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전.현직 대통령부인 의혹 놓고 정치권 이전투구
- 모범적 퍼스트레이디 상(), 미국 활발 대외적활동 한국 서민적, 조용한 내조형 선호

검찰의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의 칼끝이 점점 김 여사를 직접 소환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양새이다. 최근 이원석 검찰총장은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 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김여사의 명 품백 수수건과 주가조작 연루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이 공개 소환 방침을 세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더욱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미 총선 전부터 여당 내에서 제기된 바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소위 인도 호화 외유성 순방관련 특검법도 결국 발의됐다. 전 현직 대통령의 부인에 대한 사상 초유의 특검법이 발의되어 여야의 가파른 대치 정국의 정점 이슈로 급부상한 셈이다.

역대 대통령 부인과 관련 이처럼 전 현 정권과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게 첫 사례인 만큼 국민의 관심사는 클 수밖에 없다. ‘김정숙 여사 특검법발의와 관련 그동안 침묵했던 문 전 대통령도 치졸하다면서 반격에 나섰고 친문 세력들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별로 달갑지 않은 퍼스트레이디 특검 정국이다. 산적한 민생현안과 불안한 한반도와 국제 안보 정세 속에서 양 퍼스트레이디 특검법 공방은 실효성도 없는 정치적, 소모적 정쟁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 퍼스트레이디의 의혹 관련 분명히 차이는 있다. 김정숙 여사 관련 특검법은 퍼스트레이디의 해외 순방 관련 호화성 논란은 비용과 방문의 적절성을 따져 위법성을 캐는 문제이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는 청탁했다는 주장과 주가 조작이라는 범죄 혐의를 놓고 수사를 하기에 국민이 받아들이는 감정과 반감은 차원이 다를 수 있다.

역대 대통령 부인 중 이번처럼 전 현직 대통령 부인을 놓고 정치권이 특검 정국으로 대치 중인 상황은 아무리 봐도 좋게 봐줄 수 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수 있는 퍼스트레이디의 범죄의혹은 덮어 둘 순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국내외적으로 역대 대통령의 부인 중에는 퍼스트레이디의 모범적 이미지나 활동 사례 또는 귀감이 되는 부인들도 꽤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 보수층을 떠나 육성수 여사의 인간적 서민적 퍼스트레이디 상은 지금도 세간의 미담 사례로 언급이 되곤 한다. 최규하 전 대통령 부인 홍기 여사는 역대 영부인 가운데 대외활동을 삼가고 빨래와 다림질까지 직접하는 소박하고 서민적 풍모를 지닌 인물이란 평을 받기도 했다.

2022년 미국의 드라마 퍼스트레이디가 방영된 적이 있다. 미국 역대 대통령 부인인 세명의 퍼스트레이디들의 대외적 활동과 개방적 역할, 국가와 인류를 위한 독창적이고 또 다른 여성 리더로서의 면모를 다룬 화제작이다.

미국 재건을 이끈 엘리너 루스벨트(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 부인), 여성 인권운동을 주도한 베티 포드(제럴드 포드 대통령 부인), 의료보험 개혁에 나선 미셸 오바마(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의 면모와 활동을 다룬 작품에선 세명의 퍼스트레이디가 정치가의 평범한 아내가 아닌, 스스로 미국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간 퍼스트레이디 이야기를 담아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주었다.

대비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은 어떤 모습의 퍼스트레이디를 원할까 궁금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조용한 내조와 서민적 풍모로 소리소문없이 소외된 계층을 찾아 필요한 것들을 챙겨보는 퍼스트레이디일까. 아니면 미국의 드라마 퍼스트레이디에 나오는 세명의 두드러진 대외적 여성 리더쉽을 발휘한 퍼스트레이디일까.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 사고치고 시끄러우면 잠시 사라지고 보이질 않다가, 이때다 싶으면 다시 나와 어색한 미소, 화려한 외모와 의상을 걸치고 사진 찍는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일까.

전 현직 퍼스트레이디 특검 정국이 어떤 결말로 표출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국민은 그때쯤이면 아마도 대한민국의 참된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을 한번 쯤 다시 생각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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