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인’ 일본에 매각?…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 한국에 넘겨

라인 넘기라고? 일본 총무성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이유로 일본의 국민메신저 라인의 지분 50% 및 개발권을 보유한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이에 네이버가 나머지 지분 50%를 보유한 일본 최대 IT기업 소프트뱅크와 물밑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환 기자]
라인 넘기라고? 일본 총무성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이유로 일본의 국민메신저 라인의 지분 50% 및 개발권을 보유한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 이에 네이버가 나머지 지분 50%를 보유한 일본 최대 IT기업 소프트뱅크와 물밑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네이버(Naver)가 개발한 메신저 ‘라인(Line)’은 전 세계 약 10억 명이 사용하고 있다. 국민 1억2000명 중 80%가 사용하는 일본에서는 ‘국민 메신저’로 불린다. 라인을 두고 최근 일본 총무성(総務省)이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 절반을, 나머지 절반을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국내 산업계와 우리 국민들은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반면, 정부는 한일 관계를 고려해 강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 이런 가운데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1위의 쿠팡을 바라보는 시각이 심상치 않다. 소프트뱅크 운영 펀드는 쿠팡 지분을 한국에 내놓을 수 있을까.

- 50대50… 소프트뱅크 라인 경영권 및 네이버의 라인 개발권 맞장
- 소프트뱅크 자본, 국내 배송 1위 쿠팡 상장도 미국서 우회 작전?

지난 4월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본 총무성 라인야후 행정지도 관련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른바 ‘라인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과기부는 “해당 사안은 일본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사고에 따른 후속 행정지도와 관련한 것”이라면서 “한일 외교관계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과기부는 네이버와 (라인사태에 대해) 협의해 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해 11월 네이버의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내부시스템을 일부 공유하던 ‘라인야후’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한 것. 이 사건 발생 이후 일본 총무성은 ‘통신 비밀보호 및 사이버 보안 확보’라는 명목으로 행정지도를 내렸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사기업 지분 매각 요구?

라인은 어느 나라 기업일까? 라인을 단순히 기업으로 볼 수는 없다.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각각 절반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라인야후(국내서는 LY주식회사로 불린다)가 운영하고 있는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다. 쉽게 줄이면, 한국과 일본의 기업이 각각 50% 지분을 갖고 있는 메신저 서비스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왜 이 메신저를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지분을 모두 자국 기업에게 매각하라고 지시한 걸까. 여기에는 여러 가지 풀이가 나오지만 큰 틀에서 ‘일본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의 온전한 운영권을 갖기 위함’이라고 풀이된다.

일본 총무성은 우리나라 행정안전부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부처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의한 행정지도”를 이유로 라인야후 지분 매각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라인은 일본에서 단순히 메신저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지 않다. 

라인이 밝히고 있는 서비스는 메신저 서비스를 넘어 포인트, 택시, 은행 등 금융과 모빌리티를 포함해 전 세계에 34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라인 글로벌 패밀리 서비스는 각각 서비스에 따라 비즈니스 방향이 다르고 독립적이다. 전 세계 19개의 언어로 제공되며 각 나라별 특징도 뚜렷하다.

라인은 현재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까지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대만과 태국에서도 일본에서처럼 국민 메신저로 강하게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 메신저와 유사한 수준으로 종종 비교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본 총무성?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지분? 쿠팡은?

한국과 일본 재계에서는 소프트뱅크와 네이버가 물밑 접촉을 통해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에 힘을 실어주면서 네이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재일교포인 손정의 회장이 창업한 일본 최대 IT 기업이다.

앞서 설명했듯 라인은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일본 국민메신저로 불리며 IT부터 금융까지 다분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일본에 지분을 매각해야하는 이유가 되는 지는 의문이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는 있으나 지분 매각을 타당한 행정 명령으로 볼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국내서 배송을 포함해 이커머스 분야 1인자로,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쿠팡에 눈이 간다. 쿠팡은 2019년까지 소프트뱅크 자금 약 3조5000억 원이 투입됐다. 당시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우버(Uber)와 위워크(WeWork) 등을 기업공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7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쿠팡까지 위기가 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손정의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 “크게 반성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쿠팡은 국내서 떠오르던 경쟁사를 모두 물리쳤다. 위메프- 티몬 등 소셜커머스 업체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고, ‘새벽배송’ 타이틀을 내걸며 쓱(SSG)배송을 내놓은 신세계와의 경쟁에서도 승리해 전자상거래 분야 1위에 올랐다. 최근 중국發 테무(Temu), 알리(Ali) 등이 밀치고 들어오지만, 국내서 먹거리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라는 OTT 서비스에 최근에는 쿠팡페이라는 결제 서비스까지 확대하면서 자리굳히기에 들어갔다.

바로 이 쿠팡의 지분율 100% 보유 기업이 미국계 기업 쿠팡주식회사(Coupang, Inc.)다. 쿠팡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국내서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왜 모기업은 미국에 있는 걸까. 바로 자본이 국내 자본이 아니어서다. 

라인 지분 일본에 매각 vs 쿠팡 지분 한국에 매각?

쿠팡주식회사 최대주주는 소프트뱅크그룹이 운영하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다. 손정의 회장의 뜻으로 세운 펀드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지분 23.9%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 경영권은 한국계 미국인 김범석 의장이 보유하고 있으나 지분율은 10.1%에 그친다. 그 뒤로 모건스탠리(美) 6.9%, 베일리기포드(英) 6.5%, 닐메타(美) 4% 등으로 이어진다. 

쿠팡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정부가 소프트뱅크에 지분 매각을 요청해야 하는 시기가 올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 사실 쿠팡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는 다반사다. 노동자 사망 문제부터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에 하자물품 돌려막기 논란에 이어 배송 관련 문제까지 네이버가 운영하는 ‘라인’ 서비스에서 발생한 수십 배에 달한다. 

라인 지분을 일본에 넘기라는 일본 총무성과 소프트뱅크를 향해 ‘쿠팡’의 지분을 한국에 넘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면, 소프트뱅크나 일본 정부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쿠팡은 국내 유가증권시장이 아닌 ‘나스닥 상장’ 소식이 돌던 2019년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발뺌한 바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3개월 뒤인 2021년 3월, 국내유가시장이 아닌,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상장할 때 주가도 부풀려져 상장 당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현재는 상장 당시 대비 4분의1에서 3분의 1사이를 오르내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국내서는 크고 작고를 막론하고 이커머스와 연관된 전분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모양새다. 

라인과 쿠팡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으나, IT 공룡 vs 유통 공룡의 타이틀을 걸고 각각 일본과 한국 등 주요 서비스 국가에 지분을 넘겨주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네이버가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국민 메신저’ 라인과 한국 전자상거래 분야 1위 쿠팡 모두 손정의 회장이 관련돼 있다. 

산업계 일각에서 ‘라인사태’를 두고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로 풀이되는 한일 양국의 관계 속에 서로의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두 기업을 두고 득실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라는 풀이가 나온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명령으로 시작된 이른바 라인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 일각에서 소프트뱅크 자본이 버티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나온다. [일요서울]
일본 총무성의 행정명령으로 시작된 이른바 라인사태가 일파만파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 일각에서 소프트뱅크 자본이 버티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1위 쿠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나온다. [일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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