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혁신 첫걸음이 검사 등용? "퇴임 검사들, 정부 요직 임원 자리 꿰차"

참여연대는 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된 검찰 출신 인사가 29명으로 집계됐다며 관련자를 공개했다. [제공 : 참여연대]
참여연대는 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된 검찰 출신 인사가 29명으로 집계됐다며 관련자를 공개했다. [제공 : 참여연대]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현 정부에서 공공기관 임원으로 임명된 검찰 출신이 29명인 것으로 집계되면서 또다시 '검찰 공화국'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견제와 균형 무너뜨리는 검찰 편중 인사'로 공공기관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일요서울은 참여연대를 통해 입수한 '윤 정부 검찰 출신 공공기관 임원' 29명의 명단 및 기관을 공개한다. 해당 자료는 5월 10일 기준이다.

- 정부 주요 정부·공공기관 요직 장악 검찰 출신 29명 실명 공개
- 검찰 카르텔 붕괴 쉽지 않아...공공기관-재벌기업 등 예의주시

참여연대에 따르면 윤 정부에서 23개 공공기관의 임원인 이사나 감사로 임명된 검사나 검찰공무원 출신 인사가 29명으로 확인됐다. 전직 검사가 21명, 전직 검찰수사관이나 사무국장 등이 8명이다. 법무부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등 외부 기관에 파견된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수가 2023년 11월 조사 때 보다 늘었다.

- 법무부 및 외부 기관에 파견된 검사·수사관 등이 175명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현 정부까지 재직한 검찰 출신 인사 12명을 포함하면 이번 정부에서 30개 공공기관에 재직한 검찰 출신 인사는 41명(검사 출신 32명, 검찰공무원 출신 9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임기 만료 등으로 퇴직한 7명을 제외하면 지난 10일 기준 34명이 공공기관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 가운데 임기 만료 등으로 퇴직한 7명을 빼면, 5월 10일 현재 34명(검사 출신 25명, 검찰공무원 출신 9명)이 공공기관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법제처장이 당연직으로 겸직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비상임이사와 법무부 법무실장이 겸직하는 정부법무공단 비상임이사를 빼더라도, 억대의 고액 연봉을 받는 공공기관 임원 중 32개의 자리를 검찰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검찰에서 퇴직한 뒤 해당 분야의 별다른 경력이 없음에도 공공기관 임원으로 곧바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2023년 6월 검찰에서 퇴직한 박공우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이 퇴직 6개월 만인 그해 12월에 한국석유공사 상임감사로 임명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홍성환 전 서울고검 사무국장이 지난 2월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부산고검장을 지낸 김홍일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또한 윤 대통령은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2월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전 부산고검장)이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주기환 전 광주지검 수사과장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됐으나 당선권 밖인 24번이라는 이유로 후보에서 사퇴하자마자,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21일 대통령 민생특별보좌관으로 위촉했다.

지난 5월 7일에는 부활한 대통령실 민정수석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을 임명했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수사 대상에 오른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의 후임으로 총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전 대전지검 검사)을 다시 불러들였다. 인사 검증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할 복두규 인사기획관(전 대검찰청 사무국장)도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의 '검찰 몰입 인사'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사기획관과 공직기강비서관 등으로 구성된 대통령실 인사 추천 · 검증 라인이 여전히 검찰 출신으로 채워지고 있다"며 "이러한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기관의 전문성과 무관한 '검찰 몰입 인사'는 정책 실패와 권력기관 간 균형과 견제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대통령이 검찰 출신인 만큼 검찰 출신 인사의 중용을 예상할 수 있다 해도 이렇게 모든 권력기관에 검찰 출신 인사를 채우는 편중된 인사는 일반의 상식을 넘어서고 있다"고 힐난했다.

참여연대는 2022년 6월 우려와 논란 속에도 인사 검증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며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업무를 시작한 뒤에도 인사 검증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며 부서 폐지를 요구한 적도 있다. 그러면서 참여연대는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 전환은 검찰 출신을 중용하는 '검찰 몰입 인사'를 중단하고, 교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 민간기업 88곳 전관 영입 ‘검찰 카르텔’ 민간기업까지 확대                 

참여연대는 앞서도 민간 기업으로 간 검찰 인맥에 대해서 발표한 바 있다. 이때도 검찰 카르텔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공공기관 - 민간기업'을 가리지 않는 검찰 인맥의 등용으로 논란만 키우는 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뉴시스]

참여연대는 "검사 등 검찰과 법무부 출신 퇴직공직자들이 민간기업에서 일하다가 공직으로 되돌아오는 ‘회전문 인사’ 사례가 늘어날 경우, 전관의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직사회 전반의 윤리의식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며 " ‘검사의 나라’와 ‘검찰 카르텔’이 공직사회를 넘어 민간기업의 영역까지 확대되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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