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특사가 전란(戰亂)에 빠진 나라를 구한 영의정 류성룡을 높게 평가하며 쓴 글귀인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만들다)’가 다시 필요한 시기이다. 필자는 신년 특별사설로 ‘멀리 내다보고 국가대개조에 나서자’라는 칼럼을 쓴 바가 있다.

“2024년 대한민국은 어느 길을 갈 것인가. 430년 전 조선 선조의 ‘국운 쇠망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45년 전 영국 대처의 ‘국운 융성의 길’을 갈 것인가. 예로부터 한반도가 처한 지정학적 상황을 앞뒤로 적을 만나는 ‘복배수적(腹背受敵)’이라고 했다....”

4.10 총선에서 집권당이 궤멸적인 패배를 한 결과, 민주당은 탄핵을 외치며 장외로 나가고 국가대개조를 위한 일련의 개혁 작업이 좌초될 위기에 봉착했다. 2년밖에 안 된 윤석열 정부인데, 부처 공무원들이 용산 대통령실에 파견되는 것을 꺼리는 ‘복지부동(伏地不動)’ 현상과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의 역사’를 만든 자유 우파 정당에 뿌리를 둔 국민의힘의 처지는 ‘배(腹)와 등(背) 양쪽에서 적이 몰려오는 샌드위치 형국’의 한반도와 같다. ‘끼인 운명’의 국민의힘은 앞에는 진보를 참칭하는 주사파 거야(巨野)와 대치하고 뒤에는 좌경화된 판사들의 재판거래, 재판지연, 편파판결 등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자유민주주의 근간인 법치가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민주당과 조국당이 연대해 성과를 내달라”는 ‘상왕 정치’와 두 당의 ‘재판부·검찰 겁박’이 도를 넘고 있다. 정치로 법치를 뭉개버리겠다는 심사이다.

사법부의 좌경화와 반(反)법치주의를 상징하는 말이 ‘판새(판사새X)’이다. ‘좌파 무죄, 우파 유죄’, ‘좌파에는 솜방망이, 우파에는 쇠방망이’란 말이 그 원인 중 하나이다. 조희대 사법부는 ‘이념판결’로 건국 이래 최악의 오명(汚名)을 남긴 김명수 사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며,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이재명· 조국 및 정치권 범법자들의 재판을 신속히 처리하여 ‘법치와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국민은 두 눈 부릅뜨고 조희대 사법부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제국이 국망(國亡)으로 기우는 시기에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이 <수군 제일위인 이순신>이라는 신문소설을 연재해 ‘중세의 영웅’ 충무공을 20세기로 호출했듯이, 필자는 남미행(南美行) 열차표를 끊은 대한민국의 국난 타개를 위해 ‘부국강병’의 영웅 박정희를 소환해서 민간과 정부가 함께 분발할 것을 촉구하고 싶다.

박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박정희정신으로 ‘한강의 기적’을 넘어 ‘세기의 기적’을 이루었다. 박정희 시대의 시대정신은 ‘잘살아보세’였고, 불과 이 다섯 글자는 대한민국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킨 ‘불후의 구호’였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 조지 슐츠(George Shultz)는 1992년 서울평화상 수상 연설에서 “한국은 ‘안보의 기적’, ‘경제발전의 기적’, ‘민주화의 기적’ 등 3대 기적을 이룩한 나라”라고 극찬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이 전남 강진에서 18년 유배 생활 중 저술한 <경세유표(經世遺表)>에 “…생각해 보건대 터럭 한끝에 이르기까지 병들지 않은 것이 없으니 지금에 와서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하고야 말 것이다…”라는 서문을 실었고, 조선은 결국 100년 후에 역사에서 사라졌다.

2018년 11월. 대한민국 광화문 네거리에 김정은의 사진이 걸리고, 이 자를 칭송하는 ‘백두칭송위원회’가 탄생했다. 2021년 5월. 법원에서 김일성의 회고록이라는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금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었다. 국가보안법이 형해화(形骸化)되어 대한민국 체제가 위협받는 현실이 입증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다시 전진하기 위해서는 자유 민주 국가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사회 각계에 진지(陣地)를 구축하고 있는 주사파의 정체를 명확히 알리고, 그 적폐를 척결해야 한다. 그런 연후 도전과 모험으로 상징되는 ‘박정희정신’을 재조명하고, 창조적으로 법고창신(法古創新)하여 미래로 나가야 한다.

최근 국민의힘의 김민전 수석 대변인은 정확한 팩트에 입각한 대야 공세로 거야의 ‘후흑(厚黑) 정치’와 ‘탄핵 정치’에 맞서 잘 싸우고 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이처럼 국민의힘 108명 의원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역사를 써야 한다. 그리하여 보수의 새길을 열어야 한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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