부 단결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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