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댄스 댄스' 저자 유동규 인터뷰
"장수(將帥)로서 죽는 건 좋다. 졸(卒)로 취급한 것이 더 모욕적"
"형님이 어떻게 나를···" 가장 미운 사람은 정진상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뉴시스]

[일요서울 l 박철호 기자] 본지는 5월 29일 서초동 인근 카페에서 '당신들의 댄스 댄스'의 저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만나 책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인터뷰에서 그들이 차라리 솔직하게 대장동 문제를 털어놨다면 자신이 다 감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장수(將帥)로서 죽는 것은 인정할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이 불거졌을 때 그들이 내게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희생을 부탁했다면 저는 다 뒤집어썼을 것이다. 내가 선택할 기회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은 일방적으로 나를 희생양으로 몰아세웠다. 그저 졸(卒)로 본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유 전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책의 문장이 다채롭다. 

제 주장을 설득하기 위한 용도로 쓴 책이 아니다. 그래서 직설적인 문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냥 기록하고 싶었다. 이 책은 나에 대한 반성이자 모든 사람에게 하는 경고다.

- 상사로서 이재명 대표는 어땠나.

이 대표는 항상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통해서 명령을 내린다. 간혹 직접 내리기도 한다. 이 대표는 믿음 가는 사람은 ‘프리롤’로 두기도 했다. 어항 안에서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 

- 이 대표의 일처리는 어땠나.

일을 시키면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능력을 인정받는다. 아니면 자리를 내놔야 한다. 그룹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잘려나간 사람도 많다.
 
- 일의 보상은 충분했나. 

내가 올라오는 만큼 너희도 올라온다. 그게 보상이다. 보상을 바라고 등산을 하나. 산을 오르는 그 성취감이 보상이다. 돌이켜 보면 그 성취감이 함정이었다. '우리'에 내가 포함될 것이라는 함정. 다 같이 눈을 감고 열을 세자고 해서 굳게 믿었는데, 눈 떠보니 다 도망갔더라.

- 책을 보면 김만배 씨는 '못 할 게 없는' 인물이다. 그가 없었더라면 현실은 달라졌나. 

성남시장 재선도 못했을 것이다. 이미 통진당 사건 때 끝났다. 김 씨가 등장했을 때 '행운이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권력자나 부자들이 항상 조심하는 사람들이 사기꾼들이다. 있는척 하는 사람들한테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사기당할까 봐 두려워한다. 실제로 김 씨 같은 실력자라면 환영한다. 윈-윈 할 수 있으니까.
 
- 어떤 계기로 김만배를 믿게 됐나.

보통 사기꾼들은 누구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 그냥 '센 사람이 있다', '해결해 줄 수 있다' 정도만 얘기한다. 하지만 김 씨는 직접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이름을 거론했다. 또 김 씨는 윤창근 전 성남시의원의 동창이다. 윤 전 시의원도 '김만배는 대단한 놈'이라며 자신이 보증한다고 했다. 윤 전 시의원도 김 씨를 아는 것을 뿌듯해했다. 결정적으로 통진당 사건 당시 깔끔한 일 처리다. 원래 검찰이 정보를 흘리지 않나. 말 한마디 안 나왔다. 

- 정진상의 말이면 "태백산맥도 탔을 것"이라고 했다. 

명령하면 복종하는 관계니까.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술 먹자고 하면 강원도에서 성남까지 달려갔다. 정 전 실장은 나의 형이고 방패였다. 그리고 말이 제일 통했다. 내가 성질나서 때려치운다고 말하면 정전 실장은 항상 저를 달래줬다. 

- 김용을 향해 특별한 마음을 가졌다고 했다. 왜 그를 챙겼나. 

리모델링 사업부터 같이 한 사이이자 형이라서 그랬다. 지방의회는 시의원이 시장 다음과는 힘이 있다. 예산권과 사업 승인권을 시의회가 다 가지고 있다. 거기서 이재명을 대신해 움직여 준 사람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다. 

- 누구의 배신이 가장 미웠나.  
정 전 실장이다. 시저(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죽으면서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하지 않나. "형님이 어떻게 나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적으로도 친했나.
친했다. 우리는 경상도라서 시시콜콜한 얘기는 나누지 않는다. 그래도 비즈니스는 전부 공유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형님이 움직일 수 있다. 작은 이야기라도 모두 공유했다. 지내다 보면 말을 안 해도 서로 다 아는 관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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