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총회에서 실시된 당내 국회의장 후보 선출 결과 89표를 얻은 5선의 우원식 후보가 80표에 그친 6선의 추미애 후보를 제치고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로 정식 선출되었다.

자신이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이변과 같은 이변이 없는 한, 우원식 후보는 제22대 국회의 첫 본회의가 소집되는 날 국회의원 300명의 직접선거에 의해 상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될 것이다.

지난 주말 이재명 대표의 뜻에 따라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후보가 사퇴하고, 6선의 조정식 후보마저 추미애 후보를 만나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의장 탄생의 흐름이 형성될 때만 하더라도 우원식 후보가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우원식 후보 본인을 포함해서 없었다.

그런데 지난 며칠 사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재명 대표가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자리를 비운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의 일주일 동안 어떠한 일이 벌어진 것일까?

다양한 상황을 유추해 볼 수는 있지만 어떠한 상황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우선 유추해 볼 수 있는 상황은 추미애 후보가 이재명 대표의 역린을 건드리는 상황의 발생이다. 추미애 후보가 원했던, 원치 않았던 병상에 있던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의지를 바꿔야만 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추미애 후보에 대한 모함일 수도 있지만, 병상에서의 생각은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면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재명 대표의 위엄에 손상이 가는 현재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추미애 후보는 희생양이 되었는데, 이러한 상황이 기획된 것인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뒷얘기를 종합해 볼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들의 반란이다. 공천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친명 행세를 했지만, 이재명 대표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당선인들이 의도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뜻을 꺾어 헌법기관인 자신들의 운신의 폭을 스스로 넓혀나가는 전략을 택했을 가능성이다.

비밀투표로 치러지는 국회의장 후보 선출은 수박 신분을 감춘 채 수박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개딸들이 89명의 수박들을 색출하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을 보면 반란의 개연성이 훨씬 커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우원식 후보의 선출이 사법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당대표를 모시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의 반란의 징조인지, 추미애라는 거물 정치인을 희생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국민적 관심사, 국가적 중대사가 특정 정당의 내부 사정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원식 국회의장 후보의 선출을 좀 더 긍정적으로 해석해 보려고 한다. 당심은 추미애 후보를 국회의장으로 원했지만, 민심은 추미애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더 강했다. 당심에서도 민심에서도 우원식 후보는 논외였다. 그런 면에서 민심을 등에 업은 반란의 성공이었다. 우원식 후보는 단순히 비명횡재했을 뿐이다.

그러고 보니 516일은 박정희 군사 반란이 일어났던 날이다. 저 멀리 설악산 대청봉은 대백봉(大白峰)으로 변했다. 기후 반란이다. 표결 반란이 단순히 우원식 국회의장 선출에 그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의 혁신으로 이어지길 고대한다. 정당에서 성공한 반란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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