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가도 흥망성쇠(興亡盛衰)라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거부할 수 없다. 로마의 1,000년 제국, 해가 지지 않는다던 대영제국도 ‘흥망성쇠의 법칙’을 비껴가진 못했다. 어떤 문명도 번영기는 길어야 수백 년에 불과하며, 고대국가에 비해 현대국가의 번영기는 더 짧아지고 있다.

세계제국을 이룬 칭기즈칸은 자손들에게 유목민의 기질을 잃지 말고 ‘멈추지 말고 정복하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정주민 사회의 안락에 길들여진 후손들은 그 유언을 망각했고, 원나라는 백 년도 못 채우고 역사에서 사라졌다.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쇠망사>에서 로마의 최전성기를 쇠망의 시작이라고 보고, 이른바 팍스 로마나가 실현된 5현제 시대부터 기술하면서 서기 180년 아우렐리우스의 죽음을 위대한 로마 종말의 단초로 봤다.

‘절정기와 쇠락기 겹침 현상’은 대한민국에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반만년 역사상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6·25 전쟁의 비극을 딛고 일어나 경제개발에 성공한 후 제3세계 국가들에 경제개발의 ‘모델 국가’가 되었으며, K-컬처의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그 면모를 일신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이승만,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 같은 세계적인 위대한 영웅들의 서사(敍事)가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 문턱을 넘어선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영역이 꼭지점에서 내려가는 느낌을 버리기 어렵다.

집단 이기주의와 포퓰리즘이 판치는 작금의 현실은 ‘국가존망지추(國家存亡之秋)’의 형세이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으며, 국운이 예사롭지 않아 흥기(興起)의 기운보다 몰락의 증거가 커지고 있다. 국가소멸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대한민국이 과연 ‘세계화 이후’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길은 무엇일까?

‘건국-호국-부국-민주화-선진화’ 이후 대한민국은 꿈을 잃어버렸다. 이제 ‘번영을 지키는 세력’이 ‘혼란을 키우는 세력’을 이겨내어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입구에서 탈출해야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꿰뚫고 길을 열고 미래를 준비했던 ‘박정희-리콴유’ 같은 큰 지도자를 키워내야 한다.

국민의힘은 패자의 얼굴에서 벗어나 승리하기 위한 ‘전사(戰士)’의 얼굴로 바뀌어야 한다. 거야(巨野)는 한목소리로 ‘특검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으며, 좌익 진영의 사령탑인 백낙청은 한발 더 나아가 “탄핵은 복잡하니 민중의 힘으로 윤석열을 퇴진시켜라!”며 ‘제2의 촛불 반란’을 선동하고 있다.

합헌적인 윤석열 정부가 무너지면 자유 민주 대한민국 체제는 소멸한다. 108석밖에 안 되는 국민의힘 의원은 “나보다는 당”을 앞세워 윤 대통령을 지켜내야 한다.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어지럽히는 ‘사이비 보수들’을 경계해야 한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분명 ‘보수의 자산’이지만 자기 스스로 보수라 말한 기억이 없다. 범좌익 퇴물들을 주변에 포진시킨 결과 4.10 총선을 망친 패장(敗將)이다. ‘망국지대부 불가이국존(亡國之大夫 不可以國存)’. ‘망한 나라에서 살아남은 대부는 나라 지켜내는 일을 꾀하지 않는다’는 옛말이 있다. 한 전 위원장은 당의 분열을 막고 재건을 위해 한동안 자숙하는 것이 어떨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대해 “하후상박(下厚上薄)이라면 찬성하겠다. 차라리 어려운 분들에게 50만 원씩 나눠주자.”라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에게 묻고 싶다. 25만원-50만원이 기준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가? 보수의 정체성을 버리고 좌익의 포퓰리즘에 물들어버린 이유는 무엇인가?

유승민 전 의원은 헌정질서를 파괴한 우(愚)를 범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 탄핵에 공동정범 역할을 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주역’이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룰에 대해 “민심 반영을 100%로 해야 한다”며 당원의 고유 권한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 먼저 탄핵을 주도한 자신의 과오에 대해 사죄부터 한 후 국민의힘 당원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안철수 의원은 과거 반(反)대한민국 세력을 따라 부화뇌동(附和雷同)한 과오가 있지만, 현 정권을 만드는 데 일조한 책임 있는 중진(重鎭)이다. 안 의원은 “채 상병 특검법을 재의결할 때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한다. 의원이 당론에 반해 행동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일 수 있다. 그러나 일단 ‘강제적 당론’이 결정되면 이를 따르는 것이 진정한 당인(黨人)의 도리이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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