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0일 한 조간신문에는 낙하산 군복을 입은 중•노년들이 횡대로 서서 기념 촬영한 사진이 크게 실렸다. 그들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하원 의원들로 군 출신이다. 이 의원들은 1944년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80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때와 똑같은 수송기에 탑승, 낙하산을 타고 하강했다. 그들은 군인으로서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고 제대 후엔 국회에 진출한 정치인들이다. 낙하산 의원 9명 중에는 71세의 공화당 소속 대럴 아이사 의원도 있었다. 민주•공화 양당 간에는 올 11월5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대결이 어느 때 보다도 격렬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서로 당은 다르지만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데는 하나가 되었다. 그들은 모두 독일 아돌프 히틀러 독재에 맞서 자유체제를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참전한 선배 군인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점프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에 반해 일부 한국 국회의원들은 자유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낙하산 줄을 잡는 게 아니라 당내 감투를 따내기 위해 당권자의 줄을 타고 재간을 부린다. 민주당의 이재명 당 대표 지지 그룹은 4.10 총선이 민주당 압승으로 끝나자 1주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이 대표를 연임시켜야 한다며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 TF(태스크 포스)는 5월31일 이재명 대표를 위한 당헌•당규 개정 시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 시안에 따르면,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기존의 당헌 조항을 고쳐 당무위 의결로 사퇴 시한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규정도 삭제토록 개정한다고 한다. 부정부패로 기소되었으면서도 대선에 다시 나서려는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대선 출마를 위한 개정이다. 이재명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 대표를 향해 충성경쟁을 벌이는 후진적 추한 행태를 반영한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당선 축하 난을 거부하며 대통령의 축하 선의를 짓밟았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곧 축하를 후해하게 만들겠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교수 출신으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초선의원 김준형은 “불통령의 난을 버립니다”라고 적인 메모지를 부착한 축하 난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다. 초선 의원으로서 얄팍하고 야비한 짓으로 잘못 가고 있다. 당대표 줄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의원들은 국회를 당권자에게 충성해 한 자리 꾀 차기 위한 디딤돌로 이용한다. 

한국 의원들의 속 좁고 치졸한 행태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여•야가 따로 없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함께 노르망디 상공에서 점프한 미국 의원들과 대조된다. 미국과 한국 의원들의 차이는 대체적으로 공명정대한 생활을 체질화한 미국인들과 강자에 빌붙어 출세하고자 아부하는 한국인들의 비굴한 의식에 있다. 한국 의원들은 당권을 장악한 강자를 바라보며 출세의 줄을 타 고자 한다. 법적으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 길을 열어주기 위해 당헌•당규를 개정하는가 하면, 당권자에게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 대통령이 보낸 당선 축화 난까지 짓 밞는다. 사내답지 못하고 비열하며 졸렬하다.

미국 의원들은 이라크 전쟁이나 걸프 전쟁 때 현역으로 참전하겠다고 자원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 땐 의원직을 포기하고 참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의원들 중엔 군대를 가지 않은 자들도 적지 않다. 일부 의원들은 운동권 시절 사실 확인도 없이 비리를 폭로하던 속성을 국회에 들어와서도 버리지 못한다. 자기 당 실권자에게는 맹종하고 아부한다. 그러면서도 이 나라 대통령의 축하 난은 걷어찬다. 그런 좀팽이 의식이 한국 정치를 수십 년 동안 4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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