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이렇게 정치를 못하는 정치인이 또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 이야기이다. 그는 참 정치를 못한다. 삼척동자도 하지 않을 법한 정치적 행위를 밥 먹듯이 하는 반면, 꼭 해야 할 정치적 행위는 기를 쓰고 하지 않으려 한다. 정치를 전문영역으로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실격이다. 물론 그도 자신을 정치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듯하다. 문제의 시발점은 바로 그곳에 있다.

그런 사람에게 정권을 내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잘하라고 격려도 하고, 잘 못하면 혼내겠다고 위협도 하지만 쇠귀에 경 읽기. 그래서 지난 국회의원선거에서 야당이 200석을 차지하겠다고 염원(念願)했지만, 그 뜻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에 대해 유감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한 것도 이해가 간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領袖會談)이 있었다. 결과는 알려진 바와 같이 합의 내용도 하나 없는 사진 찍기용 영수회담으로 끝났다. 대통령실은 협치 운운하고, 여당인 국민의힘도 소통과 협치의 물꼬를 텄다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상황 인식의 안이함에 우려를 표명했다.

내용도 없이 끝난 영수회담은 또 다른 문제를 파생시켰다. 한때 고려대학교 정경대학에서 함께 교편을 잡았던 함성득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임혁백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치 무용담을 이야기하듯 자신들이 영수회담의 메신저로서 의제를 조율했다고 자랑질한 것이다.

대통령실도 이재명 대표도 두 교수의 역할에 대해 즉각 부인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을 것이다. 마치 폴리페서의 막장을 보는듯한 이야기지만 전혀 얼토당토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답답하다. 대통령이 자신과 대선에서 경쟁했던 제1야당 대표를 만나기 위해 비선을 가동해야 할 정도니 빨리 3년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대통령이지만 사위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인가 은행 잔고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복역 중인 장모 최은순씨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가석방 적격판정을 내려주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이 석가탄신일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석방 시켜주는 일만 남았다. 국민 정서보다 가정의 평화를 우선 고려하는 대통령의 성정(性情)이 참으로 가엽다.

이재명 대표를 만나보니 별것 아니라는 자신감이 충만해졌기 때문인지 59일에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은 기자회견 발언에서 봄은 깊어 가는데,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앞으로 3, 국민의 삶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겠습니다. 현장 중심으로 민심을 청취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 아젠다를 발굴해서 적극 실천해 나가겠습니다.”라며, 국민 앞에 자신의 남은 임기 3년을 채우겠다는 다짐을 굳게 했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통해 차기 대권을 꿈꾸던 이재명 대표에게 김칫국물 마시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더 나아가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하라는 것이 민심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국회를 정쟁의 장으로 규정했다. 국회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게 하는 얘기다.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추진은 정치 공세라 했고,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은 공수처 수사를 본 뒤 판단해야 한다며, 거부권 행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지난 2주간의 정치권 소식은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했다. 그렇지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대통령 주간이었다. 그의 언행은 우리들의 기대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 국정운영 기조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