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처 “피해지원 체계 강화·보완 이뤄져야”
여가부 “전문 인력 필요성, 동감하는 부분”

2024 여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 체결식. [한국여성인권진흥원]
2024 여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 체결식.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여성가족부가 5대 여성폭력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무엇을 통합하는가”라며 의문점을 표한 상황. 이어 “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라며 “실질적으로 효과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에 동감한다”라면서도 “법률적인 부분에서 개선을 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성폭력 관련 사회적 문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실질적인 해결방안 도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난해 여성가족부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인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시스템 확립’에 따라 ‘5대 폭력(가정폭력, 교제폭력,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범죄,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추진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를 중심으로 신고부터 피해회복까지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하는 5대 폭력 피해자 통합지원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올해 1월에는 ‘5대 폭력 피해자 광역단위 통합지원 사업’ 운영기관을 5개로 확대해 서울·부산·대전·울산·경기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를 선정했다.

이 사업은 법무부가 주도하는 “부처별로 분산된 범죄피해자 지원사업을 체계적으로 총괄 관리해 연계, 강화, 신변 보호부터 법률 지원, 경제적 지원, 일상회복까지 종합적으로 ‘원스톱’서비스를 지원한다”라는 ‘원스톱 범죄피해사 솔루션 시스템 구축’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

하지만 여성폭력 피해에 대한 ‘통합적 지원’의 내용과 의미가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운영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사업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5대 폭력 지원센터 운영 현황

현대 5대 폭력 피해 통합지원 사업은 스토킹 동반 성폭력 등 복합적 피해 사례에 대해 ‘통합솔루션지원단’을 통한 원스톱 사례관리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1366센터에 통합사례관리사를 배치했다.

센터에서는 ‘1. 5대 폭력 등 2개 이상의 복합적인 여성폭력 피해사례 지원, 2. 상담소 미설치 지역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찾아가는 방문 상담 제공, 3. 지역 경계를 초월해 광역·중앙 단위 지원이 필요한 사례, 4. 기존 전달체계에 포함되지 않은 신종폭력 및 고난도 사례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 통합하는가?

하지만 “무엇을 통합하는가”에 대한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조사처)는 이를 두고 “우선, 5대 폭력 통합지원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현재 여가부는 5대 폭력 중 제도상 지원근거가 분명하지 않은 교제폭력, 권력형 성범죄 등과 스토킹·가정폭력 등 중첩적이고 교차적(장애인, 이주여성 등)인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여성폭력, 성폭력, 성매매, 성희롱에 대한 통합적 지원 내용은 분명하지 않다. 이어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그 의미가 다소 모호하며, 위계·위력에 의한 성범죄 또는 선출직 공직자 등의 성범죄에 대한 대응을 말하는 것이라면 지역 통합상담기관에 불과한 1366센터와 통합사례관리사가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권력형 성범죄로 일컫는 선출직 공직자 등의 성범죄에 대해 그간 여가부, 국가인권위원회 또는 사법 차원의 개별적 대응은 있었으나 구체적인 절차의 미비, 책임소재의 불분명, 행정부 권한의 분산 등으로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조사처는 이를 두고 “5대 폭력 통합지원센터 사업은 포괄적인 여성폭력 피해 대응 통합지원 역할 수행을 지향하는 것인지, 제시된 5대 폭력 사안 대응만을 위한 대책인지 보다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5대 폭력 통합 문제점 대두

시범사업 추진 과정, 여성폭력 피해상담소와 보호시설 등을 둘러싸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여가부의 지원을 받는 여성폭력 관련 시설은 전국에 성폭력 피해상담소 100개,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35개, 성폭력 피해자통합지원센터 39개, 여성긴급전화 1366센터 18개, 가정폭력상담소 123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65개, 성매매피해자 보호시설 63개 등이 존재한다. 

그동안 여성폭력 피해서비스는 개별법에 따라 운영돼 왔다. 이에 지원체계와 재정구조가 각각 상이하다. 아울러 전문가 사이에 배타적인 접근이 이뤄져 피해자보호 지원 서비스가 중복되기도 하고 사각지대도 나타나는 등 비체계적,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개별 사안이나 사건 중심의 대응이 이뤄지면서 단편적인 대책만 양산하고, 다른 문제와 피해들은 간과하는 경향도 나타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가부는 5개 지역 통합지원센터를 설치하며 주요사업으로 기존 성폭력·가정폭력 상담소와 피해자 지원시설을 24년 55개소로 단순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이에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여성폭력 피해자 통합지원이 관련 기관의 통폐합과 다를 게 무엇이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조사처도 “여성폭력 피해자 ‘통합적 지원’의 방식이 모호한 가운데, 무엇보다 피해자 관점에서 기존 체계의 문제점과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이를 개선하고 피해지원 체계의 강화와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국회입법조사처 “여가부, 구체적 대책 세워야”

조사처는 “여성폭력피해 통합 지원체계 구축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각각 분산된 사업에 대한 비체계성과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기본계획 등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라며 “권력형 성범죄, 교제폭력, 디지털 성범죄 대응은 민간, 복지, 행정, 사법의 차원에서보다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가부의) 상담 센터 지정이나 사례관리사 배치 등을 통해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이런 단편적 대책 수립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라며 “다변화하고 교차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여성폭력에 대해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한 통합체계 구축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나아가 “디지털 성범죄, 불특정한 폭력범죄, 혐오범죄, 교차적이고 복합적인 여성폭력의 요인과 대응방식을 고찰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라고 부연했다.

여성가족부 “조사처 지적, 동감하는 부분”

지난 9일 여가부 관계자는 앞선 조사처의 지적에 대해 “업무 수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 등 동감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법률적인 부분에서는 여성폭력 관련 상담을 전담하고 있는 1366센터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법을 근거로 두고 있는데, 여성폭력 기본법을 근거로 이관해 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례관리사 배치 등이 단편적 대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좀 더 포괄적인 사안들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배치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보인다”라며 “실제 다양한 여성폭력 사안에 대처할 수 있는 전문 인력 배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여성폭력 문제가 갈수록 불거지는 가운데, 이번 정부 중심의 대안이 현장 상황에 맞는 세밀한 정책이 될지, 지적받은 여러 문제 사항이 향후 개선될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여가부는 면밀한 문제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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