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들은 21대 국회의 임기도 오는 29일로 그 막을 내린다. 21대 국회의원의 일부는 다시 금배지를 달고 22대 국회의 일원으로 국회의원직을 수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부는 정계를 은퇴하여 여의도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극히 일부는 재기의 기회를 엿보기 위해 여의도 주위를 배회할 것이다.

22대 국회의 임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여의도의 주인은 22대 국회의원들이다. 22대 국회의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를 개최하여 자당의 국회의장 후보로 우원식 당선인을 선출했다.

아직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국회의장을 미리 내정해 놓는 관례에 따른 선출이기는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홈페이지 블루웨이브 당원존의 자유게시판, 토론게시판, 청원글 등에는 우원식 후보 선출을 성토하는 글이 차고도 넘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당원존의 자유게시판에는 20일 그럴듯한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의 제목은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선출은 무효입니다. 절차적 하자가 있음이다. 비비교왕고자라는 닉네임의 필자가 주장하는 골자는 이렇다.

더불어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국회의장 후보는 의원총회에서 추천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아직 임기를 시작하지 않는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선출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 추천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무효라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사실 추미애 후보도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원도 아닌 사람이 국회의장 후보로 나서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의 정치적 관행이라고 치부해 버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국회의장 후보로 추천된 우원식 후보도 22대 국회가 개원하여 본회의를 열고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어야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기에 이러한 문제 제기는 타당하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은 당헌에 의거하여 22대 국회 임기 개시 후, 본회의가 열리기 전에 자당의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음이 마땅하다. 일 안하고 세비만 축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회의원들이 모처럼 일 좀 하려고 과도한 욕심을 부린 참사가 아닌가 싶다.

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의 과도한 욕심 못지않게 떠나는 김진표 국회의장도 때늦은 만용을 부리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22대 국회의원 초선 당선인들을 초청한 의정연찬회 인사말에서 지금은 정치인들이 당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 비난받는다. 소위 말하는 수박’, ‘왕수박’, ‘중간수박이런 식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상황을 다른 당 출신 당선인들도 있는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도 있지만, 국회의장 임기가 끝나도 개딸들이 점령한 자신의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사를 표시한 것이며, ‘왕수박으로 지칭되며 받았던 수모에 대한 작은 반격인 동시에, ‘이재명 일극체제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마지막 애정의 표시였다.

김진표 의장은 보수와 진보의 대립 속에 진영정치와 팬덤정치가 생겼고, 이에 따라 나쁜 폐해도 생겨났다. 정치는 나를 뽑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뽑은 사람도 존중해야 한다. 적이 아닌 파트너로 상대방을 바라봐야 한다, “무엇이 올바른 정치인지 잘 생각해 달라는 당부의 말로 인사말을 맺었다.

현역 국회의장이 아니라면 하기 어려운 주구장창 올바른 말이다. 22대 국회가 사상 최악의 국회가 되는 것만큼은 막아보자는 노욕과 만용으로 점철된 인사말이지만, 관록이 묻어나오는 인사말이기도 하다. 22대 국회에 거는 기대도 점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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