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노동판결] 고령을 이유로 한 계약거절은 부당하다?

지난 5월30일 대구 달성군 달성군민체육관에서 열린 ‘참 좋은 일자리 만남의 날’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30일 대구 달성군 달성군민체육관에서 열린 ‘참 좋은 일자리 만남의 날’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알림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언론을 통해 접하는 많은 법원 판결은 대부분 핵심내용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곤란하다. 특히, 노동판결의 경우 법원이 어떠한 법리를 적용할 경우, 노동관계 당사자인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존재하는 개별적인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판단 없이 단순하게 ‘이러한 경우 저렇다.’라는 식으로 이해한다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행정법원(서울행법 2022구합66873, 2024.04.25. 선고)에서는 “대학교 청소근로자들에게 근로계약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한편 고령 등을 이유로 한 대학교 측의 갱신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다.”라는 판결했다. 이번 호에는 어떠한 경우 기간제(계약직) 근로자가 근로계약 재계약(갱신)에 대한 기대권을 인정하는지와 갱신기대권을 거절할 합리적인 이유가 어떠한 것인지를 해당 판결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고령의 이유로 계약갱신거절... 합당한 사유인가
-계약 기간 만료 후... 계약 연장 충족 요건은

피고(중앙노동위원회)의 보조참가인(사용자)은 초·중등 및 고등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돼 대학교 및 고등학교 등 사립학교를 설치·운영하는 법인이며, 원고(근로자)들은 사용자가 운영하는 대학교의 청소업무를 수행하던 근로자들로 이들은 사용자와 촉탁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청소근로자로 근무하던 중, 수차례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했으며, 근무기간 중 정년이 도래했다. 

사용자는 2020년 1~2월경 근로자들에게 촉탁직 근로계약기간 만료 또는 정년 도과를 이유로 근로계약이 종료된다는 통지를 했고, 원고들은 종전 갱신거절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며, 원고들과 참가인은 2020.06.24.에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화해를 했고, 이에 따라 2020.7.1.~2021.6.30.까지 촉탁직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이후, 사용자는 다시 2021.05.28.에 근로자들에게 2021.06.30.자로 촉탁직 근로계약이 만료됨을 통지했고, 근로자들은 이 사건 갱신거절이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다시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는 근로자들에게 계약갱신기대권은 인정되나, 근로자 1명에 대한 갱신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구제신청을 기각하고, 나머지 근로자들에 대한 갱신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해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했다. 

기각판정을 받은 근로자, 그리고 인용판정을 받은 사용자는 모두 초심 판정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근로자들에게 갱신기대권은 인정되지만 사용자의 갱신거절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아 근로자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했으며, 이에 근로자들은 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법원... 이유는

법원은 원고(근로자)들에게는 근로계약 체결에 관한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됨에도 참가인(사용자)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들에 대한 계약 갱신을 거절했으므로, 이 사건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판단을 했다.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해당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다만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입법 취지와 사업장 내에서 정한 정년의 의미 및 정년 이후에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계약 당사자의 일반적인 의사 등을 고려하면,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위에서 본 여러 사정에 더해 해당 직무에서의 연령에 따른 업무수행 능력 및 작업능률의 저하 정도와 위험성 증대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이 지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와 계약이 갱신된 사례 등의 사정까지 아울러 참작해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1) 대학교 임시직원 규정에 재계약 관련 조항을 두고 있고, 촉탁직 근로계약서에 평가방법 및 조건이나 평가를 통한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규정한 적이 있었으며, 촉탁직 근로자의 재계약과 관련한 근무성적 평가항목, 평가 방법 등의 기준을 정해 두고 있었던 점.

2) 이전 근무기간 동안 근로자들에 대한 촉탁직 근로계약이 수차례 갱신됐으며, 종전 갱신거절을 하기 전까지는 청소근로자의 정년이 도래하더라도 촉탁직으로 재고용하거나 촉탁직 근로계약을 갱신해 오던 관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 점.

3)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청소 업무는 참가인에게 지속적으로 필요한 업무로 그 업무량이 감소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들에게 재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합리적 사유 없이 계약 갱신 거절... “부당해고와 마찬가지”
 
근로자에게 기간제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고, 이때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 

근로자에게 이러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갱신을 거절한 경우, 거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 갱신 제도의 실제 운용 실태, 해당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및 업무수행 적격성,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갱신거절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1) 사용자는 이 사건 갱신거절의 이유로 원고들의 근무성적 평가가 75점 미만으로 재계약 기준 점수에 미달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지만, 근무평가에 정량적 평가가 가지는 한계성으로 인해 다소 추상적인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근로자들의 근무성적을 평가함에 있어 구체적인 사실에 기반해 각 평가항목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2) 참가인은 이 사건 갱신거절의 이유로 경영상 어려움을 주장하고 있고, 실제 적자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지만, 청소근로자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작아 근로자들에 대한 갱신거절이 대학교의 재정상황을 효과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점.

3) 사용자가 근로자들이 고령인 점을 들어 이 사건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분리수거, 걸레질, 쓰레기통 비우기 등과 같은 청소업무는 참가인의 주장과 같이 육체노동을 수반하는 것이기는 하나,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청소 업무의 특성상 특정 연령에 이르렀다는 이유로 해당 근로자의 업무수행 능력이 저하됐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미 계약갱신기대권이 발생한 근로자에 대한 근로관계의 종료를 위해서는 적어도 각 개별 근로자의 건강상태로 인해 업무수행능력이 저하되거나 어려움이 생겼다는 점이 객관적인 자료로 뒷받침돼야 하지만 사용자는 근로자들의 건강상태를 객관적 자료로 확인하지 않고, 연령 등으로 인한 청소업무 수행능력이 저하됐는지 여부를 깊게 고려하지 않은 채 원고들에 대해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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