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당정치가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시기는 일찍이 없었다. 군부를 배경으로 한 공화당과 민주정의당 등의 독재정치의 도구로 활용된 정당들은 일사불란하였지만 당내 상황이 언제나 질서정연했던 것은 아니다. 현역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주류와 비주류는 항상 대립 관계에 있었다. 흡사 지금의 국민의힘이 그러한 모습이다.

정당정치가 꽃피기 시작한 것은 소위 ‘3으로 불렸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이 정당정치를 주도했던 시기이다. 87년 체제가 시작되었을 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팬덤정치라는 말이 일반화되었던 시기라면, 아마도 당시의 ‘3김정치팬덤정치라고 불렀을 것이다.

그렇지만 당시는 그들의 인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들의 팬덤이 지역에 기초한 팬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그들은 지역주의의 망령으로 인식되곤 했다. 그렇지만 정치학적 입장에서는 ‘3김정치는 명백한 대한민국 팬덤정치의 효시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팬덤정치를 이끌고 있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다. 그가 무엇을 하든, 어떤 말을 하든 그는 언제나 옳다. 그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은 그가 정치인이든 일반인이든 상관없이 수박이 되고 왕수박이 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선거 당규 개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말을 해서 왕수박으로 몰렸었다는 4선 의원 출신의 우상호 전 의원은 620일 본인의 출판기념회에서, “내가 사랑받고 싶으면 인기가 있을 발언으로 어떤 것을 하면 되는지 다 알지만, 그걸 하지 않는 이유는 나 같은 사람이 있어야 당이 안 깨지고, 이재명 대표가 빛나고, 정권 교체에 도움 되기 때문이라며 이재명 대표의 면전에서 궤변으로 자신의 무고함을 어필했다. 헛웃음이 나온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만났던 4선 의원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요직을 수행했던 사람도 언론 인터뷰에서 옳은 소리를 한 대가로 개딸들에게 문자폭탄 세례를 받는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문자폭탄을 받을 만큼 옳은 소리를 하는 것도 능력이고 용기라고 칭찬을 해줬더니 빙그레 웃는다.

지난 19일 이재명 대표에 의해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 대표라고 말하며, “집안의 큰 어르신으로서 이 대표가 총선 직후부터 영남 민주당의 발전과 전진에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고 명비어천가를 불렀다. 소위 말하는 듣보잡정치인의 서울 입성 일성이 개딸어였다.

이에 뒤질세라 원조 개딸어의 창시자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최근 당헌·당규 개정을 거론하며, “이재명 대표 시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장소에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개딸어때문에 의문의 일패를 당했다.

원내 170석으로 대통령 권력보다 우위에 서보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지만, 그들이 정국을 주도할 만큼의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7~18100% 무선 ARS 방식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의힘 36.7%, 더불어민주당 31.2%였다. 조국혁신당의 10.4% 지지율을 고려해도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개딸 등의 일부에 국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818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이재명 대표의 출마가 임박한 것 같지만, 당대표 사퇴는 하지 않고 있다. 어쩌면 당규를 개정하여 전당대회 없이 당대표의 임기 연장을 논의 중일지도 모르겠다. 옳지 않다. 그보다는 과거 김대중 총재가 해왔던 상왕정치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강민구, 김준혁, 양문석, 정청래의 ‘4두정치에 이재명 대표의 상왕정치’. 새로운 정당정치의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재명은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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