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 때, 수원 효원고등학교에서는 재학생 감염으로 손도 안 댄 보쌈 1,100인분을 전부 버려야 하는 현실적 한계를 경험하면서 잔식(조리는 했지만 먹지 않아 남은 급식)기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날 메뉴는 혼합 잡곡밥, 애호박 된장찌개, 꿀마늘 보쌈, 보쌈김치, 깻잎 양념절임, 새콤 무생채였다. 그 양만 해도 총 1,160, 재료구입비와 음식물 처리 비용과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그 비용은 수백만원을 하루에 낭비하는 것이다.

그 이후, 효원고와 오종민 당시 행정실장은 잔식기부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안을 떠올리다 국민참여 온라인 플랫폼인 온라인소통을 떠올렸다. 이곳에 정책제안 아이디어를 냈고, 서류 통과가 됐다. 이 정책 아이디어는 유관부서인 대통령소속 자문위원회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으로 이관됐고, 서류 심사와 대면 발표, 전문기관 검토 등을 통해 국민 제안 중 하나로 최종 채택이 됐다.

학교급식 잔식 나눔정책은 국무조정실에서 각 부처로 관련 조치 사항을 이행하라고 공문을 보냈고,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한 문승호 경기도의원이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에 관한 조례2023. 10. 11 시행가 만들어져서, 2023. 11. 기준으로 총 176개교 (47, 65, 64)에서 저소득 취약계증 재가 어르신들, 독거노인, 노숙자분들게 매일 제공하고 있다.

수원 효원고등학교의 성공사례로, 환경부는‘2023년 공공집단급식소 남은 음식물 감량경진대회 최우수상기관으로 효원고를 선정(202312)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학교급식음식물쓰레기 절감에 따른 탄소중립포인트제(인센티브)도 긍정적이지만, 관건은 예산이라면서 기재부 등 유관부처와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4. 5. 14.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 보건안전진흥원 식생활지원과)학교급식 잔식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기후 오락()실을 위한 지구사랑 빈그릇 운동 시범학교’(이하 빈그릇 운동) 26교를 지정하여 5월부터 12월까지 운영한다.‘고 발표를 했다. 시작은 경기도육청 산하 일선학교에서 시작됐지만 발빠른 지원은 서울시 교육청이 앞장서 모범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편 또 다른 관련부서인 식약처는 잔식기부관련 회신공문에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및 집단급식소의 설치운영자 준수사항(95조 제3항 관련)’을 들며 배식하고 남은 음식물을 다시 사용.조리 또는 보관(폐기용이라는 표시를 명확하게 하여 보관하는 경우는 제외한다)해서는 안된다’ 되어 있어 배식대에 오르지 않은 잔식 기부행위가 시행규칙을 위반하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집단급식소에서 조리된 음식이 외부로 반출 시 식중독 발생 우려 등의 사유로 잔식 기부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에 경기도청과 경기도 교육청은 한술 더 떠 식약처에서 잔식을 외부로 반출하여 기부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도내 학교 공문을 통해 알려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내놓았다.

식약처의 경우 기부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향후 일어날 사태를 예견해 기부가 적절하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도 교육청은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식중독 사태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기 싫어 부정적인 공문을 보내려 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자세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문제가 발생해도 관련 공무원은 형법과 도교육청 조례를 보면 처분이 면제될 수도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2024, 1, 1. 새해 첫날 붐비는 무료급식소, 세끼 먹으면 다행이라는 언론보도와 2024. 1. 12.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음식물 쓰레기통 뒤지는 할아버지가 방송되었다. 커다란 짐을 짊어진 한 할아버지가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을 서성이다가 쓰레기통 안의 내용물을 한 움큼 집어서 입에 넣는 한 노인의 영상은 아직도 누군가는 덜 먹거나 굶는다는 슬픈 현실을 보여줬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것이 탄소중립과 지구 살리기에 기여 한다는 거창한 취지는 언급 안겠다. 다만 언제까지 일선학교나 현장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분들, 무료급식소에 긴 줄을 서서 기달리고 있는 사회취약 계층분들에게 인간의 삶의 기본인 먹는 것에 대해 더 이상의 아픔과 슬픔을 줘선 안된다. 환경부, 식약처, 행안부, 교육부 등 잔식기부 관련 부처는 이문제에 대해 환경과 함께 인간의 기본권에 대해서 진지하게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경기도의 한 공무원은 필자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공직자의 일생을 평가하는데, 세속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시대를 정직하게 바라보고 그 이웃의 아픔과 고통 등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 그 아픔 등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곁에서 응원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는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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