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0일 실시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300석 중 108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국민의힘 후보 3분의2 가량이 낙선했다. 낙선 후보 일부는 패배 원인을 ‘내 탓’ 보다는 ‘네 탓’으로 돌렸다. 윤석열  대통령 탓, 국민의힘의 선거전략 부재 탓, 세대와 지역별 맞춤 전략 부족 탓 등을 쏟아냈다. 나는 잘했는데 네 탓으로 졌다는 변으로 들렸다

경기 고양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유권자들이 “대통령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보다 대통령 스타일이 싫다. 부부의 그런 모습이 싫다”고 한다며 패인을 대통령에게 돌렸다. 김해을에서 낙선한 조해진 의원은 “당은 개혁의 무풍지대, 쇄신의 사각지대, 민심과 수억광년 떨어진 외계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은 보수정당의 파산이행열차가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서울 중량을에서 낙선한 이승환 후보는 총선에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대통령(윤석열) 지키기에 매몰돼 수도권 중도층의 마음을 전혀 얻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서울 마포을에서 낙선한 함운경 후보는 “국민의 어려움을 어루만져 줘야 하는 여당인데 무슨 이•조 심판, 이런 걸 하고 있나”라며 당의 선거전략 실패를 탓했다.

저 같은 국민의힘 낙선자들의 주장이 일정 부분 옳은 면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낙선 후보들은 남의 탓만 할 게 아니라 내 탓하며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원래 패장(敗將)은 말이 없는 법이다. 국민의힘 후보들 중 108명은 당선되었음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낙선 후보들은 당선 후보들의 승리 동인을 분석, 차기 총선을 위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네 탓만 하게 되면 값진 교훈을 놓친다. 

서울 동작을에서 민주당 지도부의 집중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당선된 나경원 후보의 선거운동을 귀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나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총선 기간 중 무려 8차례나 민주당 후보 류상영 전 총경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런데도 나 후보는 당선되었다. 그것도 상대 후보를 8%라는 동작을 선거사상 최다득표 차이로 이겼다. 

나 후보도 낙선 후보들이 탓했던 것처럼 유권자들의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 당의 개혁과 쇄신 결여, 유권자 관심과 동떨어진 “이•조 심판” 구호 속에서 싸웠다. 더욱이 나 후보의 선거구는 호남 출신과 대학생들이 많이 거주해서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구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후보는 한 가지 선거운동 신념만 믿고 전력투구했다. “정치는 발을 땅에 붙여야 힘을 얻는다. 발이 (땅에서) 뜨는 순간 민심은 등을 돌린다”는 선거운동 신념, 그것이었다. 당선되기 위해선 평소 표밭을 성심성의껏 관리하고 뛰고 또 뛰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나 후보는 지난 4년 동안 옥탑방 사무실에서 계속 바닥 민심 사기 위해 투신했다.

4.10 낙선 후보들도 “발이 땅에서 뜨는 순간 민심은 등을 돌린다”는 신념으로 뛰었는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낙선했으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 없이 네 탓으로만 간다면 쓰디쓴 패배를 교훈으로 삼지 못한다. ‘과거 실패를 잊은 자는 그 실패를 되풀이한다’는 금언을 기억해야 한다. 해리 트루만 미국 대통령이 자주 되풀이 했던 명구가 떠오른다. “The bugs stop here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대목이 그것이다. 4.10 총선에서 낙선한 후보들도 트루만 대통령처럼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는 내 탓 자세가 요구된다. 나 자신은 발이 땅에 떨어질 사이 없이 뛰었는가 되돌아봐야 한다. 물론 다각도의 패전 요인 분석은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낙선 후보들은 네 탓보다는 내 탓 하며 패인을 분석하고 재도전의 길을 찾아야 한다. “실패를 잊은 자는 실패를 되풀이한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