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기,실수,실언 거듭 대통령실...신뢰.결속,동력 상실 레임덕 조기화 
- 원 카드, 한동훈 동정론 확산-총선책임론 약화...원희룡 사퇴없이 한동훈 못 꺾어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여의도에서는 용산 정무팀에 대한 불신이 한층 높아졌다. 

 권위주의 성향이 강한 한국 정치 특성상 단 한 번도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이 수평적 관계에 놓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총선과 당 지도부 구성, 원내전략까지 대통령실, 청와대가 주도했다.  

 과거에는 청와대가 막강한 정보력과 사법권, 재정력을 갖고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사실상 통제하고 기획했다. 여당은 두 말 없이 청와대 지시, 하명(下命) 사항을 따르는 게 당연시 됐던 시절이다. 

 중요한 것은 기획, 비책의 신뢰도다. 실력이 인정되거나 그렇게 만들 힘이 있다면 당은 믿고 따른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실기(missed opportunity), 실수(mistake), 실언(slip of the tongue)을 거듭하면 청와대는 신뢰를 얻지 못한다. 더구나 그 비책의 전제가 상황에 대한 오판(misjudgment)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김건희 특검법 저지가 제1 국정과제인 윤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여당의 반기, 8표의 반란이다. 충성스런 당 대표가 꼭 필요하다. 경선 결과에 따라 김 여사 보호는커녕 식물정권으로 전락할 위기가 닥칠 수 있다.

 그래서 갑자기 튀어나온 원희룡 전 교통부장관의 당 대표 경선 도전에 여의도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유다. ‘원팀’(원희룡) 카드’가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은 당 대표 도전 의사를 두 차례 윤 대통령과 식사하면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크게 격려했다고 한다. 신림동 고시원 시절 라면 끓여 먹던 추억을 곁들이면서 말이다.

 나 의원과 윤 대통령과의 식사 이후 친윤 지원설이 사실이 됐고 당연히 한동훈 전 대표와 나 의원 간의 막상막하 2파전이 예상됐다. 윤상현 의원 말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원 전 장관의 출마 의사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20일 원 전 장관이 경선 도전 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뜻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과 친윤 세력들은 경선전략상 ‘한동훈’을 막는데 나 의원보다 원 전 장관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문제는 과연 원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이 원하는 정답을 가져올 수 있는 비책, 조커이냐다.  윤 대통령과 친윤에게 최상은 원 전 장관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누가 되든 ‘한동훈’만 아니면 된다.

 이를 위해 용산인지 친윤인지 모르는 모 인사가 각 후보 캠프 측에 전달한 비책이 결선투표 전략이라고 한다. 

 우선 1차 경선까지 한 전 위원장 과반수 득표 저지에 연대해 총력을 기울이고 2차 경선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세 후보 표를 모으면 한 전 위원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과연 친윤 측의 바램대로 1차 경선에서 한동훈 과반 득표를 저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유권자 투표는 대세론과 사표방지 심리가 크게 좌우한다. 후보 모두 그만그만하면 결선전략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층 힘을 얻고 있는 한동훈 대세론에 맞선 반 한동훈 진영이 갈라진다면 구심과 원심의 원리상 반한 대세론이 형성될 수가 없다. 경쟁이 안 되면 결선투표까지 갈 수 없다. 패착이다.

 만약 친윤 쪽에서 도저히 ‘한동훈 대표’꼴만은 못 보겠다 싶으면 지금이라도 원 전 장관이 나경원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반 한’ 대세론을 형성해야 한다. 

 다행히 1차에서 한 전 위원장의 과반 득표를 막는다면 2차에서 ‘당정일체’ ‘일사불란’ 정서가 강한 당내 세력을 결집해 ‘한꼴’만은  안 볼 수도 있다. 어느 분은 ‘한꼴’보다 ‘나꼴’이 더 보기 싫겠지만.

 당 한 관계자는 “‘갈등도 종속도 안 된다’, ‘저는 딱 중간’이라는 나 의원의 애매한 스탠스(stance)가 결국 윤심을 얻는데 실패했다”면서 “그러나 원 전 장관이 포기하지 않으면 한동훈 대세론을 꺾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여론조사기관 대표는 “팽팽하던 ‘한동훈 대세론’과 ‘한동훈 총선책임론’이 원 전 장관 도전 이후 ‘한동훈 동정론’이 형성돼 대세론 쪽으로 기우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비슷한 실수가 거듭되는 것을 보면 용산의 상황 분석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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