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반란표로 이 대표 연임론은 탄력받아
일극 체제제동 걸며 집권위한 변화시도라면 큰 의미

22국회의 의장 선출을 위한 민주당 내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후보의 패배가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당선자인 우원식 의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져야 하지만 추 후보의 패배 원인과 배경 분석에 난리법석이다.

총선 전과 후로 나눠 민주당의 지도체제는 한마디로 천지 차이다. 총선 전 뒤죽박죽 계파가 섞여 있고 이재명 리더십은 사법 리스크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간 채 지지부진했던 민주당이었다. 친명횡재, 비명횡사의 공천 혁명(?)을 통해 총선 승리 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로 불리 울 정도로 강고한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었다.

찐명 박찬대 원내대표의 무혈당선 이후 초미의 관심사인 국회의장 역시 당내 분위기는 강성 추미애 전 법무장관으로 이미 결론이 난 상태였다. 강성 당원들의 압박뿐만 아니라, 합리성과 중도층등 외연을 넓힐 것으로 기대됐던 정성호 의원이 돌연 출마를 접고, 조정식 의원의 느닷없는 추미애 후보 밀기 선언으로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분위기는 더욱 기정사실이 됐다.

추미애 80, 우원식 89표가 경선 결과이다. 표 차가 크진 않지만 친명 일색이 된 민주당, 더구나 이 대표 자신의 최측근 정성호, 조정식 의원이 주저앉은 상태에서 치르진 결과치곤 주는 의미는 반란에 가깝다. 오히려 정성호, 조정식, 우원식 의원까지 참여한 경선이었다면 추미애 후보는 여유있게 당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을 법하다. 국회의장 선거에까지 명심(明心)’을 팔고 인위적인 후보 주저앉히기까지 하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의원들이 반란에 가세한 것이라는 분석도 의미가 있다.

불과 표 차이가 9표이지만 이들 9표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민주당 내 이재명 일극 체제’, ‘친명 일색민주당 그리고 국회의장까지 -윤 대전 시즌 2’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았던 추미애 후보가 될 경우 제1야당 민주당이 국민에게 비춰질 일그러진 모습을 차단한 유쾌한 반란표라는 평가도 있다.

충격은 민주당보단 국민의 힘 쪽이 오히려 더 큰 모양이다. 윤상현 의원의 표현이 가장 적확한 여당의 심경인 듯하다. “중도층을 향한 민주당의 변화가 두렵다".” "강성 지지층에게 더 많은 지지를 받은 추미애 당선인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온건한 우원식 의원을 선택한 민주당이 무섭다“. "앞으로 민주당의 모든 기준은 대선 승리뿐"...

민주당이 집권을 위한 변화의 조짐을 보여준 것이라면 여당에겐 큰 충격이다. 강성 국회의장이 의장석에서 윤 대통령을 훈계하듯이 쓴소리로 일갈하고 민주당 법안을 싹쓸이 통과시키기 위해 중립성은 잊어버린 의장의 마이웨이 국회 운영을 예상하고 기대했을지 모를 보수 여당과 보수 언론인데 큰일(?)이 난 셈이다.

민주당 의회 독재이재명 여의도 대통령의 횡포와 독선으로 몰아칠 시나리오가 다 돼 있을 법한 여당이 어찌 온건 합리주의민생현장주의자인 우원식 의원의 당선을 반겨할리 만무이다.

하지만, 의장 선거 이변이 민주당의 집권을 향한 집단지성’(集團知性, collective intelligence)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하기엔 시기상조인 듯하다. 추미애 당선인의 독특한 강성 캐릭터와 행보 그리고 과도한 명심’(이 대표 의중) 주입 분위기에 대한 반란표정도의 의미로 봐야 할 듯하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에겐 사실 유쾌한 반란표일 수도 있다. 당 대표 연임에 큰 명분과 흐름을 얻게 된 셈이다. 강성 당원들의 수박 색출요구가 거세지고 당 대표 연임 필연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집단 지도체제이다. 최고위원은 당의 지도부이자 과거엔 최고위원 정도면 자신들의 계보가 있을 정도로 정치력과 정치 미래를 설계하는 지도자였다. 지금의 민주당 지도부는 오직 이재명 대표만을 위한 보좌 지도부로 전락했다. 그러니 잠재적 당권, 대권 경쟁 상대일 수도 있는 최고위원들이 앞다퉈 이 대표의 당 대표 연임론을 솔선수범 외치고 있으니 일극 체제의 민주당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은 더 강하고 더 세졌지만 다양성민주성은 더 약화된 듯하다. 이번 의장선거의 이변은 그래서 조금은 유쾌한 반란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집권 여당이 두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이 이재명 대표 일극 체제를 우려하며 던진 쓴소리가 울림이 큰 때이다. “당 돌아가는 꼬라지가 지금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전부 한 사람을, 거의 황제를 모시고 있는 당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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