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국민의힘은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2016년 총선, 2020년 총선에 이은 ‘3연속 패배’를 당했다. 특히 지난 총선은 헌정사에서 집권 여당으로서 유례없는 참패를 당했다. 4.10 총선에서 보수정당은 몰락했고,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고 있어 미래 전망마저 어둡다.

한국 정당사는 복잡다단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정당의 이합집산이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500개 이상 정당이 명멸(明滅)한 한국 정당 평균 수명이 3년 정도다. 보수정당의 계보를 이어오고 있는 국민의힘은 민주정의당(1981년)-민주자유당(1990년)-신한국당(1995년)-한나라당(1997년)-새누리당(2012년)-자유한국당(2017년)-미래통합당(2020년)-국민의힘(2020년)으로 당명이 바뀌어왔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일상화된 한국 정당이다. 국민의힘은 3년 사이에 당 대표가 2번 교체되고 4번째 비대위 체제가 성립되었다. 정당이 안정적인 구조와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도부가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정당 지도부는 그 정당에서 아래로부터 성장한 사람이 맡아야 하며, 집단 사임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 대표가 사임할 경우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하고, 전임자의 잔여 임기 종료 후 다시금 전당대회를 개최하여 정당 지도부를 구성해야 정당의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다.

‘당원이 주인’인 민주정당은 정당 인재 육성에 전력해야 한다, ‘정치 경력 제로’ 상태에서 특정 정당에 영입되어 단기간에 후보가 되고 선거에 승리하여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8년 전 정치 일선을 떠난 황우여 전 대표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비상대책위원장으로 5월 2일 공식 취임했다. 다음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끌게 된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황 위원장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시절 정계에 입문해 15대부터 19대까지 국회의원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때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역임해 ‘친박계’로 불리지만 독단적이지 않고 중지(衆志)를 모으는 성향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대표와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을 역임한 경륜의 소유자로 덕망 높고 특정 계파에 치우치지도 않아 당내 각 세력을 아우를 수 있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위기에 처한 집권당이 정상 궤도에 올라설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황우여 비대위’에 주어져 있다. ‘황 체제’가 쇄신의 마지막 기회가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집권당의 당당함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거야(巨野)의 ‘의회 독재’ 횡포가 차고 넘친다. 국회의장의 중립을 부정하며, 법사위원장도 제1당의 몫이라고 강변하는 거야에 대해 치밀한 논리로 맞대응하며 여당다운 결기를 보여야 한다.

내부 결속을 다지는 일도 급선무다. 108석밖에 안 되는 당에서 친윤계와 비윤계가 대립하고, 수도권과 영남권이 맞서서는 거야에 대응하기 어렵다. 시급한 국정과제인 의료·연금 개혁 등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부와 조율해야 하며, 추락한 ‘보수 가치’의 수호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국가 어젠다를 내놓고 야당과 정책·비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

당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중진들이 잘 보이지 않는 지리멸렬(支離滅裂)한 모습의 국민의힘이다. 당의 원로인 황 위원장이 앞장서서 총선 참패를 수습하고 재창당 수준의 당의 쇄신을 이끌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현안은 ‘당원 100% 투표 전당대회 규정’ 등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조정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수도권 낙선자들을 당무에 전격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무총장은 집권당의 조직과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요직이다. 사무총장을 임기제로 하여 당 대표나 비상대책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교체되지 않고 임기 동안 소신껏 당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수도권 원외 위원장(전직 의원 등)이 맡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당의 집권 전략과 중장기 국가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여의도연구원장과 당의 이념과 정책을 교육하는 중앙연수원장도 사무총장과 마찬가지로 임기제로 하여 수도권 원외 위원장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국민의힘이 ‘수도권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요서울 논설주간 우 종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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