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인 아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서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게 있다. 그중 하나가 학연이다. SKY(서울대.연대.고대) 출신들은 같은 동문이라는 이유로 서로 밀어주고 땡겨주는결속력이 강하다. 그 중 유독 강한 곳이 고대다. 오죽하면 결속력을 자랑하는 해병대 전우회, 호남향우회와 더불어 대한민국 3대 패밀리로 통한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정권이 2007년 집권한 이명박 정권이다. 대통령이 고대출신이기도 했지만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정권) 정권으로 불리었으며 고대 후배인 박영준 전 차관이 왕차관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던 근간에는 고대 동문들의 보이질 않는 입김이 작용했다.

그런데 14년만인 2024년 고대 동문들이 고대 대망론불씨를 지피면서 다시 한번 결속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 단초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임명되면서부터다. 고대 출신인 정 비서실장은 과거 이명박 정권 시절 정무수석을 지낸 친MB계 인사다. MB와는 대학 선후배지간이다. 정 비서실장은 세종시 수도 이전을 두고 여당속의 야당역할을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이 갈등을 풀고 다시 화해시키면서 보수.우파 정권이 재집권 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런 정 비서실장이 대통령실에 입성한 이후 고대 동문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문고리 3인방으로 유명한 정호성 전 비서관의 대통령실 깜짝 발탁이다. 아무래도 고대 선후배지간에다 과거 인연이 있는 정 비서실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간 영수회담 성사 당시 비선논란을 일으킨 함성득 교수 역시 고대와 인연이 깊다. 그는 연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지만 고대 정경대학 행정학과 교수를 18년간 하면서 주임교수, 학과장, 부학장을 거쳤고 한국최초로 대통령학 강좌를 개설한 고대 교수로 명성을 날렸다. 사실상 윤 정권에서 대통령 공조직 오른팔과 비선 왼팔이 모두 고대와 인연이 맞닿아 있는 셈이다.

이뿐만 아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여권 인사들중에서 고대 출신들이 적쟎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날선 각을 세우면서도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고대출신이다. 또한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고대 동문이다. 오 시장은 그동안 중앙정치에서 한걸음 떨어져 있으면서 침묵하거나 애써 무시했지만 정 비서실장이 용산에 입성하면서 여의도 정치에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비윤으로 돌아선 한동훈 전 위원장과 직구논란으로 대립하면서 대통령실에 존재감을 보여줬다. 나아가 차기 대권관련 선을 그으면서 조용히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박형준 부산시장 역시 고대 출신으로 잠룡으로 분류된다. 이들  3인방 모두 MB정권에서 친MB계로 분류됐고 나름대로 승승장구했던 근간에는 끈끈한 고대 동문이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MB정권 시즌2로 불릴만큼 윤 정권에 포진한 MB계인사들이 달콤한 권력 맛을 다시 맛보면서 고대정권 시즌2을 기대하는 형국이다. 그리고 시즌1 고대정권이 성공보다는 아픔이 많았던 만큼 명예회복 차원도 보인다. 물론 고대 대망론이 상황론상 그럴듯하게 보이긴 한다. 하지만 과연 3년후 고대 대망론이 실제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군부독재정권과 3김정치 종식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은 체험적으로 학연.혈연.지연 등 팬덤이 강한 특정한 집단이 연속 권력을 잡는 것에 극도로 경계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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