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차기 지도부, ‘비대위정당’ 꼬리표 털어내며 완주 가능?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실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이 지난 2020년 9월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바꾼 이래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간판 교체 후 출범하는 정규 지도부마다 족족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단명하는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43.8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헌정사상 첫 30대 보수당 리더가 된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는 대통령실‧친윤(친윤석열)계와 갈등을 빚은 끝에 1년여 만에 자리를 물렸고, 지난해 3.8 전대에서 ‘당정 원팀’을 강조하며 당권을 거머쥐었던 김기현 전 대표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파와 내홍 수습에 한계를 보이며 취임 9개월 만에 중도 하차했다. 이렇듯 국민의힘은 정규 지도체체보다 비상체제가 오래 지속되는 등 어느새 리더십 불안이 고질적 리스크로 자리매김한 실정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에 참패한 이번 총선 결과와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르면 내달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차기 전당대회가 여당의 악순환을 끊어낼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힘, 7개월 만에 문 닫은 비운의 미통당과 닮아있다? 

국민의힘은 2020년 출범 이래 정규 지도체제로 운영된 기간이 2년도 채 되지 않는다. 이준석 지도부(2021년 6월11일~2022년 7월8일)와 김기현 지도부(2023년 3월8일~2023년 12월13일)의 임기를 더해도 670여일에 불과하다. 여권 일각에서는 현 여당이 ‘보수 궤멸’이 언급됐을 정도의 역대급 총선 참패 후유증에 끝내 자취를 감춘 미래통합당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 섞인 쓴소리도 나온다. 

21대 총선 직전 출범한 미통당의 수명은 보수정당 역사상 최단기인 7개월에 그쳤다. 총선 패배 책임론에 황교안 초대 지도부가 두 달여 만에 총사퇴한 이후 심재철‧주호영 임시체제로 연명하다 2020년 6월 발족한 김종인 비대위 체제 하에서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김종인 비상체제로 닻을 내린 국민의힘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 승리를 거둔 뒤 첫 정규 지도부인 이준석 체제를 출범시키며 반환점을 도는 듯 했다. 헌정사상 첫 30대 청년 당수를 배출하며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이후 이준석 당대표 체제로 치러진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극적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반등 기류를 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이준석 지도부와 당내 새 주류로 부상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친윤계가 극한 갈등을 빚으면서부터 여당 지휘체계는 급속도로 삐걱대기 시작했다. 2022년 7월 당시 이준석 대표가 ‘성접대 및 증거인멸교사 의혹’으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를 받고 지도부를 떠나면서 리더십 공백이 깊어졌다. 

이후 국민의힘은 약 9개월에 걸쳐 권성동 권한(직무)대행, 주호영‧정진석 비대위 등 징검다리 체제를 이어가다 ‘친윤’ 김기현 지도부를 띄웠다. 하지만 2대 정규 지도부 역시 임기의 절반도 못 채우고 단명했다. 4.10 총선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에 패하자 수도권 위기론과 함께 고조된 당내 불협화음을 제때 봉합하지 못하면서다. 

이로써 제2 공백기를 맞은 여당은 급기야 지난해 12월 비정치권 출신인 한동훈 전 법무장관을 비대위 수장이자 총선 사령탑으로 전격 영입하며 22대 총선에 임했으나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사수하는 데 그치며 지난 2일 출범한 ‘황우여 비대위’에 이르렀다. 황우여 비대위는 차기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실무형 지도부로, 당연직인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이 합류하는대로 전대룰 정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플랫폼을 새 단장한 지난 2020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12번의 비대위(5회)와 권한‧직무대행(7회)을 거쳤다. 당 존속기간의 절반 이상을 비상·임시체제에 의존한 셈이다. 이는 최근 2년만 놓고 보면 지난 2022년 8월부터 1년 9개월 동안 이재명 당대표 일극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다. 이에 국회의원 선거라는 정치권 최대 이벤트를 앞두고 리더십 누수와 적전분열이 끊이지 않았던 여당에게 총선 참패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혹평마저 나온다.  

아울러 국민의힘의 총선 패인을 ‘친윤 대 비윤’, ‘영남권 대 비영남권’ 등 뿌리깊은 내부갈등 구도에서 찾는 정치권 분석도 적잖은 만큼, 현 여당이 향후 계파를 초월한 당 통합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총선 참패 후 증발한 미통당의 굴욕적 궤적을 답습하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결국 국힘 차기 전당대회는 당 존립과 직결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 앞 모습 [뉴시스]

국힘 3대 지도부는 과연 다를까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가 연착륙하며 ‘비대위정당’이라는 불명예 꼬리표를 털어낼 수 있을지 여부에 이목이 쏠려있다. 차기 당대표가 계파‧지역 논리에 첨예하게 갈라진 당내 그룹들을 한데 잘 버무릴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3대 지도부가 향후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결과적으로 친윤‧비윤 노선이 확실했던 국민의힘의 역대 정규 지도부는 모두 실패했다. ‘윤심(尹心)이 당심이고, 당심이 곧 민심’이라며 당정 원팀을 도모했던 김기현 지도부는 총선 전 외연 확장과 내부 단속에 실패했다는 무능 프레임 속에 퇴진했고, 주요 현안마다 대통령실과 마찰음을 빚었던 이준석 지도부 역시 당내 주류의 반감을 사 사실상 퇴출됐다.  

국민의힘 영남권 당선인은 “다음 전당대회에서도 친윤이니 비윤이니 하는 지리멸렬한 경쟁구도가 부각된다면 그 때는 당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면서 “총선 이후를 안정적으로 수습하고 민심에 다가갈 수 있는 무게감과 유연함을 두루 갖춘 인사가 신임 당대표로 추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차기 당대표 선거와 관련한 제반업무를 도맡게 될 새 비대위가 출범하자 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전대룰’을 놓고 계파간 신경전이 돌출하고 있다. 

나경원 서울 동작을 당선인, 안철수‧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수도권 비윤 인사들을 중심으로 민심 여론조사를 반영한 전대룰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친윤계는 당 쇄신 여론 등을 의식해 ‘침묵’으로 선거룰 변경에 대한 묵시적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여당 차기 당대표 선거가 기존과 같이 친윤-비윤 또는 영남-비영남 대립구도로 전개된다면 3대 정규 지도부 역시 조기 해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차기 전당대회 결과는 집권당의 재기 가능성과 롱런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며 “만약 이번 당대표 선거마저 정파성이나 지역색에 매몰된다면 3대 지도부가 단명할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포용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치권에 따르면 국힘 당권주자로 원희룡 전 국토장관, 권영세·권성동·김태호·윤상현·안철수·윤재옥 의원, 나경원 동작을 당선인 등 중진들이 대거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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