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29일 제21대 국회의 마지막 날 몇몇 국회의원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지난 4년간, 혹은 8년간 국회의원으로서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는 인사의 문자였다. 물론 제22대 국회에서 이들은 생환하지 못했다.

이들을 비롯한 제21대 국회의원들에 대한 종합적인 의정 평가가 나왔는데, 가히 충격적 결과다. 리서치뷰가 528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5월 말 정기조사에서, “529일 임기가 끝나는 제21대 국회의 전반적인 의정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잘못함이라는 부정적 답변이 82%를 차지했으며, ‘잘함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은 14%에 불과했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이 괜한 트집 잡기가 아니었음이 일반 국민의 여론조사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임기가 끝난 것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530일부터 제22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되었다. 이날에도 몇몇 국회의원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지난 의정활동을 경험으로 나라를 위해 지역을 위해 더 큰 봉사를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다짐을 보내어 주었다. ‘사상 최악의 국회가 예상되는 제22대 국회이지만 그래도 기대를 접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헌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된 것이 1948530일이었는데, 그날이 일요일이라 국회가 처음 소집된 날은 1948531일 월요일이었다. 그로부터 76년이 흘렀다.

당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198명의 제헌 국회의원들은 국회 회의장에서 치열하게 토론하고 협상하는 공방을 벌였다. 그 결과가 대한민국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만들어 낸 체제가 현재 민주 대한민국 체제의 기초가 되었다.

지난 76년 동안 대한민국은 수많은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 경제적 풍요로움에 대한 동경을 현실화시키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모두 9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고, 정변을 통한 다섯 번의 공화국 교체가 이루어져 제6공화국에 이르고 있다.

이를 정치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은 식민 지배를 당한 후의 독립과 한국전쟁, 그리고 이승만 독재와 4.19 혁명이라는 과도기적 정치 상황이 주를 이루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과도기적 정치체제를 군사정권 체제로 바꾼 것인 5.16 군사 쿠데타였다. 군부의 물리력에 의한 체제의 전환이었다.

5.16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의 제3공화국과 집권 연장을 위한 유신 쿠데타의 제4공화국, 군사정권의 연장을 위한 전두환 신군부 쿠데타의 제5공화국은 한 세대를 풍미했지만, 1987년 시민 주도의 민주항쟁에 의해 마침내 백기를 들고 말았다. 9차 헌법 개정을 통해 제6공화국이 만들어졌으며 1987년 체제가 탄생했다. 시민의 힘으로 군사정권 체제를 다수파 민주정치 체제로의 체제 전환을 이루어 냈다.

그런데 이제 1987년 체제도 그 생명력을 다해가고 있다. 이미 한 세대도 더 지난 낡은 체제이고, 현재의 다원화되고 합의와 협의를 존중해야 하는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 그 기회가 있었지만, 촛불정신을 곡해, 독점하는 카타르시스에 빠져 정권도 실패하고 체제 전환도 이루어 내지 못했다.

사상 최악의 국회가 예상되는 제22대 국회일지라도 300명의 동량이 집단지성을 발휘한다면, 각 당이 선거공약으로 언급했던 헌법 개정도 이루어 내고, 새로운 공화국도 수립할 수 있으며, 협의형 민주정치 체제로의 전환도 이루어 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 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잘 아는 냉철한 현실 인식의 소유자이기에, 22대 국회가 합의와 협의에 기초한 체제 전환을 이룰 적기다. 기대가 큰 제22대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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