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딜레마에 처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역임했던 이준석 의원이 말했듯이 그는 친윤에서 반윤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친윤이냐 반윤이냐를 답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의 선택지는 단 하나로 보인다. 대권으로 가는 길이다. 그 길을 위해서 첫 번째 시험대가 오는 725일 전당대회 출마 여부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여전히 친윤.영남권이 주류다. 반윤내지 비윤 행세로는 차기 당권을 노리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를 차기 대권주자로 키우고 싶은 사람들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주문한다. 머리도 식히고 공부도 하면서 여의도밖에서 정치적 소양과 실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대권도 3년이나 남았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자칫 당권도전에 실패할 경우 차기 대권은 더 멀어진다. 다음 대권 레이스에 못 오를 수도 있다.

반면 한 전 위원장을 통해 정치적 전리품과 자리를 기대하는 인사들은 출마를 종용한다. 어차피 진짜 반윤도 아니고 윤 대통령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에서 적당히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차별화를 통해 비윤반윤 중도층과 친윤 양쪽의 표를 다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범여권 차기 대권 주자 1위라는 점도 출마에 무시못할 요인이다.

문제는 이런 비윤 내지 반윤으로서 쇼잉정치’(보여주기식 정치)가 당원들과 일반 국민들에게 통할지는 미지수다. 대권은 앞서 언급했듯이 3년이나 남았다. 무슨 일이, 어떤 인물이 새롭게 나설지 아무도 모른다. 범여권에서는 한동훈외에도 오세훈, 원희룡, 박형준 등도 있다. 이준석.유승민 의원같은 당밖의 인물이 뛰어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비윤.반윤을 3년동안 하다보면 진짜 반윤이 될 수 있다. 공격은 잽으로만 안된다. 강약이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진짜 강펀치를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윤 정부에게 날리다보면 어느새 자신이 반윤의 전사로 변해 있을 수 있다. 그때는 당초 윤 대통령과 친분이나 로얄티가 사라지고 초심의 약속도 희미해질 것이다. 초심이라는 게 재집권을 위해서는 윤 대통령과 차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용인돼 쇼잉정치를 했지만 3년이 지난 후에도 양쪽 모두 그 마음이 변치 않을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과거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노 전 대통령이 대선전날, “우리당에는 정동영도 있고 추미애도 있다는 한 연설문으로 자신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알고 있던 정몽준 후보는 이 말에 단일화를 철회했다. 권력이란 게 이정도로 무섭다. 누구는 한순간에 권력의 거지가 됐고 누구는 권력의 제왕이 된다.

특히나 한 전 위원장이 민주당 후보가 아닌 국민의힘 보수.우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를 보면 민주당은 외부에서 대권 주자를 영입할때도 가치와 이념을 중시한 인사이거나 유력 대권 주자를 모셔와 불쏘시개로 삼곤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다. 지난 대선이 대표적인데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경쟁력이 있는 인사라면 물불을 가리질 않고 영입해 자당 대통령 후보로 성심성의껏 만들어준다.

한 전 위원장이 목표가 대권이라면 딜레마에 처한 게 아니라 앞길이 명확하다.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우거나 옹호를 할 필요가 없이 여의도 밖에서 살아있다는 존재감만 보이다 대선 1년전에 뛰어들면 된다. 머리좋은 한 전 위원장이다. 정치, 사람 공부는 2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좌고우면해서 성공한 정치인은 없다. “무식하다”, “바보같다는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다 대통령직에 올랐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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