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급부상했다. 당권 주자인 나경원 의원은 6월 25일 페이스북에 “6·25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26일에도 “북핵은 고도화되고 있으며, 북러 협력 등 국제정세도 대한민국의 안보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며 “견고한 한미동맹으로 억제력이 작동하고 있지만, 미래 안보환경 변화까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되면 ‘국제정세를 반영한 핵무장’ ‘평화를 위한 핵무장’ ‘실천적 핵무장’이라는 ‘핵무장 3원칙’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1969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아시아의 방위는 아시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1971년 한국에 주둔하던 미 7사단 병력 2만6천 명을 철수했다. 당시는 북한의 연이은 군사도발로 온 국민이 안보 불안에 떨고 있던 시절이었다. 이런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박정희 대통령은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박 대통령은 1976년에 핵개발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약속 후에도 핵심 참모들에게 “1981년 상반기까지 핵무기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통령은 1977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미 카터가 주한미군 2사단과 전술핵무기 일부를 철수하겠다고 발표하자 잠시 접어둔 핵개발 카드를 다시 꺼내 좌절시켰다. 박 대통령이 핵무기 개발 계획을 철회한 주요한 요인의 하나는 1978년 한미가 합의한 한미연합사 발족과 ‘핵우산’ 제공인 것으로 밝혀졌다.

원전과 핵무기는 ‘선악(善惡)의 쌍생아’다. 부국강병과 자립경제의 의지를 불태웠던 박 대통령은 미국의 압력을 무릅쓰고 1977년에는 발전용량 68만KW의 원자력발전소인 월성1호기 공사를 시작하여 1983년에 가동했다. 월성1호기는 효율적인 ‘경제무기’인 동시에 박 대통령의 자력갱생(自力更生)의 혼이 서려져 있는 ‘안보자산’이기도 했다.

에너지 및 자주국방을 향한 박 대통령의 집념과는 정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의‘탈원전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원자력을 죽이는 ‘경제 자살’이며, 군사적 핵 능력의 기초가 되는 원자력을 죽이는 ‘안보 자해’였다. 역사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대한민국을 해체하려 했던 정책’이며, 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박정희 지우기’라는 준엄한 평가를 할 것이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적통을 이어받은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나경원 의원의 ‘핵무장’ 주장은 시의적절하다. ​‘사실상 핵보유국’인 북한과 중국·러시아가 삼각 연대를 강화함에 따라 한반도가 ‘신냉전의 최전선’이 됐고, 국내외에서 ‘한국의 핵무장론’을 공론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확산을 막고자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최종현학술원’의 여론조사 결과,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국민 응답은 72.8%에 달했다. 응답자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방증이다.

완전한 자주국방은 핵을 보유해야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미국의 자비에만 의존할 것인가? 북한은 이미 핵을 소형·경량화했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는 실현 불가능한 외교적 레토릭으로 전락했다.

북핵 해법은 오직 남북 핵 균형 정책뿐이다. ‘핵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핵으로 맞서야 한다.’ 북한과 러시아의 ‘핵 동맹(북러조약)’ 강화는 대한민국의 NPT(핵확산방지조약) 탈퇴의 권리와 우리의 자체 핵무장에 정당성을 제공한다.

미국의 조야(朝野)에서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문제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제적 제재 및 한미동맹 손상 우려를 들어 핵무장을 자제해야 한다는 우리 내부의 주장은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나경원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직접적인 핵무장의 한계를 지적했지만, 이젠 결단을 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후대에 죄를 짓는 실기를 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미 조야를 대상으로 전방위 외교를 펼쳐 자체 ‘핵무장의 길’을 가야 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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